James Watson 박사, “항산화제 섭취가 암 치료 방해”

1. 항산화 보충제, 질병 예방 효과있나
2. 암 예방 하겠다고 블루베리 먹는다?
3. “비타민·항산화 물질 CVD 예방 효과 없다”
4. 과일·채소, 허혈성 뇌졸중 예방에 도움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블루베리는 맛으로 먹어야지 암 예방 목적으로 먹으면 안된다."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지만 돌출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James Watson 박사(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가 이번엔 항산화제에 독설을 퍼부었다.

현재 치료가 불가능한 전이성 암에서 항산화제는 치료를 방해하며 나아가 진행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Watson 박사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들은 체내 항산화제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항산화제 사용이 암을 예방하는 것보다 발생시키는 측면이 더 크진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Open Biol. 2013 3, 120144).


과학자들 예방목적 섭취 부정적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종의 DNA와 RNA 손상을 막아주는 동시에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약 정상적인 상태라면 두 역할 사이의 균형은 인체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때문에 방사선요법을 비롯 대다수의 화학요법, 일부 타깃 치료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활성산소종을 통해 세포 사이클을 막고 암세포를 사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암 예방이나 치료 목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보충제 또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암 예방에 대한 연관성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입증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베타카로틴이나 알파토코페롤,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제 섭취가 정상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비정상 조직의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을 보였다 하더라도 임상에서는 실패한 경우가 많고, 오히려 항산화제 복용이 암 관련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Watson 박사는 "임상에서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 등의 항산화제는 소화기계 암 예방 효과 입증에 실패했고, 전반적인 생존율도 향상시키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복용한 암환자들에서 사망 위험이 높았는데, 향후 이처럼 항산화제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활성산소, 암세포 공격 역할

항산화제는 흔히 활성산소(oxygen radical)를 막아 항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추측돼 왔다. Watson 박사는 여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산화 물질이 체내 독성을 과다하게 해 DNA나 단백질을 손상시키고, 이것이 암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기때문에 항산화 물질이 항암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가정은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시스템의 역할을 간과한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항암치료가 활성산소종을 생성시키는데 암세포에 항산화성분이 고농도로 존재할 경우 그 효과가 봉쇄되고 암세포는 더 오래 생존할 것"이라며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암환자에서는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새로운 암 치료약물 개발은 RNAi 연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atson 박사는 "RNAi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10억 달러 미만으로 항암제의 주요 분자 타깃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RNAi 방법을 이용하면 Myc 단백질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내 암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레늄·비타민 E, 전립선암 발생률 17% 높인다

세르비아 니스대 Goran Bjelakovic 교수팀이 무작위 연구 68건(n=23만 2606)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항산화제 복용군의 사망 상대위험(RR)은 1.16이었다(JAMA. 2007;297(8):842-857).

성분별로는 베타카로틴이 1.07, 비타민 A 1.06, 비타민 E 1.04로 이들 성분을 단독 혹은 병용 사용했을 때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했고, 비타민 C와 셀레늄은 사망 위험에 대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아 후속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전립선암에 대한 셀레늄과 비타민 E 효과를 장기 관찰한 SELECT 연구에서는 건강한 남성의 경우 특히 비타민 E가 암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JAMA 2011;306(14):1549-1556).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Eric A. Klein 박사팀은 미국과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427 연구 기관에서 모집한 3만 5533명을 무작위로 위약군, 경구용 셀레늄 단독군(200 ㎍/d), 비타민 E(400 IU/d), 셀레늄 + 비타민 E로 배정하고 최소 7년에서 12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 시작점에서 대상자들의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 4.0 ng/mL 이하였다.

2008년 1차 보고에서 전립선암은 연간 5만 4464명당 521명씩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2011년까지 진행된 추가 추적에서 전립선암 환자는 521명 더 발생했다. 특히 2011년 관찰에서 비타민 E군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17%나 증가했고, 글리슨 점수가 7점 이상인 환자 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지만 보충제 복용군 모두에서 증가했다.


아직 암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과 암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모두에서 항산화 보충제 섭취는 암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팀은 31개 논문을 검토, 총 22개 임상에 참여한 16만 1045명을 분석한 결과 RR은 0.99로 유의한 예방 효과를 관찰할 수 없었다(Ann Oncol (2010) 21 (1): 166-179).

이는 보충제와 암을 종류에 따라 세분화해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방광암에서는 RR이 1.52로 보충제 섭취군에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명 박사는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합성 항산화 보충제가 우리 몸에서 나타내는 효과가 과일이나 채소에 든 천연 항산화물질과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항상화 보충제를 과도하게 먹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대 Richard Schilsky 교수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요법, 항혈관형성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의사와 상의 없이 비티민과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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