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포괄간호시스템 도입을 통한 입원서비스 개선방안 공청회 개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한국형 간호간병서비스를 도입하려면 7조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0일 보호자가 필요 없는 환자중심의 한국형 간호간병서비스 체계도입 공청회에서 정형록 경희의대 교수는 "입원서비스 개선을 위한 재정 소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형 간호서비스 도입 시 병원급 의료기관은 적게는 3조4796억원, 많게는 7조6169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공단 일산병원, 한림대병원의 인건비 자료와 공단의 병상수 증가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통계지표 등을 토대로, 급성기 병원의 경우 적게는 2조3906억원에서 많게는 5조 정도가 소요되며, 요양병원은 최소 1조원, 최고 2조1303억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이는 간호인력 인건비를 비롯해 간호보조인력 인건비, 복리후생비, 소모품비, 감가상각비, 외주용역비, 수선유지비, 지급임차료, 기타 관리비 등을 모두 고려한 수치다.

수조원에 달하는 지출이 예상되지만 포괄적인 간호간병서비스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입원서비스 실태 및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맡은 안형식 고려의대 교수는 현재 간호시스템이 개인 간병인, 보호자 위주로 위생 등이 적절치 못함을 지적하면서, "병원 환경을 개선하고 간병비 및 보호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보호자 없는 병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포괄형 간호간병모델은 모든 환자의 간호 및 간병이 의료기관에서 고용된 인력으로 제공돼 입원서비스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개인고용 간병인과 가족의 상주를 제한해 병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 보호자 상주를 금지하고 면회시간을 지정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보호자 상주가 필요한 중증도 환자에 한해서만 보호자 대기를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의료기관은 일반병상운영수, 평균 환자수, 간호인력 1인당 담당환자수 등을 고시해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로써 의료기관의 신뢰도 향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간호간병인력 확충이 가장 먼저라고 견지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간호인력 확보에 대해서 고려의대 김현정 교수는 간호인력 배치 및 운영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간호사 공급은 물론 이직을 방지하고 유휴 간호사의 재취업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비율을 감소시켜 업무의 과중함을 감소시켜야 하며, 간호등급제를 개선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원료 현실화, 야간 관리료 신설 등 수가 개선이 가장 우선적이며, 이를 통해 병원에서 간호사 고용을 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불어 유휴간호사 재취업교육센터 및 간호사 인력고용정보센터를 개설하고, 병원 안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기존의 간호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책적인 지원과 인센티브 지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노조 "시대적 요구"-간호계 "간호사 복지 먼저"-병원계 "수가 현실화부터"

한미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보호자없는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운영위원장)은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만성질환자 증가 등으로 환자의 간병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체계적인 시행이 필요한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시된 간호사-보조인력이라는 포괄형 간호체계를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인 체계로 변경해 보조인력을 늘려야 한다"면서 "간호인력 수급난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병원 지원책 마련과 간호사 급여 및 복지 등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은 대한간호협회 최경숙 이사도 동의했다. 최 이사는 "인력난의 근본적인 문제는 근무환경의 열악함"이라면서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간호사 복지에 힘쓰고 임금을 개선하는 등 제도적,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계는 한국형 보호자없는 병원 도입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유인상 사업위원장은 "질 높은 입원 서비스와 환자 및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해서 간병서비스 제공에 대한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재정과 인적자원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이같은 사항이 충분히 마련됐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형 보호자 없는 병원을 위해서는 "현재 원가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입원료 수가를 개선해야 하며, 물가 및 인건비 상승률을 반영해서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의 업무 가중도를 낮춰주고, 간병 전문인력 양성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 시행을 위해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의료공급자에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되며 건보 재정 외에 추가적인 재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 사업위원장은 "무엇보다도 중소거점병원 등에서 충분히 인력수급 및 비용보상의 합리성에 대해 검토한 후, 점진적인 확대시행이 바람직하다"면서 현실을 반영한 순차적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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