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고시 개정해도 6~7월 돼서야 업무 시작

시장에서 실패한 자동차보험 심사업무에 정부 개입이 늦어짐에 따라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책임을 방기한 채 고시 개정을 미루고 있어 발생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 의료계 "이관 의도 좋지만, 잘못된 부분 개정 후 시행"

의료계는 국토부에서 현행 고시의 잘못된 부분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재정적 피해와 시간 부족으로 업무 이관만 서두른다면, 문제 해결보다 불거질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달 열린 마지막(3차) 간담회 때도 의료계는 잘못되고 애매모호한 고시 내용에 대해 수정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1년에 20건 미만의 소수 의료기관에 한해서만 서면 제출이 가능하다'는 청구매체 고시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제기했다. 현재 건보법에서 서면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자보 역시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심평원은 "굳이 EDI 시스템이 잘 잡혀 있는데도 방대한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주장은 전자화를 어렵게 하려는 꼼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EDI를 시행하지 않는 0.1%의 요양기관은 물론 서면을 원하는 기관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고 전면 반박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현행 고시에서 보험업계에만 주어진 이의 제기권을 의료계에도 동등하게 부여하라고 주문했으며, 지불보증 철회와 지급한도 초과 등의 문구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더불어 '보험회사가 환자납부액 세부내역을 직접 심평원에 청구할 수 있고, 이같은 청구 요청에 대해 의료기관이 30일 이내에 심평원에 진료수가를 청구해야 한다'는 부분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삭제와 수정에 이어 추가할 부분도 제시했다. 자보 기준에 대해 의료계와 심평원이 공동으로 협의회를 구성, 정례적인 검토를 실시하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것. 더불어 심사담당자 실명을 기재하는 책임심사제도를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고시의 전면 재검토 및 개정 요구에 국토부는 "우선 개정 없이 현행대로 시행하면서 잘못된 점은 차차 고쳐 나가자"고 독려했다. 이에 의료계는 "대충 넘어가기식 행정은 용납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입장을 보였다.


- 개정 미뤄지면서 심평원 '업무 공백' 발생

국토부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차일피일 고시 개정이 미뤄지면서, 심평원 자보팀의 업무 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수백명 인력 및 100억원이 넘는 예산 확보, 전산시스템 구축, 각 사례의 DB화 등 준비를 마쳤지만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지연될수록 인력,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늘어나는 나이롱환자로 자보 부담이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자보 심사의 심평원 이관은 2009년 국토부-복지부-금융위-금감원-공정위-경찰청 등 6개 부처가 합의, 청와대에 보고 후 2011년 법이 개정돼 결정된 사안이다.

이에 고시 개정을 거쳐 지난해 8월 23일부터 심평원으로 이관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이관 지연에 대한 비판을 받자 "늦어도 내년 4월에는 시행하겠다"고 무마했다.

하지만 시행은 커녕 지금까지 고시조차 개정하지 않고 있다. 심평원은 "국토부가 지금 당장 고시를 개정하더라도 시범사업, 유예기간 등을 거쳐야 하므로 업무 이관은 6~7월에야 본격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국토부가 고시 개정을 더 미룬다면 시행이 하반기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의 통제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기 때문.

특히 하반기에 국감이 있어 국토부든 복지부든 업무를 방기한 책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들은 국토부가 하루 빨리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 잘못된 부분을 개정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심평원에서도 무조건적인 빠른 시행은 옳지 못하다는 의료계 입장에 동의했다. 시행 초부터 불평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심평원은 분쟁조정위원회와 보험업계 등에서 받은 DB들을 사례별로 묶어 기준을 만들었다. 앞으로 전문가 위원회를 결성, 해당 기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 보완을 추가적으로 거칠 예정이다.

한편 시행이 6~7월 이후로 예상되면서, 자보팀은 잉여 인력과 시간으로 인식 변화 업무를 진행할 방침이다. 공백기인 4~5월에 심사 위탁에 대해 자연스러운 수용이 가능하도록, 의료계와 보험업계, 대국민 상대로 교육 및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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