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상반기 중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용량 약가 인하제도"와 관련해 제약업계가 신중한 주문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칫하면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제약협회는 14일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란 주제로 출입기자 브리핑을 열고 "개선된 제도는 신규 신약으로 제한하고 신약발매 후 최소 3~5년 경과 후 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괄약가인하로 이미 약가가 내려간 제품은 제외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제약협회가 신규 신약에 대해서만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미 다수의 약제가 수차례 약가재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약협회 공정약가정책팀 박지만 과장은 "특허만료 약제와 제네릭 약제 가격이 53.55%로 동일한 상황에서 사용량 약가 인하제도를 적용하면 기업간 경쟁이 극히 제한되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오히려 약가인하에 불이익을 받는 불합리한 구조가 타나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제네릭 제품의 자진 약가인하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전략마저 사전 차단시키는 등의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신약발매후 최소 3년은 지나야한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건보공단은 현재 약가협상 과정에서 해당 신약의 5개년 판매계획을 건보공단에 제출하고 있으며 최초 1개년의 판매 계획에 나타난 예상사용량을 기준으로 약가협상을 하고 있다.

협회는 통상 신제품이 출시돼 목표 판매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에서 5년이 소요되므로 제약회사의 5개년 판매계획은 연간 목표 판매량 대비 1차년도 30%, 2차년도 50%, 3차년도 70% 4차년도 85%, 5차년도 100%와 같은 추이로 설계하는 것이 상식과 현실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약가정책팀 장우순 팀장은 "출시한 신약이 목표 판매량에 도달하기도 전에 약가가 인하되므로 R&B 투자비를 회수할 길이 사라지고 제약회사는 제도 적용을 피해가기 위해 5개년 판매 계획서를 실제 예상치와 다르게 작성할 가능성이 커져 보험자와 제약사간 신뢰에 기반한 협상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 의약품 규모가 비슷한 호주는 200억 달러(호주)이 상인 경우로 제한하고 일본은 150억엔을 넘는 의약품을 협상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준으로 볼때 국내도 연간 청구액 100억원 미만인 약제는 사용량 약가연동 협상에서 제외해야한다"고 밝혔다.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기준에 못미치더라도 일정액이 증가한 경우 적용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주문을 부탁했다.

공정약가정책팀 박지만 팀장은 "일정액이 증가한 약제는 이미 수차례 약가 재평가를 거쳐 53.55% 수준으로 인하된 제품 중 매출액이 큰 대형 품목들 일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제약회사는 경쟁우위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나아가 제약산업의 하향평준화와 제약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도 이같은 의견을 밝힌바 있다. 조합 측은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신약의 경우 피해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약 예측이 잘못된 신약의 사용량이 예상보다 급증해 협상을 통해 약가가 최대 20% 조정된 뒤, 이후 특허 만료로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총 46.45% 인하되면서 최초등재가격 대비 약 60%가 인하된 42.84% 수준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신약조합 여제천 국장은 "일괄인하에 적용되지 않은 신약의 경우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및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등재와 같은 사후 약가관리로 인해 약가 인하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신약의 경우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과 제네릭 등재에 따른 약가 인하가 이중으로 적용되어 약가 일괄 인하가 이뤄진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적용 제외 대상의 추가 확대와 예상사용량 오류에 대한 보정 기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고 생산(수입)실적이 50억원 이하인 희귀의약품인 경우에는 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므로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적용에서 제외돼야한다는 것.

더불어 판데믹 상황과 예상치 못한 다른 제품의 판매 중단 등에 의한 의도되지 않은 사용량 변화 등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 벗어나는 특수 상황에 따라 사용량 변동이 발생하거나 특정 기간 동안 사용되는 약제 또한 일반적인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적용을 제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양 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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