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공약 설전...후진적 공약이 더후퇴vs상반기 결정 기다려라



"그렇잖아도 후진적인 공약이 인수위 수정안으로 후퇴됐다. 공약을 비판했던 사람들마저도 초안을 지키라는 입장이다"

"아직 시행 계획도 안 나온 상태에서 전면 비판은 삼가달라. 늦어도 6~7월 상반기 안에는 3대 비급여 포함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이 주최한 보건의료정책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 공약 실현에 대해 야당-전문가-시민사회단체와 보건복지부의 확연한 입장 차가 감지됐다.

주제발표에서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토론회나 인터뷰 발언을 다 떠나서 문서화한 공약집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포함된다고 명시됐다"고 강조했다.

공약대로 이행하면 본인부담은 0원이 되지만 인수위 수정안에 따르면 현 진료비 대비 최대 경감폭은 25%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 "오해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크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정당, 정치인에게는 공약 실행의 책임이 있다"면서 "시행 계획을 수립할 때 현실에 맞게 수정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마이너 체인지에서만 가능하다. 4대 중증질환 공약처럼 메이저자체를 바꾸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3대 비급여는 4대 중증질환 부담액의 60%를 차지하며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끼쳐왔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들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 소요재정을 산출하고 단계별 시행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미 공단에서 재정 추계와 로드맵을 갖췄으니, 정부는 이에 맞춰 시행을 하면 된다"면서 "필요한 재원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국고지원 확대, 건강보험료율 인상,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해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주제발표에 대해 야권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너무 성급한 비판이라고 제지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3대 비급여 포함 건은 정부 내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공약으로 내놓은 만큼 지켜져야 한다"면서 "이제와서 국민이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공약으로 나왔을 당시 박 사무국장은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 반대를 표한 바 있다. 정책을 만드는 데 관여했던 진 영 복지부장관의 무지함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진 장관이 현재 의료계 실상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특히 환자의 선택이 반영되지 않는 말 뿐인 '선택진료비'를 두고 고급 진료를 운운하는 발상 자체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공약 제정 및 수정 시 병원에 방문, 환자와 면담만 하더라도 해당 비급여가 얼마나 부담이 되고 잘못된 정책인지 인지했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대국민 약속을 뒤집어버린 정부가 앞으로 과대, 허위 광고를 처벌할 근거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현행보다 겨우 10% 더 지원하는 것을 두고 전액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야말로 최악의 과대, 허위 광고"라고 비꼬았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대선 기간 동안 4대 중증질환 지원 공약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던 기자가 요즘에는 태도를 바꿔 그 공약만이라도 지켜달라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후진적이고 비형평적인 공약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안 대표는 현장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이 공약에는 3대 비급여 포함이 어렵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3대 비급여가 환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지만, 이를 보장하려면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정책일줄 알았다. 현실성이 부족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만약 진 장관이 공약을 만들고 수정할 때 한 번이라도 병원에 가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면 3대 비급여를 제외할 수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반면 손영래 보건복지부 4대중증질환 T/F팀장은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짜서 복지부에 전달만 된 상태"라면서 "앞으로 차관 임명도 남았고 인수위 수정안을 놓고 정부 측에서 구체적인 시행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손 팀장은 "6~7월 상반기 안팎의 시점에서 부처별 업무보고가 이뤄질 때 해당 계획안이 나올 것"이라며 "벌써부터 인수위 수정안을 높고 비판하는 것은 삼가달라"고 토로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나 의학적 필수의료 제외 등의 이유로 3대 비급여는 제외되는 게 맞으나, 실질적 환자 부담 완화라는 정부 목표가 있으므로 시행 여부는 더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이 후에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최기춘 연구실장도 "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나왔듯 전면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장성 확대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속히 불합리적인 제도의 수정, 보완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가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공급자 단체 없이 진행된 토론회에 다소 아쉬움을 표했으나, 토론자들 발언에 공감했다.

노 회장은 "여야 할것 없이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태"면서 "협회에서도 공약 파기를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해 환자단체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용익 의원도 "거짓 공약은 국가 발전에 위해가 된다"면서 "국민이 나서서 공약 파기 또는 후퇴를 용납해선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물론 민주통합당 당원들도 이번 공약 이행에 있어서 고심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문정림 의원은 "이번 토론회 내용들이 당과 정부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숙지하겠다"면서 복지위의원이자 여당으로서 정책 관련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부담과 임플란트 보험 적용 등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법제화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보장성 강화 정책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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