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와 임상 의학의 연계

기초의학교육은 기본적으로 일차진료의사의 양성이라는 목표를 가진 의과대학의 임상의학 교육을 위한 전초적 교육이며, 이는 의학교육의 단순한 도구과목이 아니라 임상의학 발전과 생명과학의 가교역할을 하는 힘이 되는 학문이다.

2000년 한국의학교육학회에서 발간된 "의학교육 백서 제2집"의 머리말에 이 영 회장은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 시작하였다.

"다가오는 21세기 한국의학의 미래는 현재의 의과대학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과 전공의의 교육내용과 환경의 정도에 따라서 좌우된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 의학교육의 위상이 한국의학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윤리의식과 지성을 갖춘 인격을 함양하며, 1차보건의료를 수행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국민건강증진과 의학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적으로, 기본적인 의학지식과 기술 그리고 올바른 의사로서의 태도 함양과 지역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습득 등을 구체적 교육목표로 정하고 있다.

이들 교육목표는 전통적 교육과정에서는 3학기 동안 주로 8개 기본 기초의학 교과목 수업과 2학년 2학기 이후 교과목 중심의 임상의학 교육을 통해 대부분 실현되고 있었다. 일부 의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합교육에 있어서는 1학년에서 기초간 통합교육 과목을, 2학년에서는 임상간 통합교육 과목을 운영함으로써 통합교육이 횡적으로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초-임상간 종적인 통합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목표 하나 하나에 대한 실현 가능성 문제와 이들을 교육과정에 고르게 반영하는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오늘날과 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학지식과 임상기술은 모두 다 배울 수도 없고 또한 모두 다 배울 필요도 없다.

의과대학의 기본 교육목표는 일차진료의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는 곧 지역사회에서 흔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학생들은 필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핵심적인 수행능력을 갖추면 된다.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임무인데 기존의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분리하여 교육하는 전통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목구분 없이 몸의 기관·계통별로 환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체계적인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교과목 중심의 강의 위주 주입식 교육, 교육내용의 연계성 및 관련성의 부족, 기본적인 임상기술의 부족과 문제해결 능력 함양에 대한 교육부족 등의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학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과목중심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통합 교육과정이나 문제중심 교육과정을 채택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과대학의 의학교육은 전반적으로 21세기에 대비한 우수 인재양성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교육개념과는 거리가 먼 매우 획일적이고 낙후된 교육으로 많은 문제를안고 있다.

이들 문제점을 요약하면, 첫째,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과 내용이 너무 획일적이다.

둘째, 완전히 수동적인 강의 위주의 주입식교육으로 학생 자신의 자율성과 능동성이 거의 무시되고 있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지 못하고 있다.

셋째, 기초와 임상의학 과목간 또는 각 임상의학 과목간의 연계성이 결여되어 있어 학생들이 이를 문제해결과정(임상실습)에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과대학 학부과정은 완성된 임상의사나 의학자를 교육하여 배출하는 것이 아니고, 졸업 후에 더 많은 교육을 통하여 훌륭한 의학자나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학원 과정을 통하여 의학자가 되고,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쳐서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전문의학 교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21세기에 한국이 요구하는 훌륭한 의과학자, 전문의 그리고 많은 의학관련 분야의 사회지도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쌓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의과대학이 시급하게 추진하여야 할 과제는 기초와 임상의학 교육을 대폭개편하여 21세기의 새로운 의학·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하고 특성화된 인재들을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21세기 기초의학교육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 분야 발전과 관련해서 미래의 의학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에는 의학 특히 생물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이며 분자 생물학,신경 생물학, 구조 생물학을 포함한 분자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생체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의학 분야에 새로운 시야가 펼쳐질 것이다.

