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중심학습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의 사회는 정보통신시대 또는 지식산업시대라고 불리고 있으며, 지식정보산업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주변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지식의 증가량이 그 어느 시대보다 폭주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 지식이나 정보는 쉽게 낡고 쓸모 없는 지식으로 변해 버릴 수 있다.

즉 주입식 방법을 통해서 전달된 많은 양의 지식은 빛을 보기도 전에 필요 없는 지식으로 전락할 수 있는 초고속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며,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식을 창출하고, 조직하며 적용하는 등 지식의 질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포괄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수집하고 유효 적절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가치있고 생산적인 정보를 창출하며 실제 상황에 적용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을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 보다 더 요구되는 시기인 것이다.

이렇게 고차원적인 사고와 수행 능력을 요구하는 현 사회에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도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취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의학교육은 학생과 교수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dynamic interaction)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는 교수 위주의 일방적인 방향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양적 면에서는 어느 나라 교육내용 못지 않게 많은 발전을 하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학공부를 하는 동안 학생들은 무수히 많은 의학지식을 암기해야 하는데, 이때의 문제점은 학생들이 많은 학습내용들을 암기하는데 그치고 기본적인 원리,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거나, 실제상황에서 적용을 하는데 필요한 일반화된 지식으로 전환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적용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낀다는데 있다.

즉, "지식"과 "이해" 그리고 "적용" 사이의 불균형이 존재함에 따라 학생들은 시험을 위주로 주입식 학습을 선호하게 되고 진정 의학공부를 마치고 의사로서 환자를 다룰 때 필요한 의사결정 능력, 판단력 등의 고등사고기능은 소외시 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현재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의학공부를 마치고 전문의 과정에 있는 의사들에게도 해당된다.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듯이 의학에서도 임상치료에 대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발전해 가고 있다.

따라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보수집과 기술습득이 의학공부를 마친 후에도 "평생교육" 이념 하에 계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의학교육에서 학생들의 사고능력, 판단력, 의사결정능력 등을 함양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문제중심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이 소개되고 있다.

PBL은 소집단 토론 학습방법으로서 기존의 교수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중심 교육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학생중심 교육은 최근 변화하는 교육패러다임의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생중심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개인적인 특성, 즉 흥미, 관심영역 등을 중요시하게 된다.

또한 학습과정에서는 개별적인 경험과 배경 지식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학습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습득된 지식은 학생이 실제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학습상황에서 단순히 교수자가 전달해주는 지식을 가능한 한 많이 암기하고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학습자 중심의 교육에서는 교수자의 역할도 달라지는데, 교수자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학습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학습과정을 도와주는 안내자 또는 학습의 촉진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교수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해 주려는 노력을 취하거나, 잘못된 사고과정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되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그 현상이 사실이라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통해 학습자 스스로 문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학생과 상호작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교육에서 PBL은 7~8명의 학생들이 한 명의 교수자(tutor)와 함께 주어진 임상적 문제를 학습집단, 스스로 토론을 거쳐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고, 가설을 도출해 내며, 설정된 가설로부터 관련 분야의 학습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일정시간 자율학습을 통해 스스로 설정한 학습목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조직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관련 학습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즉 이러한 형태의 학습과정은 학생들의 탐구심을 강하게 요구하며, 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한다는 데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제중심학습은 학생들의 의사결정능력, 문제해결능력, 판단력 등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므로 초고속 정보화 시대에 지도력을 갖춘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자율학습 능력을 신장하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평생학습자로서의 태도 양성에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PBL은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교육방법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의학교육의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개발은 많은 노력들 중 가장 핵심적인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학교육에서도 새로운 교육방법으로서 PBL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무한 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PBL 수업은 더 이상 의학교육과정에서 소외될 수 없는 교육방법 중의 하나임이 학생과 교수에게 인식되어 확산되기를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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