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TG·HDL·LP(a) 총공략 위한 선수층 보강 차원



스타틴 선발진 굳건…중간·마무리 계투진에 신병기 등장

지난해 11월 전세계 심장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는 지질치료 신약에 대한 2·3상 임상연구 결과가 대거 발표됐다.

HDL 콜레스테롤(HDL-C) 상승기전의 CETP 억제제(아나세트라핍, 달세트라핍, 에바세트라핍)와 LDL 콜레스테롤(LDL-C) 저하기전의 PCSK9 억제항체(REGN727/SAR236553, AMG145, RN316) 등 다양한 약물들이 개발경쟁을 펼치며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현재 의약계가 이상지질혈증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은 새로운 이슈와 대규모 신약군의 등장에 힘입어 일대 결전(決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고혈당·비만 등과 더불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높이는 주범이다. 의약계로서도 피할 수 없는 한판이고, 새롭게 등장한 신약들이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타틴 선발 돌직구로 정면승부
약물전략의 선봉(先鋒)은 스타틴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LDL-C 저하전략의 핵심인 스타틴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상대로 예봉(銳鋒)을 가다듬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주요표적은 여전히 LDL-C이며,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LDL-C 저하 및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는 약물이 스타틴이다.

임상연구들을 메타분석한 CTT(Lancet 2010;376:1670-1681) 결과에 따르면, 스타틴을 통해 LDL-C를 40 mg/dL 낮출 때마다 심혈관질환 이환률과 사망률을 22% 감소시킬 수 있다. 야구로 따지면, 낮은 방어율로 능력이 이미 검증돼 있는 선발투수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공이 묵직하고 빠른 돌직구로, 알면서도 처내기 힘들고 치더라도 멀리 뻗지 못하는 강력한 구력을 갖췄다. 2011년 발표된 유럽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LDL-C를 70 mg/dL 미만 또는 기저수치시점에 비해 50% 저하시킬 경우 심혈관질환 예방의 최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스타틴 단독요법으로 이 같은 목표치의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스타틴은 강력한 LDL-C 저하효과를 기반으로 힘의 대결, 즉 정면승부를 펼친다. 현재 LDL-C 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은 ‘the lower, the better’의 개념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선발진 전략의 승산이 상당히 높다.


고지혈증에서 이상지질혈증으로
이렇듯 스타틴을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질치료 분야에서 추가적 혜택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새로운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LDL-C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복잡한 병태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돌직구가 주무기인 선발투수만으로는 9회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대는 장타자, 교타자, 좌·우타자, 호타준족 등 다양한 공격력으로 진루와 궁극적인 득점의 기회를 높인다. 이렇게 두터운 선수층으로 가공할 공격력을 갖춘 현대야구에서 선발투수의 힘만으로는 승률을 높이기 힘들다. 중간과 마무리를 책임질 계투진이 필요한 이유다.

이상지질혈증의 병태개념 변화가 이와 같은 양상이다. 유럽심장학회(ESC)는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별도로 구분해 치료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지질이상은 더 이상 고지혈증(LDL-C, 총콜레스테롤)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HDL-C와 중성지방(TG)의 이상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병태로 진보했다.


“잔여 위험도 관리해야”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와 관련해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LDL-C가 70 mg/dL 미만인 경우에도 TG가 높고 HDL-C가 낮으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이 증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계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특성을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만 TG와 HDL-C가 LDL-C와 같은 심혈관질환이 위험인자인지, 예측인자인 마커(marker)에 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들 인자의 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며 “TG와 HDL-C를 이차 또는 선택적 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지질혈증의 다양한 공격력이 확인된 만큼, 이를 막아내는 수비전략도 다변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선발진의 한계를 극복하고 힘을 보탤 중간·마무리 계투진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들은 상대 타자의 특성을 공략할 수 있는 구질을 갖춰야 하며, 선발투수의 수비력 여하에 따라 투입시기가 결정돼야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경우 TG가 높고 HDL-C는 낮은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여타 지질치료제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치료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거나 예고하고 있는 약물들이 바로 피브레이트, 나이아신, 오메가-3 지방산, CETP 억제제, PCSK9 억제항체 등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에서도 10구단 창설을 놓고 많은 부침이 있었는데, 이상지질혈증 치료 분야 역시 혁신적 기전의 또 다른 지질치료제를 추가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스타틴으로 치료가 힘들거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타깃으로 등장한 신약 PCSK9 억제항체가 우선 관심대상이다. 2상 임상연구에서 최대 50~70%의 LDL-C 조절효과를 보고했다. 3상까지 성공하면 스타틴과 더불어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을 완벽하게 커버할 것으로 기대된다. LP(a) 저하효과까지 보고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피브레이트는 고TG·저HDL-C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낮춰 타깃치료 효과를 검증받았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김효수 교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스타틴으로 잘 치료받고 있더라도 잔여 위험도를 고려해 피브레이트를 사용해야 한다”며 “스타틴과 피브레이트만으로도 90% 정도의 지질이상 환자들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메가-3 지방산도 TG 감소 이외에 항혈전, 항산화, 항염증 효과 등으로 무장하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체계의 완성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약물 가운데서는 나이아신이 가장 강한 HDL-C 상승효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IM-HIGH 연구에서 심혈관사건을 줄이지 못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아웃컴 연구인 HPS2-THRIVE 최종 결과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HDL-C 조절전략의 왕좌를 자처하고 나선 CETP 억제제 역시 dal-OUTCOMES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00% 대의 HDL-C 상승효과를 갖추고 혈압상승 부작용이 없는 아나세트라핍의 3상 임상연구(REVEAL)가 진행 중으로 최종 향배는 더 지켜봐야 한다.


임상의 역할 중요
물론 상대의 전력에 맞춰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때문에 전략 다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약물처방의 당사자인 임상의들이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틴과 피브레이트에 이어 나이아신, 오메가-3 지방산, CETP 억제제, PCSK9 억제항체까지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검증받으면 지질인자 100%를 커버할 수 있는 완벽한 게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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