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대처 수준 인도·말레이시아에 뒤져


전담 전문의 없으면 사망률 두배 높아

병원 관심 이끌어낼 보상체계 시급


"중환자실 환자 사망률은 후진국 수준이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실태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더불어 중환자실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어느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중환자 전문의들은 중환자실의 대표적인 질환인 패혈증의 경우 국제적 치료지침 이행률이 인도나 말레이시아 보다 못하는 등 현주소에 개탄하고 있다.

현재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중환자실 사망률이 각각 7%, 16.7%, 16.9%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3%에 이른다.

여기에 전담 전문의가 1명이라도 근무하는 중환자실은 17.3%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인도, 심지어는 인도네시아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중환자 전문의들은 상급병원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당연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 호주, 일본 등을 부러워 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 규칙 28조의 8항을 보면 성인의 경우 중환자실에 전담 전문의를 둘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전담 전문의를 둬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것으로 법적 불평등의 여지가 존재한다.

중환자실은 적절한 치료가 적시에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의 특수 단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환자의 병태 생리 및 이의 치료법을 숙지하고 있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료진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냐에 따라서 환자의 예후가 좌우된다. 다시말해 소중한 생명의 생사 여부는 이로 인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원가 보전율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우리나라 수가 체계와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상태에서 중환자를 위한 과감한 인력 및 장비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는 경영 환경 등 매우 열악한 상태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

따라서 생사의 갈림길인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케어하고 있는 중환자 전문의들은 정부에 이의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 경험이 없는 의사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게 돼 환자의 예후에 악영향을 줌은 물론 관리 부재로 중환자실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환자들에 대한 의미 없는 치료도 일정부분 일어나고 있다.

전담 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심한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18%인데 반해서 전담전문의가 없으면 사망률이 42%로 증가한다(J Crit Care 2012;27:414:e11-e21)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 자료를 근거로 추산해 볼 때, 패혈증 하나만 보더라도 예방 가능한 사망 환자 수가 연간 7000~9000명에 이를 것으로 중환자의학회는 보고 있다. 이는 많은 중환자실에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다. 중환자실 전문의가 크게 부족해 이같은 불행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상률이 원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이로써 병원의 무관심이 발생함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 밖 상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응급실 진료 같이 정치적인 이슈화가 되지 않은 점도 이같은 상황이 전개된 이유이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병상당 전담의사 배치에 따른 가산금 (8980원/1 bed/day, 상대가치 136.03점)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중환자실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병원에서 전문의를 배치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 "중환자실에서 또 하나의 진료의 질을 결정 짓는 요소는 한 간호사가 몇 명의 환자를 보고 있느냐"라며 "당연히 여러 환자를 보고 있으면 환자의 변화에 대해 대처가 늦을 수가 있고 기본적인 간호조차 잘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서 이사는 “환자 대비 간호사수가 미국 1:1 혹은 1:2 정도이며 호주도 1:1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2 이상이면 중환자실 관리료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에 운영에 따른 보상이 미흡해 간호등급제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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