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균 100시간에 가까운 주당 근무시간과 낮은 처우, 미흡한 수련 여건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고, 인턴제를 폐지하는 입법안이 나오면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이 의료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대한예방의학회는 6일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에서 "예방의학 전공의 수련 교육의 실태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동계심포지엄을 열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아의대 김유미 교수는 2012년에 수련받은 전공의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여건 및 교육 요구도에 대해 발표했다. 객관식과 주관식을 통한 조사 결과 전공의 수련과정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됐다.

먼저 체계적인 수련과정과 공통적 역량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도교수의 개인 성향에 따른 수련 과정의 차이가 크다 △자신의 서브 전공 이외의 분야는 데이터를 다루거나 공부할 기회가 전혀 없다 △전문의 취득 후 실질적으로 업무에 사용될 수 있는 지식이 공유되지 않는다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예방의학 전공의 과정의 정체성 문제에 의문을 가지는 전공의도 많았다. 대학원 학위생과의 차별성이 적고 연구, 교육 외 잡무 부담이 많으며, 경우에 따라 신분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또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선택 시 각 수련 기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수련 기관에 대한 학회 차원의 평가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보다 심화할 수 있는 교육과 수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파견 수련의 공식화 및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다른 분야 전공자와 경쟁하며 경험과 식견을 넓히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세의대 김현창 교수는 전공이 수련이 어려운 이유로 △예방의학 전문의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학습 목표가 아닌 수련 목표가 없다 △전공별로 요구되는 능력이 매우 다르다 △전문의 취득 후 진로가 불확실하다 △전공의 수련과 학위논문 지도를 모두 해야 한다 △지도의 주체가 교실인지 교수인지 불분명하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춰줄 기간이 부족하다 △전공의 지도에 할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등을 꼽았다.

그는 "우선 예방의학 전문의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파악하고 핵심 역량을 정의해 학회 차원에서 수련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전공별 특화된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기관별로 특화된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예방의학은 임상을 하기 싫어서, 임상을 못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전공의들에게도 환자가 싫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길, 그리고 임상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임상예방 도입을 앞두고 수련 기간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임현우 교수는 "이사회 통과로 임상예방이 교육 프로그램에 도입돼 향후 전공의 과정을 3년에서 4년으로 늘릴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인턴제 폐지를 앞두고 수련 기간을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임상을 마친 사람을 2년 프로그램으로 많이 끌어들여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임상예방을 가르칠 여력이 있는 수련 기관은 한 군데도 없고, 파견으로 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는 질병 위험요인 분석과 더불어 질병 예측 분야를 수련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공공의료와 일차의료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3년차 전공의들이 참석해 직접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도 가졌다.

아주의대 나원형 전공의는 수련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전문의 취득 후 어디에 취직할 수 있는지 어디에 구인공고가 나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유되고 있지 않다"면서 "학회 차원에서 나아갈 방향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의대 유창훈 전공의는 "전공의 선발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 의대에서는 진로 선택 시 예방의학에 대해 질문하고 조언받을 루트가 없다"면서 "TO를 적절히 배분하는 문제와 더불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재밌게 진행돼 예방의학을 제대로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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