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한국의료시뮬레이션학회 회장


"미국 텍사스의 군 의료시뮬레이션센터에서는 이라크 전쟁 현장을 똑같이 만들고 여기에 골절, 출혈 등을 당한 외상 시뮬레이터를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 이것이 공학적개념의 시뮬레이션이라면 의료 시뮬레이션은 교육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환자들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이 진료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사들이 실제 상황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줄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의사도 문제고 더 나가 환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의료시뮬레이션이다"
임태호 한국의료시뮬레이션학회 초대 회장(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의 말이다.

임 회장은 혈압 변동이 가능하고 심장 박동이 들리고 약을 주었을 때 반응하는 등 환자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의사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료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한다.

간단하게 말해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인 것.

전공의 교육으로 적격
과거에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선배나 스승에서 도제식으로 수술을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심정지, 기도폐쇄, 가상수술, 현관조형술 등의 상황을 연출해 그 상황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수련을 받는 의사도 도제식보다는 더 빨리 배울 수 있고 또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여러 장점이 많다"라며 "환자도 시뮬레이터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의료 시뮬레이션의 장점을 말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응급처치용이나 복강경수술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한 의사 교육이 활성화 돼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병원 응급의학과는 레지던트 수련프로그램을 모두 의료시뮬레이션으로 바꿨고, 소아중환자실은 시뮬레이션실이 따로 있어 레지던트들이 환자 처지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하고 처치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병원 내과 레지던트들은 대장이나 위내시경 시뮬레이터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환자에게 시술하도록 하는 자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문의 자격시험을 의료시뮬레이션으로 치르고 있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마취과 전문의시험을 의료시뮬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의료시뮬레이션 상황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그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에는 고기능 시뮬레이터가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들도 응급의학과나 마취과, 산부인과, 간호대학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한양대병원도 응급의학과와 마취과만 시행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의료시뮬레이션 센터 활성화 방안 기획
의료시뮬레이션학회가 창립한 것은 이런 국내의 열악한 상황을 개척하기 위함이다. 그를 포함한 세계의료시뮬레이션학회(IMSH)에 참석하던 사람들이 국내 모임의 필요성을 느껴 의료시뮬레이션 교육자모임(MeSEM)을 조직하고, 이 모임을 토대로 2009년 한국의료시뮬레이션연구회 설립한 후 지난해 9월 15일 의료시뮬레이션학회를 창립했다.

그는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진행했던 시뮬레이션 용어 표준화 작업과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끝냈고 학술지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며 "의대에 있는 고기능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교육 시키는 방법과 수련시키는 방법, 시나리오 개발, 센터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시뮬레이션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도 가상 수술을 하면서 환자의 피부와 똑같은 촉감과 3D영상을 이용한 상황연출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의료시뮬레이션학회는 오는 5월 25일 고려의대에서 의료시뮬레이션의 평가와 연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