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류마티스약물 투여 빨리 시작하라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전 인구의 1%가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관절의 파괴와 변형이 일어나 불구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골 미란의 발생을 억제하고, 이미 관절이 손상된 경우에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관한 지침은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발표한 것을 들 수 있는데 1996년에 발표된 내용을 올 2월에 개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통증학회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지침을 발표하였는데 내용은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미국통증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위주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지침에 대해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 발표된 치료지침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내용은 가급적 조기에 항류마티스약물(disease-modifying anti-rheumatic drug)을 시작하라는 것이고 질병의 상태에 따라 좀 더 심한 경과를 취할 것으로 판단될 때는 여러 가지 항류마티스약물을 병합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를 위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방법은 피라미드방법(build-up, step-up)으로 환자의 증상을 보아가면서 항류마티스약물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는 방법이다.

즉, 처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하다가 효과가 없으면 항 말라리아약제나 금 제제를 사용한다. 이렇게 해도 효과가 없으면 메토트렉세이트와 페니실라민과 같은약제를 사용하고 여기에도 반응이 없으면 여러 가지 실험적인 약물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이러한 방법에 의해 류마티스 관절염이 치료되어 왔는데 그동안의 치료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관절염이 계속 진행한다는 것이다.

즉, 90% 이상의 환자가 지속적인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관절염이 진행하여 관절의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과 골 미란을 포함한 관절손상은 절반이상이 발병 후 첫 2년 내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의 방법대로 관절염을 치료하면 언젠가는 관절염의 증상이 호전되겠지만 관절 손상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과를 바꾸어줄 수 있는 항류마티스약물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는 늦어도 3개월 이내에 항류마티스약물을 시작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미국통증학회에서는 메토트렉세이트, 설파살라진, 레플루노마이드, 이태너셉트, 인플릭시맵과 같은 다섯 가지 약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들을 조기에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들어 여러 종류의 항류마티스약물들을 함께 사용하여 관절염을 치료하는 것이 한 약제만 가지고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들이 있고, 항류마티스약물들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와 비슷한 정도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치료지침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반영되어 질병의 경과가 심할 것으로 판단될 때는 처음부터 항류마티스약물들을 병합하여 치료를 시작하라고 권고하고있다.

즉 발병 초기부터 여러 종류의 항류마티스약물들을 함께 사용하다가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면 점차 약제를 줄여나가는 방법(step-down)을 제시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있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는 질병의 경과를 바꾸어 줄 수는 없지만 관절의 통증을 감소시켜주기 위해 항류마티스약제와 함께 흔히 사용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골관절염에 비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의 사용에 따른 위장관 부작용이 2배 이상 많고 특히 저 용량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최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의 위장관 부작용을 줄여줄 수 있는 셀레콕시브와 로페콕시브와 같은 선택적 cyclooxy-genase-2(COX-2) 억제제의 등장으로 관절염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는 여러 가지 작용기전을 통해 소염과 진통작용을 나타내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전은 cyclooxygenase(COX)를 억제하여아라키돈산으로부터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COX는 내재적 형태의 COX-1과 염증에 의해 유도되는 COX-2가 있고 전자는 위장벽의 보호, 신장기능 유지, 혈소판 기능 유지 등과 같은 생리적 기능과 관련이 있고 후자는 발열, 통증, 염증과 같은 병리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통상적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는 COX-1과 COX-2를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에 소염 진통작용과 더불어 위장관 부작용, 신장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선택적 COX-2 억제제는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COX-1은 억제하지 않고 병리적 현상과 관계가 있는 COX-2만 억제하기 때문에 소염 진통효과는 기존의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와 같으면서 부작용은 훨씬 더 적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셀레콕시브와 로페콕시브와 같은 선택적 COX-2 억제제는 효과는 기존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와 차이가 없고 궤양, 출혈, 천공, 폐쇄와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더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의 위장관 부작용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에서도 선택적 COX-2 억제제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misoprostol 또는 proton pump inhibitor를 병용 투여한 경우에 비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미국통증학회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있는 경우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 인자들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선택적 COX-2 억제제를 사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모델을 사용한 우리나라의 비용효과 분석에서는 proton pump inhibitor를 병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미국통증학회에서 제시한 대로 선택적 COX-2 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생각된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위장관 부작용 예방 방법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부작용 발생시 치료에 사용되는 비용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장관 부작용으로 인한 수술비는 미국의 9%, 입원비 10%, 외래 치료 24%, 간 독성 7%, 신장 독성 19% 등으로 평균 11%의 치료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선택적 COX-2 억제제는 미국의 49%로 한국의 의료수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탓일 것이다.

만약 선택적 COX-2 억제제의 가격이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맞게 인하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선택적 COX-2 억제제를 사용해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위장관 부작용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즉 65세 이상의 노인, 위장관 출혈과 궤양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항응고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의 복합 사용시, 그리고 다른 만성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 선택적 COX-2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일 것 같다.

이상으로 최근 미국통증학회에서 발표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지침을 중심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급적 조기에 항류마티스약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질병의 경과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항류마티스약물의 병합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의 사용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한 치료지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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