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보다 수가 현실화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립대의료원협의회는 24일 ‘새정부 출범에 즈음한 미래 의료정책 포럼’ 개최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체계’ 등의 주제를 놓고 새 정부에 바라는 현안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기효 원장은 “새정부 5년은 우리나라 건강보장을 선진복지국가 수준으로 견인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며 “현 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를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체 건강보장 시스템을 조망하면서 보장성 강화의 합리적 목표와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재원조달시스템과 지출관리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민, 기업, 공급자 등 각 참여주체의 이해와 합의에 기반한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병원들은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고, 수가 현실화를 주장하며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성바오로병원 김영인 원장은 “보장성을 강화되는 것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환영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소지가 있다”며 "이미 병원 수익률이 3%이내이며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의료수가가 전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의료원 문병인 기획조정실장은 “병원이 수익을 목적으로 할 수는 없다지만, 월급을 줘야 하는 등의 비용 부담 문제로 비급여 상품이 개발되고 결국 배보다 배꼽이 커지고 있다”며 “저수가, 저보험, 저급여 체계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우선 큰 틀에서 급여체계를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석완 사무총장은 “현재 행위수가 보장률이 57%에 불과하고 있고, 매년 1%내외의 수가가 인상되는 구조에선 현실적이지 않다”며 “차기 정부의 결단을 통해 반드시 행위수가를 7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료산업화에 대한 건의도 쏟아졌다. 이철 연세대의료원장은 “세브란스의 고용인력이 1만명인 상황인 만큼, 이젠 의료산업화로 고용창출의 측면에서라도 의료산업화가 이야기돼야 한다”며 “그동안의 민간 투자로 인해 병원들이 성장하고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고려대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는 "새 정부가 다행히 미래창조과학부에 R&D 통합부처를 두는 등 R&D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진료의 비중을 줄이고 신기술 임상을 검증하고 산업화로 이어질수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빅5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문제점 지적도 나왔다. 백중앙의료원 강재헌 기획조정실장은 “1,2,3차병원 간 경쟁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큰 병원, 현대화되는 병원, 수도권에 가까운 병원에 가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환자들은 빅5병원으로 몰리고 간호인력까지 쏠리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강 실장은 또 “환자가 더 오는 병원은 비급여를 높이더라도 환자가 더 올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결국 시설 투자, 직원들의 인건비 투자에서도 불균형이 심해진다”며 “새 정부의 공약대로 전국적으로는 물론, 의료분야별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소비자 중심의 의료체계 개편도 예고됐다.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병원들이 이젠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의료계는 비용에 대한 문제 위주로만 거론하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며 “소비자를 위한 비용과 의료의 질에 대한 논의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국의대 이상규 교수도 “향후에는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질 높은 의료기관이 선택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갈 것”이라며 “양적 경쟁, 규모의 경쟁이 아닌, 전체 의료산업 생태계의 규모의 경쟁을 배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으로 예고했다.

이날 자리에는 국회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과 박인숙 의원 등이 이례적으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면서 현안 건의에 힘을 실을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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