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근무는 무리…야간·휴일엔 '콜 체계'로
- 간호사 1인당 환자 3명 이내로 줄여야


"중환자실 환자를 돌보는 전담 전문의가 있어야 합니다. 전담 전문의가 있으면 중환자실 사망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증수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사진)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중환자실 운영의 개선 방향이다.

신 회장은 "전담 전문의 회진이 이뤄지지 않는 중환자실은 환자의 사망률이 3배 증가하고 중환자실 내 여러 합병증의 빈도도 증가한다"며 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라면 누구나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2009년 국내 중환자실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1명이라도 근무하는 중환자실은 17.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이는 낮은 원가 보전율 등에 기인한다고 해석했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전문의 한 사람이 24시간 근무를 하는 환경에서 30병상을 관리 한다고 했을 때 한달에 800만원 정도의 인건비가 책정돼야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열악한 경영 여건 속에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중환자실에 전문의를 고용한다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중환자 의학 관련과의 전문의 자격을 갖추고 중환자 의학에 대한 소정의 수련을 받은 의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환자실에 자기 근무시간의 50%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고 기관내 삽관과 환기보조, 순환보조, 각종 모니터 장비의 거치, 심폐소생술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일정 수준 이상 병원의 중환자실은 전담 전문의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각 병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중환자실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의지를 갖도록 전담의사 가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전담의가 24시간 근무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므로 근무를 평일, 낮 근무 시간으로 하고 밤이나 휴일에는 콜 체계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담의 수는 10~20병상 당 1명이 바람직하지만 여건 상 30병상당 1명으로 하고 점차 병상 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학회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선도 요청했다. 현재 중환자실의 인력 기준에 의하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연평균 1.2명 이내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한 간호사가 근무시간에 약 5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한 간호사가 5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것은 적절한 중환자 간호를 제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를 3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 중환자실은 환자 침상수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역시 현 중환자실 입원료 및 간호등급 차등제도하에서 원가의 50%에도 미치지 못해 운영상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적정진료 제공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그는 간호 등급이 높아질수록 수가 보상이 불리하게 책정, 중환자실 운영에 대한 적자폭이 늘어나므로 이처럼 병원이 중환자실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는 불합리한 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등 질 좋은 간호를 보장 받기 위해 간호 등급제를 조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덧붙여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는 기간이 15일을 지나면 입원료를 삭감하고 30일이 지나면 이를 추가 삭감하는 등 중환자 치료를 억제하는 불합리한 급여 제도 또한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이 중요하게 언급한 대목에는 준 중환자실 신설에 관한 것도 포함됐다. 그는 "많은 수의 중환자실 환자는 꼭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가 없는데도 일반 병실로 올라가기에는 불안하거나 간호 요구도가 일반 병실 환자보다 높아 중환자실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중환자실을 차지하고 있다"며 "병실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환자를 안전하게 관찰하거나 간호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을 확충하는 것보다 비용-효과적인 면에서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준중환자실을 신설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환자실의 목적은 생명 현상이 위협 받는 환자에게 모든 의료 역량을 집중해 소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현재의 중환자실에 관한 제도 및 급여 체계에서는 생명현상이 위협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 할 수 없으므로 관련기관이나 관련자들이 이같은 점을 깊이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