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세계 의사들을 가르치는 한국 의사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과거 미국으로부터 의료기술을 배웠다면, 이제는 직접 "글로벌 명강사"로 나서면서 의료기술을 전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서울부민병원 이승철 원장도 지난 10여년간 전세계 각지를 오가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간의 치료와 강의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나라의 역할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아시아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의료기술 수출
노하우·운영시스템 배울 수 있어 한국의사 인기



"척추 분야는 시술장비 개발과 함께 가야 하는 만큼, 미국과 유럽이 좀더 앞서고 있었습니다. 유럽보다 미국이 상업적인 장비 개발에 속도가 나고 있지만, 워낙 FDA 규제가 심하다 보니 오히려 우리나라에 기회가 더 찾아오더군요. 개발된 장비를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하는 것이 강점이죠."

이승철 원장은 스탠포드의대 수련 과정에서 미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도입을 이어갔다. 더딘 미국에 비해 선도하는 기술이 늘어나자 200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원통형 기구를 삽입하는 현미경융합술과 목 인공디스크수술,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수술 등이다.

관절경을 보면서 수술하는 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절제술에 대한 강의도 했다. 강의는 미국, 유럽 등에 이어 대만, 인도 등 아시아권으로 확대됐다. 특히, 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치환술은 2003년에 대만 최초로 집도한 이후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시술 사례가 많아질 정도다.

과거에는 일본은 물론, 대만,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서 의료기술을 배우러 미국으로 갔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선진의료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단순히 수술법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병원 개설 노하우나 운영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도 우리나라, 우리나라 의사를 많이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배워간 대만, 인도, 싱가포르 등이 척추치료를 가장 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치료에 선도적이던 일본은 오히려 보수적이고 경직된 특유의 문화로 인해 우리나라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각종 시술장비는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됩니다. 우리나라는 장비를 개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은 특정 질환에 집중하는 병원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시아권 곳곳에 우리나라형 전문병원 시스템이 알려지면서 치료는 물론, 병원과 관련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병원 연수프로그램 구성해 관광 도모

이 원장은 직접 외국에 많이 나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외국인 의사들을 초대하고 있다. 병원에 연수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우리나라 관광도 도모하고 있다. 병원 운영시스템 등에 대한 교육까지 완성하다 보면 플랜트 수출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요구가 특히나 많다. 크게 시차가 나지 않고 가까우며 문화권이 유사한 친근함 등의 다른 조건도 유리하다. 플랜트 수출이 가능해지면 수술 소모품, 수술기구 등의 관련산업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도 기술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연수를 많이 받고 돌아온 우리나라 의사들이 미국 제품을 많이 쓰고 익숙해진 것처럼 우리나라 제품 사용을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IT기술력으로 무장한 EMR, PACS 등의 기회도 마찬가지로 열려있다. 언어만 각국에 맞게 번역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경쟁력이 파생하게 됩니다. 예방과 조기 진단은 물론, 치료를 받고 난 이후의 사후관리도 신경쓰게 됩니다. 수술 성과 자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로 빨리 돌려놓기 위해 다양한 연구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교육을 시키다 보면 우리 스스로 체계화하게 되고, 그만큼 병원 수출 기회가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척추분야 기술력 세계 "최고"

개인적인 보람으로 여기는 글로벌 강사 활동은 결국 국위선양을 위한 과제이자 의료한류 열풍을 견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척추 분야는 앞서있기에 더욱 가능성이 높다. 이 원장은 이를 양궁에 비유했다.

"척추 시술은 양궁과도 같습니다. 아직 전세계 어느 나라도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곳곳에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배출되고 있으니, 해가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요. 그만큼 저도 더 앞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분발의 계기가 됩니다. 그들도 치료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르쳐준 우리나라 의사를 우러러 보게 됩니다. 즉, 배우고 가르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가는 셈입니다."

교육 하나하나를 돈으로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성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의료기술 외에도 우리나라가 아시아권 국가들에는 "의료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의사들을 키우면서도 다같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께하는 아시아를 만들 수 있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할 때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의대 틀외에서 새롭게 해볼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미국은 돈만 내면 어떤 교육이든 배울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 과정 자체가 별로 없다. 의대에서 수련교육을 진행하지만, 개원 이후의 치료나 병원 운영시스템을 가르쳐주지 않는 탓이다. 우리나라 의사들끼리도 학회에 국한된 것이 아닌, 각종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올해 몽골과 인연이 닿아 몽골 울란바토르 내 척추전문병원 설립에 도움을 주게 됐다. 또한 인도에 벵갈로 지역에 척추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초빙교수 임명장도 받았다. 이젠 그들 병원 시설도 더이상 낙후되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시술에 대한 교육부터, 의사교육, 간호사 교육 등 가르쳐야 할 일이 산더미다.

"사실 우리나라 의사도 미국에서 많이 배웠지요. 미국의사들과 이젠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더 뛰어난 분야도 많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것처럼, 우리도 마음을 열고 아시아와 전 세계를 대해야 합니다. 형식적이거나 눈앞의 수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의료강국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입니다."

사진. 고민수 기자 msko@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