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주 대한심장학회 이사장(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적극치료’,‘LDL·TG·HDL, LP(a) 공략’,‘생활요법’에 방점
지질조절 더욱 엄격하게…신약 임상 혜택 검증 필요

“최근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전하는 핵심 메세지는 ‘보다 엄격한 지질조절’로 함축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LDL 콜레스테롤(LDL-C) 70 mg/dL 미만 목표치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이상지질혈증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LDL-C와 함께 중성지방(TG), HDL 콜레스테롤(HDL-C), LP(a), apoB 등 여타 지질인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및 임상연구를 비롯해 국내의 이상지질혈증이 서구인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전략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현재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는 LDL-C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총괄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LDL-C는 여전히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주요 표적이자, 스타틴을 통한 적극적인 지질조절이 치료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편, HDL-C·TG 등이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인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LDL-C 조절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높은 TG와 낮은 HDL-C에 대한 공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심장학계를 이끌고 있는 오동주 대한심장학회 이사장(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은 최근의 이상지질혈증 치료동향과 관련해 ▲스타틴을 통한 적극적인 LDL-C 조절 ▲LDL 외에 TG·HDL·LP(a) 등 여타 지질인자의 공략 ▲치료전략으로서 생활요법의 역할 강화 등을 변화의 흐름으로 내세웠다. LDL-C 저하기전의 스타틴을 통한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을 필두로, LDL-C 조절 후에도 남아 있는 잔여 위험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하나의 치료전략으로 인식하고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동주 이사장은 더불어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연구의 진행 등 학계의 부단한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며 범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 지난 2011년 유럽심장학회(ESC)와 동맥경화학회(EAS)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들 가이드라인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동향의 흐름은?

ESC·EAS 가이드라인의 새로운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LDL-C 저하치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2004년 발표된 미국의 NCEP ATP III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위험군의 LDL-C 목표치를 100 mg/dL 이하, 초고위험군에서는 선택적으로 70 mg/dL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고위험군의 범위가 일부 확장됐으며, 치료 목표치 역시 70 mg/dL 미만(또는 기저치로부터 50% 이상 감소)으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초고위험군의 LDL-C 70 mg/dL 미만 목표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NCEP ATP III 가이드라인, 2007년 유럽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그리고 2011년 ESC·EAS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 변화의 흐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보다 엄격한 지질조절’로 함축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 여러 가지 새로운 점이 주목된다고 했는데, 나머지 부분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4군(초고, 고, 중등, 저위험군) 으로 세분하고, 각 군에서 지질수치에 따라 치료방침을 구분했다는 것이 새롭다. 또 이상지질혈증 진단에 있어 LDL-C의 중요성과 함께 HDL-C, TG, Lp(a), apo B, 그리고 비HDL-C 등과 같은 각각의 지질분획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뤘다. 지질치료 목표에 있어서도 비HDL-C, apoB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능성식품, 특히 식물성 성분인 피토스테롤(phytosterol)이 풍부한 음식을 지침에 소개했으며, 유전적인 이상지질혈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권고안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것이다. 생활습관 개선이 환자에 대한 권고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치료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 유럽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LDL-C가 70 mg/dL 미만인 경우에도 TG가 높고 HDL-C가 낮으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이 증가한다”고 명시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특성이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잔여 위험도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주된 목표가 LDL-C를 낮추는 것이라는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높은 TG, 낮은 HDL-C 등이 심혈관질환의 추가적인 위험인자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LDL-C를 조절해도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보이는 환자들은 심혈관질환의 잔여 위험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실제로 임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으며,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들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치료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 스타틴을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질치료 분야에서 추가적인 혜택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CETP 억제제나 PSCK9 억제항체 등 새로운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나?

현재까지 스타틴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약제이지만, 스타틴 하나만으로 모든 이상지질혈증을 완벽하게 조절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잔여 위험도를 가진 환자들의 경우, 스타틴을 보조해줄 약물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피브레이트, 나이아신, 오메가-3 지방산 등의 약물이 현재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보다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 TG가 높고 HDL-C는 낮은 병태를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 지칭한다. 또 이러한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더 높다고 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초저밀도지단백(VLDL)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증거는 미약하다. 하지만, 동맥경화에 있어서 작은 초저밀도지단백(small VLDL, VLDL remnants)이 LDL이나 중간밀도지단백(IDL)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TG가 많이 포함된 큰 VLDL 입자 자체가 직접적으로 동맥경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VLDL remnants의 잠재적 위험(atherogenic potential) 때문에, VLDL 중성지방이 증가돼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TG가 증가하면 small LDL 입자의 생성이 증가하고 HDL-C 수치가 감소하게 되며 신체가 혈전생성에 더 취약한 상태로 변하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심혈관 위험도를 높이는 기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나 잔여 위험도 극복을 위한 치료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피브레이트, 나이아신, CETP 억제제, PCSK9 억제항체 등의 역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스타틴 하나만으로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을 모두 조절할 수는 없다. TG가 높거나 HDL-C가 낮은 환자들의 잔여 위험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타틴과 다른 약제의 병합치료가 필요하다. ACCORD-Lipid 연구로 볼 때, 제2형당뇨병 환자 중 TG가 높고 HDL-C가 낮은 그룹에서는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합요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생활습관 개선과 피브레이트의 효과를 강조한 것이 주목된다. 나이아신 역시 TG를 낮추고, HDL-C를 올리는 효과가 탁월하다. 최근 AIM-HIGH 연구가 지질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적인 이득이 없어 중단됐고, HPS2-THRIVE 연구에서도 임상적 이득이 없었다.

새로운 약물인 CETP 억제제는 HDL-C를 증가시키는데 있어서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져, 스타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로 생각된다. TG나 HDL-C를 약제로 조절하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으나 이러한 지질의 변화가 죽상경화 및 혈관질환의 변화를 가져와 임상적 이득이 된다는 점까지는 아직 증명된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PCSK9 억제항체는 PCSK9이 LDL 수용체에 결합해 LDL 수용체를 감소시키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LDL-C를 감소시킨다. 최근 발표된 2상 임상시험에서 비교적 훌륭한 약효와 안전성이 보고돼 장래가 촉망받는 약제다. 하지만, 이 약제 역시 이상지질혈증의 원인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임상적 이득이 있는지는 아직 자료가 많이 부족한 상태다. 연구결과들을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유병특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특성과 이에 따른 치료전략에 대해 말씀을 부탁드린다.

동아시아인의 유전자적 취약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LDL-C의 상승보다는 식이습관에 따라 TG가 높고 HDL-C가 낮은 이상지질혈증의 유병특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유병률과 이에 따른 치료전략에 대한 자료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같은 약제라 하더라도 체구가 작은 동아시아인에서 효과와 안전성, 임상혜택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는 서구의 연구를 참고해 지침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슷한 식이습관을 공유하는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및 임상연구를 비롯해 국내의 이상지질혈증이 서구인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전략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