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가 재시동을 걸었다.

국내 최초 의사 노동조합인 전공의 노조가 2006년 6월 30일 처음으로 돛을 올렸지만 정착에 실패(?)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전공의 노조 재출범은 노환규 의협 회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19일 대전협 임총을 통해 최종 결정했다. 26일에는 첫번째 노조 총회를 열고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노조 재출범의 시작은 알렸지만 갈길은 매우 험난해 보인다. 정착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노조 가입률이다. 전공의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이 노동자라는 생각으로 노조 가입을 할지가 미지수다. 그동안 지켜져 왔던 의사로서 자존심을 버리고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을 노조 집행부가 어떻게 만들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2006년 전공의 노조가 창립됐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전공의들의 저조한 가입율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출범 후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유야 무야된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길이다.

또다른 숙제는 대학교수 및 병원 경영자들과의 관계이다.

전공의는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인 특수한 신분이다. 하지만 근로자라는 인식보다는 수련을 하는 피교육자 신분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교수 등으로부터 의학 기술 및 지식을 전수 받아야 할 전공의 입장으로서는 스승인 대학교수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병원 경영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 경영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전공의 노조 활성화는 가시밭길이다. 병협은 노조 재출범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전협은 19일 임시 총회에서 표준 근로계약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전공의 신분보장 및 권리 명시, 근로시간 상한제, 임금인상, 최저당직비, 퇴직금, 일반휴가 및 출산 휴가 복지, 의료과오보험, 폭력 및 성희롱 예방과 금지, 고충처리 절차, 전공의대표/병원경영진 회의 등의 내용이 포함된 표준근로계약서를 공개했다.

모든 전공의들의 중지를 모아 강력하게 병협과 병원에 이를 요구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경문배 의장은 "표준근로계약서는 전공의들의 권리와 의무를 서면으로 명시한다는 사실에서 큰 의의를 가지며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불합리한 기준들을 모두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으로 바로 잡아 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 노조의 활성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노조는 병협과 병원 경영자들을 설득해 원활한 출발과 더불어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꽃인 전임자를 확보하는 일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노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전임자 확보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기업에서의 노조 전임자(상근)의 역할과 중요성은 이미 입증됐다.

그러나 전공의 특성상 노조 전임자를 두기는 쉽지 않다. 모든 전공의들이 수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자를 확보하려면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요구한다. 1~2년 추가 수련을 받을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출범할 예정인 전공의 노조 위원장은 경문배 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추대됐다. 노조 위원장이 상근직이 아니라는 것인데 과연 전공의 노조는 임원의 전임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 역시 노조 정착화의 키 중 하나다.

이외에 임총에서 결정된 전국 6개 지부 노조 결성 등 네트워크화, 타 노조와의 연대 및 연계 여부, 의사 노조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시각 등도 정착의 걸림돌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임총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한결같이 공개된 표준근로계약서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노조 가입률 저조는 우려했다.

경문배 회장은 "노조는 전공의들이 법적 근거를 가진 동등한 협상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한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은 전공의노조의 첫 성과가 될 것이고 앞으로도 전공의들의 수련제도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놀라운 역할을 해 낼 것"이라며, 그 첫걸음을 위해 전공의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번 전공의 노조 재출범이 전공의 처우, 수련, 근로 환경 문제 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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