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세계적 흐름

21세기를 맞이하여 의학교육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교육방법 내용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는 의학교육이 지난 한 세기 동안에 강조되었던 연구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중심과 학생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부연하여 설명하면 결국 인간중심의 교육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근본이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풍부한 교육은 곧 좋은 의사를 만들 수 있다는 등식은 깨지고 그것보다는 환자와 의료 그리고 이것을 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해의 강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1980년도 이후 지난 한 세기 동안 풍류 하였던 연구중심의 의학이 가져다준 결과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사회의 요구에서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하튼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21세기를 위한 의학교육 변화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무수히 접해왔고 내용은 한결같이 의학교육이 보다 인간 중심적이며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학생 중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데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난 한 세대 동안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 현재 의학교육의 세계적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의학교육의 흐름을 지난 30년 동안 변해 왔던 몇 가지 사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수업시간의 감소

종래 교과목 위주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교육자 위주의 교육정책을 펴 왔다.

그러므로 다른 과들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는 해당교과목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고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주입하기 위하여 가르치는 양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 결과 인간의 학습능력을 무시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생들은 과중한 수업부담을 안아야 했으며 이것은 교육의 촉진 효과보다는 저해 요소로서 작용한다는 것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수업시간을 줄이는 것이 교과과정 개선의 첫번째 목표가 되었고 세계의학교육학회에서도 강력한 권장사항으로써 수업시간의 감축을 권고하였다.

이런 결과로 현재 선진 의학교육국에서는 의과대학에서의 수업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돼 있고 주 1회 정도 오후 시간에 강의가 아닌 실험이나 또는 실습 또는토론수업 등 계획된 강의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교육방법의 변화도 동시에 일어나서 대규모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보다는 소규모문제중심학습이나 토론식 수업으로 많은 시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대규모 학생을 위한 강의는 하루 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보이지 않은 마지노선을 설정한 셈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

1950년도부터 케이스 웨스턴 대학에서 실시한 장기계통별 통합교육을 모체로 하여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

그중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에서 실시한 문제중심 학습은 1980년대 하버드 의과대학의 일부 학생에 적용한 결과 그 효율성이 입증된 후 현재 많은 대학들이 문제중심학습 교육과정으로 전환하고 있고 또는 부분도입을 하여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중심학습은 교수자 위주가 아닌 학생 스스로 소조의 일원이 되어 함께 공부하는 방법이다.

대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시간이 감소하면서 문제중심 학습 또는 10명 이하의 소조활동을 하는 교육방법이 대안적 방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소규모학생을 위주로 하는 수업의 방식에는 문제중심학습 이외에도 정신사회학적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Doctoring 수업이나 Journal Club 등을 활용하고 있다.


정신사회학적 교육의 강조

한동안 연구위주의 의학교육은 의학이 마치 자연과학처럼 비춰지는 기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위대한 병리학자 Virchow가 얘기했듯이 넓은 의미의 의학은 곧 사회과학이요,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은 의학 즉 의학이란 모든 학문을 총 망라한 종합과학이다.

학생들에게 무장된 기초의학지식이 환자나 사회에 적용될 때는 자연과학지식이 아닌 인문사회과학적인 적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위주의 전통적인 교육과정 하에서 한동안 등한시 된 정신사회학적인 측면의 교육 즉 인문사회과학 결여의 결과 의사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집단임에도불구하고 소비자인 환자들은 의료에 대한 불편을 계속적으로 호소하여 왔다.

아울러 의사들은 따뜻하고 인간을 배려할 줄 아는 직업이라는 인상보다는 냉정하고 바쁘고 항상 연구에만 몰두해야 하는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자연히 의학교육에서는 이런 점을 타파하고자 인간 및 사회에 관한 교육을 강조하게 되었고 모든 의과대학에서 의사와 사회 또는 환자와 사회 등의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교과목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과목들은 종례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던 기초자연과학의 시간을 대신하게 되었고 의학교육이 연구위주의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 위주의 즉 소비자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는 의학교육도 소비자를 바탕으로 하여 환자의 안위와 편의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실험교육의 현실화

과거 의과대학에서 기초자연과목실험은 백화점식 나열교육이었다.

즉 실험에서 정리된 공리, 정의 또는 법칙 현상 등이 중간 사고 과정의 단계없이 결과를 곧바로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전시효과 이외에는 주지 못하였고 많은 시간을 실험교육에 할애하였음에도 해당과목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또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해결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이외에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교육효과에 감소를 가져 왔었다.

아울러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현미경에 많은 시간을 의존하던 시간들이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교육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기초자연과학 교육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실험교육이 대폭 감소하였고학생들에게 불필요하고 비교육적이라고 여겨지던 실험은 모두 축소되었다.


조기임상노출

종래 전통적인 의학교과목 위주의 의학교육은 자연스럽게 의학교육을 기초의학과정과 임상교육과정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의학이 기초와 임상이 인위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며 제대로 교육된 기초지식이라면 임상에서의 적용이 가능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임상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기초교육에 대한 지식이 다 소실되어 버리고 임상에 적용되지도 않는 비교육적인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기초와 임상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을 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의학교육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졸업 후 실제로 나가서 의료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함께 교육시키게 되었다.

이런 결과로써 학생들은 장차 미래의 의사생활의 이해 및 예견과 기초학문에 대한 보다 더 진지한 태도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리고 임상에 진입하기 전 필요한 기본임상수기에 대한 교육이 1학년 때부터 교육이 강조되어 임상교육시점까지 계속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 인턴과정은 사라지고 본과 3학년이면 최소한 환자에게 문진과 진찰을 하여 문제점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습시간의 증가

전통적으로 강의에 의존하던 교육에 대한 비효율성이 제기됨에 따라 임상교육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던 강의실 교육은 점차 소멸되었다.

임상교육이란 학생들이 의사로서 활동할 동일한 환경에 노출시키고 학생들에게 적절한수준에 맞는 임무를 줌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임상교육이 임무위주의 교육이나 또는 실제적 업무를 집행함으로써 얻는 교육의 효과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라진 강의를 대신해서 임상실습기간이 증가되었고 대개 60주 이상 실시하게 되었다. 실습시간을 최소 70주 이상 시행하는 학교들이 생겼으며 면허취득을 위하여 학부과정 중 최소한 70주 이상을 요구하는 나라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임상교육의 추세는 강의실에서 하던 이론 교육에서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의료 실습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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