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졸업생 98% 전문의과정 이수는 과잉투자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사면허제도"의 개선 논의가 의료계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의대입학생 정원 10%를 줄이자는 주장과 함께 자정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이어서 국민과 사회의 긍정적인 평가속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면허 취득후 단독 개원 진료가 가능하고, 일반 임상수련과정과 전문의 수련과정이 분리되지 않은 채 98%가 4~5년의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이중 90% 이상이 전문의가 돼 교수직과 봉직의 및 개원가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학회 등에서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전문의 과정을 마치는 것은 과잉투자이며, 전문의 과정을 마친다해도 일반의사로서의 소양은 선진 외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어서 교육 및 면허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의사면허제도와 관련해서는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주체에 대한 문제, 면허 취득후 단독 진료가 가능한 시점, 면허연장(갱신)제 도입 등이 최근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면허 부여와 관리 주체는 최근 WTO 도하개발아젠다 보건의료서비스분야 협상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의료인 진출 희망국으로 양허요구안을 제출한 나라는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인데 이중 미국·영국·캐나다는 상호면허인정 협상 주체가 민간단체여서 정부간 외교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해볼 우려가 높다.

이들 국가에서는 민간단체에서의 면허부여와 졸업 후 임상교육조건을 요구하고, 매년 1~2년을 주기로 면허등록비 납부의 의무조항 및 평생교육을 주장하고 있어 우리의 면허부여·관리와는 큰 차이가 난다.

안덕선 고려의대 의학교육학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의사 면허 부여와 면허관리도 민간단체(공익의사단체)가 주체가 되고 있다"며, 의사면허를 불필요하게 국가가 부여하고 통제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허관리를 민간기구로 이양할 경우 전문인 집단으로서의 자율성 확보, 스스로의통제기능과 자정작용, 사회적 신뢰성의 근간이 되는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면허 취득후 곧 개원 진료를 할 수 있는 점도 개정이 시급한 분야이다.

장현숙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위원은 "서브인턴십 제도가 없는 현재의 교육체계로는면허 취득후 개원 단독 진료는 어렵다"며, 임시면허를 먼저 교부하고 진료 실무경력 2년을 거친 후 단독진료가 가능토록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은 최근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2년의 수련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토록 관련법을 개정, 2004년 4월 1일부터 시행예정이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면허 연장(갱신)제"는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윤성 의발특위 의료인력전문위원(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발표로 한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제도는 연장이나 갱신이라는 "명칭"이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새로 시험을 거쳐 발급받는 것이냐는 오해(?)가 있었지만 보수교육과 연수교육 등을 강화해 나가야 진료의 질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불만이 삭고 있다.

의발특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이 제도는 "면허는 평생 유지되지만 진료할 수 있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7~10년마다 연장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고 말했다.

또 WTO시장 개방 대비 차원·통일후 대비·연수강화 시스템 마련을 위한 포석이며,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으로 의사수 감소를 외치는 의료계의 주장을 사회에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면허 연장을 위해선 최신 의학도서 구입, 학회 참석, 연수강좌 참석 등 전문지식을 꾸준히 습득하고 이를 학회 등이 인정하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 있는 이상 "취소"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보수·연수교육 등의 참석이 없거나 의료외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면 "면허"는 유지되지만 "전문의 진료" 등에는 차별을 둘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하는 서울·연세의대의 두교수는 "의사수가 많아지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한때 편도선 절제수술이 많았고 최근 맹장수술이 줄어든 것 등을 예로 들고 독일의 의사정년제나 멕시코의 의사 주당 3일 근무제 시행도 의사수가 많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의료계는 의사수가 많고 의료 질이 높아지면 수가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보험재정을 위해서도 적정 의사수와 질 향상이 국가 사회적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사회는 의료계를 불신하면서도 한편에선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전문화와 시스템을 갖추고 성실 신중한 자세로 최고의 진료를 하기 위해선 면허제도의 개선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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