의학의 이러한 발전은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등 기초의학의 전통적인 구분뿐만 아니라,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의학이 발달하면서 부적절한 식이, 약물남용 등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 외부환경이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중요 인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질병발생의 기초의학적 지식 외에도 질병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행동인자, 사회적 요인, 문화사회적 배경을 이해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과학, 사회의학, 질병역학, 생물통계학 등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의과대학에서의 기초의학 교육은 의학연구 자세와 방법, 그리고 임상의학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각 의과대학에서 교육하는 기초의학 내용과 방법, 강의시간이 거의 일정하였으며 많은 양의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21세기에는 기초의학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즉 의학지식의 전달만으로는 학생들 스스로 지식을 얻는 방법이나 창의력을 키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기초의학 교육과정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의학 교육은 기초의학 총론 및 기관별, 주제별 통합 개념으로 임상의학과 연계하되 임상의학 내용 이해를 위한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초의학 교육과정의 변화는 21세기 의학교육 발전과 관련해서 다른 어느 분야보다 두드러지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이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인식될 것이 확실한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이를 위한 의료의 내용과 형태가 여기에 맞추어 바뀌게 될 것이므로, 결국 의학교육 내용과 형태 또한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어 의학교육자들은 이를 위한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여, 2000년도에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21세기 한국의학교육계획(21세기 의사상)"이란 소책자를 발간하였다.

이 책자에서 기초의학분야에 대하여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하여 몇 가지 제안한 것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제안 1: 기초의학 교육은 의사로서의 정확한 판단능력과 연구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기초의학 교육은 생명현상에 관한 기본원리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파악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시켜, 이를 임상의학에 적절히 응용토록 해야 하며, 과학적 연구에 대한 기본 능력과 자질 함양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제안 2: 기초의학 교육은 임상의학교육과 연계되어 실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강의에만 의존하던 기초의학 교육방법은 지양하고, 실습과 컴퓨터 활용교육 등을 통한 자율학습 기회를 넓혀 독자적 학습태도와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시켜야 하며, 교육내용은 임상의학과 연계하여 실제적인 임상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기초-임상 연계 교육의 방법으로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완전히 통합 또는 문제지향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왕에 존재하고 있는 전문학문(-logy)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이라는 명칭으로 시간표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학생들이 이해하고 흥미를 가지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어 가는 사이에 자연적으로 학문으로 귀납되도록 하고 있다.

즉 학습의 절차를 실제 의학 상황에 알기 쉽게 접근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합교육이 학문을 부정한다든가 또는 학제간 협동이 학문의 전문화를 거역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수준에서는 교육목표가 전문분야에까지 도달하지 않으며, 연구를 통하여 고도로 분화된 전문적 자질에 입각한 학제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초-임상 연계 교육과정으로의 개편에 대한 공통적 제안

한국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개편 방법에 대한 공통적인 대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있다.

학부 1학년 1학기는 기초의학 전과목의 강의와 실험을 실시한다. 강의내용은 기초의학의 기본적인 개념을 파악하도록 총론 중심으로 편성한다. 각론은 임상과 연계하여 통합강의를 한다.

즉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이란 과목명으로 따로 강의할 것이 아니라 장기별로 통합하여 형태와 기능, 질병과 인체반응 등을 임상과 연계하여 교육하고, 중요한 분야는 기초의학에서도 문제중심학습(PBL)을 도입한다.

이후 교육과정은 핵심과목(major) 중심으로 계통별 통합강의를 시행한 후, 나머지 시기에는 특과과목(minor)을 1차 의료인에게 필요한 상식적인 내용을 요점 중심으로 강의한다.

학부 3학년은 핵심과목 중심으로 임상실습을 하고 문제중심학습을 병행하여 실시한다.

학부 4학년의 전반부(1학기)는 선택실습(기초의학, 응급의학, 특과과목)을 하고, 2학기에는 집중적으로 핵심과목 문제 중심의 토론과 종합정리(졸업시험, 의사국시 준비)를 하도록 한다.

학습평가(시험출제) 방법도 종래의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선다형 문제를 지양하고, 서술형, 증례토의 및 많은 임상자료를 제시하여 실제로 환자 진료에 쉽게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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