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형우진 교수, 미국 소화기암심포지엄에서 발표

위암 로봇 수술에 대한 세계 첫 대규모 장기 데이터가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 대비 비열등함이 입증돼 향후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형우진 교수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심포지엄에서 "평균 46개월(20~89개월) 추적 관찰 결과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전체 생존율(OS)과 무병 생존율(DFS)은 각각 94%(p=0.625)와 92%(p=0.761)로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로봇을 사용하면 기존 수술을 더 쉽고 편하게 잘 할 수 있다"면서 "과거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장기 생존율을 비교해 수술법을 선택하는 고민을 했다면 이젠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로봇 수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위암 복강경 수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림프선 절제술에도 평균 50례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D2 이상 넓은 범위에서는 학습 곡선이 더 늘어난다.

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각 병원의 수술 건수가 많은 곳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만 해도 임상 환자가 많은 상위(high volume) 병원의 연간 위암 수술 건수가 10건이 채 넘지 않아 배우기 어렵다"며 "D2 림프절 절제술을 잘 하는 의사는 세계적으로도 50명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로봇 수술의 학습 곡선에 관한 소규모 국내 연구에 따르면 어느 정도 복강경 수술 경험이 있는 외과 의사의 경우 10례 미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 교수는 "경험상 로봇 수술이 배우기 용이하고 짧은 기간 안에 수술 시간이 안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환자 개개인에게 미치는 혜택은 크지 않지만 의사가 수술을 잘 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는 큰 의미를 준다"고 말했다.

더불어 "로봇 수술은 출혈량이 적고 의사의 피로도를 줄여 수술의 성공 확률을 높이며 재원 기간도 짧다"면서 "다른 장점이 있고 생존율이 저하되지 않는다면 로봇 수술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수술 대비 비열등성 입증

연구팀은 2005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 847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로봇 수술(n=313)과 복강경 수술(n=524)군 대부분 병기가 Ⅱ기 이상인 진행성 위함 환자로 적응증에는 차이가 없었고 수술 방법은 전적으로 환자가 결정했다.

처음 2년간 3개월에 한번씩, 다음 3년간은 6개월에 한번씩 추적 관찰됐고,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EGD)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 실시됐다. 또 수술 후 보조 요법으로 5-플루오로우라실 화학요법을 받았다.


그 결과 두 수술법의 전체 생존율과 무병 생존율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병기별로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로봇 수술의 재발률은 Ⅲ기 환자에서 35.5%로 복강경 수술군 26.1%보다 높았지만 Ⅰ, Ⅱ기 환자에서는 각각 1.2%, 10%로 복강경 수술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재발 양상은 국소 부위가 41.2%로 가장 많았고, 복막 23.5%, 조혈성 23.5%, Distant LN 11.8%였으며 복합형은 없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로봇 수술군이 54.5세로 복강경 수술군 59.3세보다 젊었고, 전체 절제 범위는 로봇 수술군 26.8%, 복강경 수술군 19.7%이었다. 수술 시간은 로봇 수술이 평균 219분으로 복강경 수술 149분보다 오래 걸렸다. 출혈량과 재원 기간, 소화 기능 회복, 유동식 기간 등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두 수술군 모두에서 수술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출발선이 달랐다는데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연구 시작점에서 복강경 수술은 이미 200례 이상 경험이 있었던 반면 로봇 수술은 첫 수술 때부터 모두 포함된 데이터다.

형 교수는 "로봇 수술의 초창기 데이터를 포함했을 때도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 결과가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수술 시간도 지금은 두 수술법 간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용 대비 효과는 아직 연구중

이날 플로어의 가장 큰 관심은 비용 대비 효과 문제였다.

초청 토론자인 버지니아 메이슨 메디컬센터 Donald Low 박사는 "미국에서 로봇 수술 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만 1540달러로 복강경 수술 3956달러보다 세배 정도 비싼 반면 병원에서의 이익은 수술 1건당 689달러로 복강경 수술 1671달러보다 낮다"면서 "아직까지는 로봇 수술이 기존 수술보다 큰 혜택을 주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비싸보인다"고 지적했다.


형 교수는 "로봇 수술 비용이 고가인 것은 소모품이 비싸기 때문인데 이는 의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로봇 수술의 비열등성이 입증됐고 그외 추가적인 단기 혜택을 고려했을 때 어떤 형태로 컨트롤할 것인지는 의료 시스템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비용 효과 분석이 힘들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현재 암정복추진기획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다기관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올 연말 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 진행된 암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형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컨셉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대부분 초기 암에서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진행된 암에서 복강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수술은 조직을 많이 건들이지 않고도 병변을 떼어낼 수 있어 아직 연구는 하지 않았지만 진행암에서 더 많은 장점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암 환자에 로봇 수술이 임상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연구를 준비 중에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IRB 승인을 받고, 내년 쯤 단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형 교수는 "더 어려운 범위, 넓은 범위에 대한 복강경 수술은 로봇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앞으로 복강경 수술과 마찬가지로 로봇 수술의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로봇은 능력 있는 외과 의사가 육체적으로 힘들어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유지해준다는 측면에서 더 좋다"면서 "로봇 수술은 외과 의사의 수명을 훨씬 길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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