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사회가 2013년도 예산 배분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30일 열린 제6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른 안건은 특별한 이견 없이 합의가 잘 이뤄진 반면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남의사회의 재무현황은 나쁘지 않다. 면허신고제 실시로 전년도 회비 납부율이 5% 증가해 수입이 1000만원 늘었고, 의사회 학술대회 부스 유치 및 홈페이지 배너광고를 통해 기타수입이 2600만원 늘었다. 이월금도 1억 2000여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일부 신설 항목과 전년 대비 증가 항목에 대한 의장단 및 대의원들의 거부감이 컸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일선에서 고생하는 회원들을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박병태 부의장(밀양의원)은 의장단을 대표해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사무국 직원들의 급료가 지난해 6.9% 인상된 데 이어 올해도 6% 이상 인상된 것을 두고 "사무국 직원들이 고생하는 바는 알지만 의사 회원들의 고충을 생각해 인상분을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인건비 비율의 투명도를 지적했다. 현재 예산 배분율을 보면 인건비 항목은 △인건비(8426만원) △복리후생비(623만원) △업무활동비(1296만원)로 구성돼 전체 예산 중 19.9%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전체 예산 중 8.7%를 차지하는 △퇴직적립비(1160만원) △성과지원금(700만원) △보험료(500만원) △사무비(2160만원)은 관리비로 책정돼 있다.

박 부의장은 "4대보험료 처럼 일부 인건비에 포함돼야 하는 항목이 관리비에 포함돼 실제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가량 되지만 예산안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게 나와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회장 판공비도 문제가 됐다. 경남의사회 회장 판공비는 전년 대비 600만원이 오른 3600만원으로 시도의사회 중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다. 박 부의장은 "경남보다 회원수가 4배, 예산이 1.5배 많은 경기도나 회원수가 2배, 예산이 2배 많은 부산시의사회 회장 판공비도 24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경남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9000만원이 이월된 데 이어 올해도 1억 2000만원이 이월됐는데 예산안에서 예비비는 26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예산 편성이 애초에 잘못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예비비 항목이 이월금액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이 금액을 다 쓴다 해도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다.

그 외 대의원석에서는 올해 신설된 어플리케이션개발비 1억 5000만원에 불만을 제기했다. 15년치 홈페이지운영비(1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쏟아부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과연 몇 명이나 어플을 내려받을 것인지,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아닌 지역 의사회 차원에서 굳이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박양동 회장(창원 서울아동병원)은 "2~3년마다 발간하는 회원명부를 어플을 통해 배포할 수 있으며, 매년 300~400만원씩 드는 문자메시지 송신료를 절약할 수 있고, 실시간 데이터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면서 "회원들의 친목 도모와 활발한 정보 교환을 가능케 하는 포털 개념으로 봐달라"고 호소했으나 대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회의에서는 거수를 통해 의장단에서 제기된 문제는 원안대로 하되 어플리케이션개발비 항목은 삭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총 5억 579만 918원 예산안을 확정했다.

한편 회칙상 정족수 충족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맞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번 회의를 통한 결정이 과연 효력을 가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 참석 인원은 전체 120명 중 61명으로 의결정족수를 만족했으나, 1부 개회식이 끝난 뒤 상당수 돌아가 2부 본회의까지 남은 인원은 40여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장락 의장(최장락내과의원)이 "편의상 처음 참석한 의견정족수 인원 61명을 기준으로 하고, 중간에 돌아간 사람은 기권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향후 이의가 제기될 경우 이번 회의 결과가 전면 무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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