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학교육의 문제점ㆍ개선방향

이번 특집이 계획하고 있는 바는 우리가 처해있는 새로운 세기 초반에서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점검하고자 함이다.

즉 앞으로 해결해야 할 국내 의학교육의 과제들을 논하는 마당이다.

조선말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의학, 특히 의학교육제도가 지난 100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서양의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던 시기부터 줄곧 조선시대 말기의 혼란기, 일제 탄압기, 광복에 따른 혼돈기, 그리고 6·25동란에 따른 궁핍기로 이어지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들이 점점이 이어져 왔던 한 세기였다.

그럼에도 국내 의학교육제도의 오늘의 현주소를 보면 오히려 우리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여건과 수준이 어떻게 해서 이나마 가능하였는가를 물어보게 되고, "오늘은 어제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역사의 본질을 생각하면 부끄러움보다는 자랑스러움이 앞선다.

다행스러운 것은 서양의학의 근대화 시기에 우리가 서양의학을 접하게 되었다는 역사성이다. 지난 100여년간 서양의학의 발전상을 돌이켜보면 근대의학의 근간이 되는 각종 병인성 세균의 규명; Albert Neisser의 임질균 규명(1879), Robert Koch의 결핵균(1882), Fritz Schaudinn의 매독균(1905), Paul Ehrlich의 Salvasan(606) 발명(1910), Alexander Flemming의 페니실린 발명(1928)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친 현대의학이 역동하던 시기였다.

바로 이 역사적인 시기를 국내의학계가 어려운 제반 여건하에서도 현대의학역사의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실로 다행스러웠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제도는 이렇듯 서양의학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숨가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임상의학만을 중심으로 하는 의학계의 발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의학관련 연구 또는 의학교육에 대한 개념 및 투자는 타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국내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의학교육이 일방적으로 너무 과다한 양의 지식을주입위주로 공급하였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다.

즉,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학문적 지식을 공급하기에 급급했던 결과 상대적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일반사회에서까지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의학교육 내에서 인성교육이 미국·유럽 등 여러나라에서도 강조되는 것은 현대사회 흐름의 한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 의학교육 제도라는 틀 안에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흐름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의약분업에 따른 갈등이 고조되던 2년여 전에 국내의학교육의 문제점이 새롭게 우리사회에 극명하게 조명된 것이 바로 "의사의 사회성"이었다.

즉, 의료행위라는 좋은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행위를 주관하는 의사그룹이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 주변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확인하면서 국내 의학교육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금껏 급변하는 자연과학적, 의학적 지식을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전달하기에만 너무 급급한 나머지 인문사회학 지식을 외면했던 결과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 내부 사정이 너무 부정적으로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의학교육의 주체인 국내 의과대학은 인문사회학을 의대 교육과정에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주길 기대한다.

그외 질적 측면에서 국내의학교육의 문제들이 심각한데도 의과대학이 마땅히 갖추어야할 제반 여건을 충족치 못하고 있는 몇몇 의과대학이 아직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히 염려스럽기 그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수년 전부터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과대학 인정평가의원회의 역할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내 의학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상기 언급한 몇 가지에 국한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의료행위의 사회성이 날로 커지면서 의학교육 제도에도 의학대학원 제도의 도입 등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의학교육의 질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키는가 하는 당면 과제를 놓고 국내 의학교육계는 국내외 연구결과 및 경험을 토대로 하여 통합강의, PBL, OSCE, SP 등에 관한활발한 토론을 거치면서 괄목할만한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룩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 의료계가 풀어야 할 난제중의 난제가 양·한방 제도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된다.

양·한방 의학제도가 양립 현존하는 상황은 서로가 건전한 공생을 영위하기에는 이미 그 한계점에 이른 지 오래 되었으며 이에 따른 문제점들을 여기서 열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양·한의학 제도가 발전의 상대편 발목잡기를 하기보다는 양 이해집단의 집단이기주의사고방식을 떠나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결국 의료 소비자인 국민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다.

이 어려운 과제 해결의 첫 걸음은 양·한의학 교육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 한국의학교육협회가 "의학교육과정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모색 토론회"를 마련한 것은 아주 작은 걸음이지만 뜻깊은 첫발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국내 양·한의학 의료계는 물론 관련기관·단체가 슬기롭게 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한세기간의 국내 의학교육제도 발전상을 돌이켜 보면 주어진 어려운 국내 사회여건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고 본다.

또한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의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료계의 틀 안에서, 닥쳐오는 WTO의 DDA(Doha Development Agenda)의 흐름에서 국내 의학교육제도가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 중 특유한 국내 현상인 양·한의학 양립제도에 따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여야 한다.

이 문제 해결에 교육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을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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