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약가협상 연구용역, 진짜 이유 따로 있다

"국회의원·언론·환자를 이용하지 말 것. 제약사에서 이 세 가지를 지키면 투명성 논란은 없을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의 투명성 강화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국감과 감사원 감사에서 투명성 논란을 제기, 시정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알려졌으나 실상은 달랐다. 약가협상을 진행하는 담당 부장은 "계속되는 지적에 오히려 공단은 문제가 없음을 해명하기 위한 연구"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단은 그 어느 기관보다도 협상에서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럼에도 국회, 외부 감사에서 주의를 받은 것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연구를 택했다.

그는 "제약사에 투명성을 요청하기 위한 판을 짠 것"이라며 연구의 속내를 드러냈다.

공단은 한 품목당 4~5번의 협상을 하며 지난해만 128품목, 즉 하루 2건에 달하는 협상을 진행한다. 두 명의 부장이 이를 위해 하루 한 품목과 관련된 자료를 분석하고 협상근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공단 내부에서는 투명성을 흔들만한 시간이 없다는 설명이다.

"투명하다는 것을 입증하라면 생중계도 불사 않겠다"

투명성은 오히려 제약사가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급평위 회의 보고서는 위원단들의 이름이나 소속 등이 게재되지 않는 반면 공단의 협상단원들은 모두 게재, 10년간 유지돼 책임이 분명하다는 것.

또한 협상을 위한 사례 분석이나 준거 등을 설정하기 위해 한 품목당 40쪽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어 협상에서의 객관성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공단이 얼마나 투명한 일 처리를 하는지, 또 협상을 위한 근거 마련에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위해 생중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제약사에서 국회의원이나 언론, 환자 등을 이용해 비밀유지라는 협상의 투명성을 깨면서 공단을 욕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두 기관이 비밀을 전제로 침묵해왔지만 제약사의 이러한 행보 탓에 잘 지켜지지 않아, 이번 연구를 토대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구용역 처음부터 난항..."공단 이미지 안 좋고, 약가 예민한 사안이라서"

이러한 공단의 의지와 달리 제약사들에게 투명성 요구를 위한 연구가 첫 발을 떼기는 힘든 모양새다.

지난달 중순께 공고를 냈으나 참가기관이 1곳에 불과해 유찰된 것. 제약 특히 약가와 관련된 연구를 다소 꺼리는 영향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교수와 기관들이 제약사와 연결된 부분도 많고 약가협상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연구진도 드물다는 후문이다.

공단은 18일까지 접수를 받는 것으로 재공고했다.

그간 약가협상에 대해 공론화하지 않아 공단 쪽에서 불리한 여론이 형성돼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공단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제약사는 물론 국회, 정부, 대국민 상대로 신뢰성이 입증되기를 고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오는 22일 제안심사에 들어가며, 선발된 기관은 3개월간 외국 약가결정 운영기관과 선행사례 등을 비교분석하게 된다.

연구를 통해 투명성, 공정성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향후 공단은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앞으로 연구결과가 향후 협상 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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