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룽랏·래플즈·아폴로병원 등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외국인 환자가 전체 환자 중 3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환자 유치 상위 병원"으로 꼽히는데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는 병원이라면 한번쯤 이들 병원을 방문해봤을 것이다. 들끓는 과열 벤치마킹 열기에 업무와 환자 진료에 방해가 된다며 "한국 병원 방문 금지"를 선언한 병원이 생길 정도였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나름의 경쟁력으로 무장해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면, 이들 병원도 가만있을리 없다. 간접적인 벤치마킹을 돕기 위해 병원들의 최근 동향과 내세우는 경쟁력을 살펴봤다.

범룽랏, 대기시간 줄이고 수가 투명하게

범룽랏병원(Bumrungrad Hospital)은 의료관광을 대표하는 태국의 종합병원이다. 매년 190개국으로부터 45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다. 하루에 범룽랏을 찾는 외국인환자는 무려 1000명으로, 일일 환자 4000명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서비스가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유럽, 미국인들의 비중이 50%가 넘는다.

범룽랏은 잘 알려져있는대로 화려한 시설이 장점으로 꼽힌다. 병실은 워싱턴 DC 파크하야트 호텔의 외관을 본땄으며, 시설은 메이요클리닉을 모방했다. 질높은 서비스에 호텔급 시설, 높은 영어 수준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범룽랏은 최근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고 최적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를 겨냥한 듯, 환자가 3시간 기다려 30초에 불과한 진료는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병원이 빛의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

병원측은 "평균 17분 가량을 진료하고 있으며, 진료시간 자체보다 환자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환자 접점지역에서 통합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IT솔루션을 통해 업무시간을 단축했으며, 환자를 상대한 경험이 많은 의사 약사는 물론, 접수직원까지 전문가를 초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룽랏은 UAE, 쿠웨이트 등에 "Lifeline Hospital"을 추가로 오픈해 영역을 확대한다. 그저 치료만이 아니라 건강검진이나 노화방지 등 일상생활에서의 건강관리까지 관할한다.

범룽랏이 글로벌 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세우는 것은 의료서비스의 질이다.200명 이상이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딴 전문의이며, 유럽 ,일본,호주 등에서 훈련받았다. 홈페이지에 입원환자 사망률을 공개하고, 불만이나 분쟁이 생길 시 태국의 소비자 보호기관이나 경찰, 법정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또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다. 치료에 따른 예상견적을 뽑을 수 있다. 50%는 예측치를 벗어나지 않으며, 높거나 낮아도 25%가 넘지 않게 설계된다. 투명한 견적과 고무줄이 아닌 정형화된 수가 산정을 통해 환자의 신뢰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래플즈, 피부미용 정신건강까지 세심하게

래플즈메디컬그룹은(Raffles Medical Group)은 래플즈병원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전역에 60여개의 전문클리닉을 운영하는 사립병원이다. 샴 쌍둥이 수술로 유명해진 래플즈는 전체 환자의 35~40%는 100개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이다. 우선 이들을 위한 보험 혜택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래플즈병원에는 암센터, 신장센터 등 총 20 개의 전문센터가 있다. 최근 주목할만한 것은 중증질환이 아닌, 에스테틱 등 휴식과 미용의 영역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톡스, 필러, 노화방지, 건강관리서비스, 마사지 등의 에스테틱 △스트레스, 최면술,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의 상담센터 △배근육과 등근육을 위한 운동 등 스포츠 프로그램, △관광객을 위한 신장투석 등을 마련했다.

가까운 나라인 아시아권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세심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인 치과의사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 홍콩과 상하이에는 별도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일본에도 만든다.

일본은 아예 피부과, 부인과, 소아과, 치과 등의 별도 일본인 전용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환자를 위해서는 중의학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소아근시, 암 보완치료, 건강관리, 통증관리, 환자 재활, 피부관리, 체중관리 등을 포함한다.

특히 래플즈는 대중을 대상으로 흥미있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등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 커뮤니티채널을 통해 "ASK RMG"를 운영, 건강관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세히 답변한다. 음식과 운동 등의 건강정보에도 주력한다. 매주 의료진과의 "런치 데이트"를 통해 의료진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 등 특별한 건강관리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폴로, 원격의료 활용하고 질 높여 도약

인도의 아폴로병원(Apollo Hospitals)은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영리병원으로 53개 체인으로 구성돼있다. 2010년 50여개국, 8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환자를 받았으며, 최근 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폴로는 국가 차원의 의료산업 육성정책과 맞물릴 정도로 자국 시장부터 기회가 많다. 인도는 의료인프라가 열악하다. 미국은 250명에 1병상인 반면, 인도는 1050명에 1병상에 불과하다. 현재 민간에서 80%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만큼, 10억명에 달하는 인도의 인구부터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병원측은 보고 있다.

아폴로는 IT업체, 의료기기업체, 콘텐츠 제공업체 등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도모한다. 가장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인도의 IT 강점을 활용한 원격의료다. 국경이 없는 병원의 필수적인 선택으로 원격의료를 선택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미 "원격의료 네트워크 재단"을 설립하고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 등 서남·중앙아시아, 아프리카 9개 국가에 원격 의료거점을 설치했다. 환자 의뢰, 사후관리 등 원격의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근거중심 치료를 강조하고 교육을 강화한다.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1000명이 넘는 숙련된 의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병원측은 "숙련된 의사들의 술기가 곧 병원의 경쟁력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에서 가장 좋은 치료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 각 병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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