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목이 좋아야 훌륭한 집 짓는다

학생선발 기준과 문제점

의과대학 교육의 1차 목표는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재목이 좋아야하듯이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려면 먼저 자질이 좋은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의과대학 4년간 학생들의 학습량은 방대하다. 단시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보통수준 이상의 지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사는 날로 발전하는 새로운 의학 지식과 기술을 계속 배우고, 배운 것을 환자에게 적용해야 하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므로 사고력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근면·성실하고 정직한 성품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의예과 학생은 기본적으로 보통수준 이상의 학습능력과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학습능력과 자질을 단시간에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 학습능력 평가

학습능력 평가를 위하여 대입 수능시험과 고교 내신성적을 활용하고 있다.

수능시험은 전국적으로 똑같은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학 입학 후 학업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내신성적이 더 예측타당도가 높았다.

이것은 고등학교 전 과정의 학업성취도가 고등학교 3학년 말 어느 날 하루에 실시한 시험성적보다 학습능력을 더 잘 반영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수능시험 위주의 학생선발은 고등학교 교육을 입시위주의 교육을 조장하고, 난이도 조절의 어려움, 한번의 실수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반면 내신성적은 의예과 학생선발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성적을 부풀린 결과 의예과 지원자들의 내신성적 등급은 대부분 최상급에 속한다.

특히 학교간에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있으나 고교평준화정책으로 학교간의 우열을 가릴수 없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신성적의 학생선발에 유용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수능점수의 영역별 가중치를 주는 방법은 특별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안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자연과학적 기초지식이 풍부하면 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것은 사실이나 의학은 자연과학이며 동시에 사회과학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문과 출신 학생의 의예과 응시를 제한하거나 이과 출신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대구가톨릭의대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이과 교차지원을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지난 6년간 시행해왔다.

이 학생들의 의예과와 의학과에서 학업성취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의예과에서 문과 출신 학생은 사회계열 과목에서, 이과출신 학생은 자연과학계열 과목에서 약간 더 성적이 좋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기초의학과 임상의학과목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수능점수에 영역별 가중치를 주는 방법은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2. 창의력과 인성 평가

고등학교 교육을 전인적 교육으로 유도하고 아울러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도록 하기 위하여 대학입시에 논술시험을 부과하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평가자료로 활용하며, 인성 또는 지식이나 사고력 평가를 위하여 면접시험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의예과의 경우 논술시험은 대학입학 후 학업성취도와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으나 입시당락에는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의예과 지원자들은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의 편차는 적고 논술고사의 편차는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의 출결상황, 봉사활동, 수상경력 등도 입시자료로 활용성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최근 면접시험의 반영비율을 늘리고, 면접실시방법도 개선하고 있어 입시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는 있으나 의예과 입시에는 별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논술은 종합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시험하기에 좋은 도구이지만 논술주제가 의예과 학생선발에 적합한 것으로 선정되지 않으며, 채점에 객관성 유지가 어렵다.

면접은 단시간에 많은 학생을 면접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어렵고, 또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면접 점수의 격차를 좁혀 두었다.

따라서 입시당락에 큰 영향을 못 미치게 된다.


개선방향

1. 학습능력 평가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전인교육으로 유도하고 동시에 타당도가 높은 학습능력 평가 방법으로는 내신성적이 좋으나 고등학교에서 성적을 부풀리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또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으로 학교간 학업성취도에 차이가 있음에도 학교간 내신성적에차등을 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수능시험위주의 학생선발도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문제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의예과 학생선발만을 위한 입시방법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대학입시방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내신성적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적 부풀리기를 막고 학교간의 학업성취도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1, 2,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말에 매년 한번씩 일정 비율의 학생을 무작위로 표본을 뽑아(simple random sampling) 수능시험과 같은 학력 평가 시험을 치르고, 이 시험의 결과를 기준으로 각 학교의 내신성적을 조정하여 입시에 사용한다.

또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실제 수행상황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매년 평가하여 등급을매기고 그 등급을 내신성적사정에 반영하게 한다.

물론 이 평가의 기준은 전인교육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과 같은 수능시험도 병행하여 학생선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2. 창의력과 인성 평가

입학정원의 2~3배에 해당하는 학생을 학습능력평가로 선발한 후 면접시험으로 최종 선발한다.

이를 위하여 면접도구를 개발하고, 면접시험관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면접시간을 늘려 충실한 평가를 할 수 있게 한다.

논술은 의예과 지원자를 위한 주제를 선정하여 별도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러나 면접과 논술을 병행하는 것은 입시업무부담이 과중하여 현실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3. 입시 전담부서 설치

종합대학의 경우 의예과 학생선발을 대학 본부에서 전담하므로 의과대학이 관여하는 일이 별로 없다.

실제 의학교육을 담당할 교수가 학생선발에 참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 생각된다.

최근 여러 의과대학에 의학교육학과(교실)를 설치하여 의학교육개선에 힘쓰고 있다.

의학교육학과에서 면접도구개발, 면접시험관 훈련 등 학생선발방법을 연구·개발하고,입학 후 입시성적과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와의 관계를 분석하며, 인성영역의 평가(정의적 영역 평가)를 하여 그 결과를 학생선발과 의학교육에 반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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