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효과연구회 학술위원 맡은 김 현 아 한림의대 교수

"신약이라고 모두 좋은 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약은 임상연구에서 제약회사의 바이어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약물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단기 데이터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신약은 비싸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부담이다. 비교효과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CER)를 통해 어떤 약이 가장 비용대비 효과적인지 알아내야 한다"

 
지난 2월 말에 창립된 비교효과연구회 학술위원 한림의대 김현아 교수(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의 말이다.

비교효과연구회는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만든 연구회로 한양의대 유대현 회장(한양대 류마티스내과)이 수장을 맡았고, 실질적 기획과 운영은 김 교수가 진행 중이다. 현재 연구회 조직을 꾸리는 중이라고 했다.

의사가 약물을 선택할 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비교효과연구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출범 이후 신약 위주의 비싼 약 처방으로 악화되는 보험재정을 개혁하기 위해 실제 진료 상황에서의 임상적 효과와 경제성 분석을 시작했다.

최근 영국 NHS에서도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을 통해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의료기술평가 연구 수행을 위해 2009~2010년에 720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신약이 과연 좋은 약인가에 의문
그는 "비교효과연구란 최선의 진료가 될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대안적 중재를 비교하는 것이다. 약품과 약품을 비교할 수도 있고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처럼 서로 다른 것을 비교할 수도 있다"며 "여러 대안 중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찾는데 비교효과연구가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약이 과연 새로운 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걸까?'라는 의문이 그가 비교효과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처방을 하다보면 오래된 약들이라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신약이라고 효과가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경험에서 나온 호기심이라고 했다.

그는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생물학적제제가 환자의 치료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전부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항류마티스약제(DMARD)나 생물학적제제 등에 대한 비교효과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임상에 있는 의사들조차 어떤 약물이 더 효과적인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더 많은 비교효과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생물학적제제보다는 오히려 국제 질병활성도 평가 기준인 DAS28 등이 제시되면서 환자의 과거와 현재를 평가할 수 있게 됐고 치료 패러다임도 바뀌었다"라고 평가했다.

CER 절실하지만 현실은 척박

약물에 대한 직접적 비교연구(head to head comparison trial)는 의료진에게 최고의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지만 생각처럼 이 연구가 녹록치 않다.

우선 류마티스관절염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진료 환경이 열악하다. 그는 "대부분 외래 진료를 받는데 짧은 외래 시간에 28개 관절의 활성관절 측정과 정량적 방사선 판독 등을 하기는 너무 어렵다"며 "의료수가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연구는 커녕 데이터 모으는 것조차 호락호락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비교효과연구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도 문제이고 연구에 사용할 약물 비용도 연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기획 과제들의 평가 지표도 연구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부기관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과제들은 연구기획 과제를 평가할 때 특허 등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원하고 성과지표가 멋지지 않으면 이후 펀딩을 받기 어렵다"며 "진흥원만이라도 한 곳에 쏠려 있는 펀딩을 기초연구에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아쉬움을 얘기했다.

그는 앞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분석해 2차약을 처방할 때 다빈도 처방되는 약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처방 패턴의 근거도 알아내 비교효과연구회를 정착시켜 볼 작정이라며 웃는다. 그 웃음 속에 비교효과연구회의 비전도 같이 들어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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