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식과 운동부족, 흡연 등으로 인한 현대인의 병으로 여겨져왔던 죽상동맥경화증이 반만년간 인류를 괴롭혀온 고질병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주리대 캔자스시티캠퍼스 Randall Thompson 교수팀은 서로 다른 인구집단에 속한 미이라 137구를 전신 CT 촬영한 결과 34%에 해당하는 47구에서 죽상동맥경화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오래된 미이라는 만들어진지 4000년도 넘었다.

대상 샘플은 고대 이집트인(n=76)과 고대 페루인(n=51), 뉴멕시코지역의 푸에블로족(n=5), 북태평양 알류산열도의 우난간인(n=5) 등으로 생존 연대는 기원전 3800년에서 기원후 1900년이었다.

Thompson 교수는 "거주지와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다양한 연대에 걸쳐 죽상동맥경화증이 유사한 수준으로 발견됐다는 것은 이 병이 고대인 전반에서 흔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인구집단 별로 분류했을 때 죽상동맥경화증이 확실하거나 의심되는 미이라는 이집트인 29구(38%), 페루인 13구(25%), 푸에블로족 2구(40%), 우난간인 3구(60%)였다. 발생 부위별로는 대동맥이 28구(20%)로 가장 많았고, 대퇴동맥 25구(18%), 슬와동맥 및 경골동맥 25구(18%), 목동맥 17구(12%), 관상동맥 6구(4%) 순이었다.

연령 추정 분석에서 죽상동맥경화증군은 사망 당시 평균 43세로 그렇지 않은 군 32세보다 나이가 많아 노화에 의한 질환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다만 죽상동맥경화증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는지 여부는 밝혀낼 수 없었고 성별 차이에 따른 유의성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집트인 미이라만 이용한 이전 연구에서도 죽상동맥경화증을 발견한 바 있다. 이 때 연구자들은 특권을 누리며 과도하게 영양섭취했던 사회 엘리트 집단 일부의 사례에 불과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평민층에 속했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미이라에서도 같은 질환이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Greg Thomas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극단적으로는 농경사회가 되기 전으로 되돌아가면 만사 괜찮을 것이라고 여겨왔다"면서 "그러나 청정 지역에 거주했던 고대 미이라에서도 관상동맥질환이 발견돼 이 생각이 완전히 뒤집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건강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Thomas 교수는 "심혈관 질환이 단순히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의 결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그래도 심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한 건강한 식단을 섭취하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영국심장재단 의학이사 Mike Knapton 박사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는 "동맥 석회화는 내분지 이상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CT만으로 죽상동맥경화증 여부를 알 수 없다. 또 죽상동맥경화증이 피할 수 없는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다수의 연구에서도 생활습관 요인과 심질환간의 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Lancet 온라인판에 공개됨과 동시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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