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혈압학회 성명 "비만환자 RAAS 항진 → 혈압상승"
"비만 대책 안세우면 고혈압 큰 폭으로 증가할 것"


미국고혈압학회와 비만학회가 최근 비만성 고혈압(obesity-related hypertension)에 대한 권고성명을 발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일차선택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티아자이드계 이뇨제 등 여타 항고혈압제 모두 비만 환자의 혈압을 낮추는데 효과적이지만 비만이 혈압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나 약물 부작용 위험 등에 근거할 때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의 억제기전이 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고혈압학회지(J Clin Hypertens 2013;15:14-33)에 게재된 양 학회의 권고성명은 전세계적으로 비만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심혈관질환 사망의 주요 위험인자인 고혈압이 비만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데 기반하고 있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고혈압 발병의 75% 정도가 비만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지난 2005~2008년 사이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서 18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0.9%로 3명 중 1명이 혈압상승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만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과다체중(BMI 25 이상) 또는 비만(BMI 30 이상) 환자가 거의 70%에 육박한다.

학회는 "비만과 고혈압의 병리학적 연관성을 볼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향후 고혈압 유병룰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자료에서 비만 환자의 42.5%, 과다체중 환자의 27.8%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BMI 25 이상) 유병률이 31.9%로 미국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최근 5년간 3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유병률은 34.2% 더 높다. 고혈압 유병률(30세 이상)은 28.5%로 역시 성인 3명 중 1명 꼴로 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국의 권고성명은 비만성 고혈압의 병태생리학과 관련해 RAAS의 활성화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먼저 비만 환자에서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는데, 인슐린 관여에 의한 교감신경의 자극이 복부비만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교감신경의 항진이 레닌 분비를 자극하고, 레닌의 활성화에 의해 알도스테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성명은 비만성 고혈압 환자의 항고혈압제 치료와 관련해 두 질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항고혈압제의 선택에 있어 혈압강하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비만 환자에서 RAAS를 억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 시사됐다"고 성명은 밝혔다.

더불어 "비만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이 과도하게 발현되면서 비만성 고혈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에서는 ACEI나 ARB 제제가 일차선택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또 "RAAS를 억제하는 것이 베타차단제나 티아자이드계 이뇨제에 비해 신규 당뇨병 발생위험이 낮다"며 "제2형당뇨병 위험에 노출돼 있는 비만 환자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체중증가나 인슐린저항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당뇨병 환자에서 신장기능 보호 등이 RAAS억제제의 이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칼슘길항제 역시 비만성 고혈압의 치료에 효과적이며 체중증가나 지질이상과 연관이 없는 약제로 언급됐다.

이뇨제는 "혈압강하력과 비만성 고혈압이 소금 민감성이라는 점을 고려돼야 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지질과 혈당 모니터링이 동반되는 저용량 티아자이드(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 12.5~25 mg) 요법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베타차단제는 심근경색증, 심부전 등 특정한 적응증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했다.

한편 고혈압 환자에서 비만 치료약제로는 올리스타트와 팬터민 등이 언급됐다. 메트포르민과 인크레틴 제제(GLP-1유사체, DPP-4억제제)는 비만인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과 더불어 체중감소와 다소간의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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