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Ⅰ: 복잡한 고객의 니즈 / 기업사례 / 병원사례

part Ⅱ: 고객경험 디자인제안 / 전문가디자인 컨설팅

"100년 넘은 수술실, 의료진 중심의 시설 등 병원의 고정된 틀을 깨자."
환자중심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종 아이디어와 혁신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메이요클리닉의 혁신센터 개념이 국내에 도입되는가 하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한 연구도 한창이다.
특히 올해는 고객의 경험에 의거한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객 체험마케팅, 고객경험관리 등의 개념을 토대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신년 기획으로 복잡해지는 고객의 니즈를 살펴보고 기업사례, 병원사례에 이어 실제 고객과 전문가들로부터 병원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구해봤다.

1. 복잡한 고객의 니즈
"숨겨진 95% 니즈를 잡아라"
"체험·스토리 통해 이미지 변신"


"하나의 니즈에만 포커스를 둔 제품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기업은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다양한 니즈를 상충되지 않게 조합해 제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니즈 디자인(Needs Design)'이다."

LG경제연구원은 '고객의 니즈를 디자인하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가격·기능에 의거하던 경쟁력에서 나아가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고 가치를 주는 숨어있는 '니즈'를 파악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실제 말로 표현되는 고객의 니즈는 5%에 불과하며, 95%는 숨겨져 있기 마련. 기업은 드러나지 않은 95%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처럼 단순히 기능에 의거한 혁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사들은 곧 유사제품을 만들어낼 뿐이다. 선택의 기준으로 제품이 담고 있는 경험, 디자인, 의미 등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도 한몫 더한다. 사회적·환경적 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점차 커지게 하고 있다. 고객은 친환경적이고 정직하게 생산된 착한 제품을 선택하려 하게 된다.

한편으론 대량 생산에 지친 고객들의 자기표현 욕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DIY 마케팅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욕구 충족의 일환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체험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스웨덴의 유명한 가구기업 이케아를 예로 들어보자. 한 부부가 자녀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 이케아 가구로 만들어둔 세팅룸을 둘러보게 된다. 자녀의 방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를 직원과 상담한다. 방을 꾸며 줄 침대, 옷장, 책상들을 선택하고 매장에서 구입하면 고급 가구점에서 침대 하나를 살 가격으로 침대, 옷장, 책상 모두를 구입할 수 있다. 부부는 구매한 가구를 직접 조립해 자녀들의 방을 꾸며준다. 기업으로서는 생산비용을 줄이는 동시, 고객은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특유의 가치를 제공하면서 성공궤도에 올랐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원가절감을 위해 기내식이나 잡지를 구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정석도 없다. 대신 운항시간 및 화물 처리 등이 정확하게 지켜지고,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항공 쇼'가 기업의 모토다. 비행기를 타면 기내방송이 이렇게 나오고, 고객들은 비행을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한다. "기내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신 분들은 창 밖에 보이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흡연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지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탐스슈즈는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다만 감동 스토리를 입히면서 전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CEO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로 휴가 여행을 갔다가 신발이 없어 다치고 병든 아이들의 발을 보게 됐다.

이후 기부가 아닌 사업을 통해 아이들을 돕고자 했다. 고객이 한 켤레를 구매하면 개발도상국의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형태로 사업을 펼친 것이다. 제품에 감동스토리를 입혀 고객의 상징적인 니즈에 호소하면서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쌓아나갔다.

LG경제연구원은 "체험이나 스토리를 통해 고객이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고객이 경계심을 풀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험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오래 기억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구매로 이어지게 하며,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2.기업사례
체험마케팅 고객 만족도 UP
적극적 의견 반영 통해 고객 참여 유도


기업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도록 돕는 체험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특히 체험 과정에서 얻어진 의견을 토대로 여러가지 취향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연구하면서 고객 요구에 가장 근접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주택분양시장은 조망권 확인 등의 체험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지구에 분양한 더샵 마스터뷰 아파트 견본주택을 오픈할 당시, 2층에 전망대를 마련했다. 단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과 서해 조망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 2층 가구에서 볼 수 있는 조망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박 2일간 직접 살아볼 수 있는 단지도 있다. 신영은 충북 청주시 복대동 지웰시티 아파트의 전용면적 152㎡형 2가구를 게스트하우스로 조성하고, 원하는 방문객이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스크린골프장 등 커뮤니티를 이용하면서 체험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의류나 침구업계에서는 신체적 특성을 측정하고 파악하는 피팅 마케팅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 최적화된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고객과의 1대1 상담을 통해 제품 선택을 도와준다.

이브자리코디센 '수면센터'에서는 고객 체형, 잠버릇, 생활습관 등을 꼼꼼히 체크해 고객별 맞춤형 침실환경과 수면용품을 제시한다. 현재 시행 중인 '베개 피팅 서비스'는 올바른 자세로 잠을 잘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머리, 경추 사이에 생기는 틈을 메워주는 개인별 베개의 높이를 찾아준다. 만들어진 베개를 체험 후 본인에게 적합한 베개를 결정하면 된다. 베개 높이는 5종, 충전재는 14종으로 고객 체형과 체질, 수면 습관에 따라 총 80종의 베개를 제작할 수 있다.

패션 컴포트 슈즈기업 '릴라릴라(Rila Rila)'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이 핏(My Fit)' 프로그램과 '슈 피터(Shoe Fitter)' 제도를 시행 중이다. 마이 핏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보행 분석, 족부 테스트, 족압에 따른 체형 분석을 통해 현재 족부 건강 상태와 보행 자세를 진단해 주는 맞춤 족부 건강 측정 프로그램이다.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띄는 고객을 위한 활동으로, 고객만족, 브랜드 신뢰도 구축에 이어 구전 마케팅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SK브로드밴드는 2010년 고객경험관리 개념을 도입한 이후 얼마전 고객만족상을 수상했다. 우선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는 매 순간을 관리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가입 이전 정보를 탐색하는 단계부터 상품 해지까지 모든 고객 접점 순간에서 고객 잠재 기대가치를 발굴, 긍정적인 경험을 확대하는 활동을 펼쳤다.

회사측은 "속도저하 요인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품질저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했다"며 "콜센터와 기사 교육을 강화하고, 적기에 고객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서비스 개선에 나선 결과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은 방문판매, 백화점, 전문점, 할인마트 등의 다양한 유통 경로로 고객들에게 팔려왔다. 유통사를 통해 고객을 만나기 때문에 고객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년 동안 직접 유통하는 B2C 채널을 만들어 회사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직접 채널로 바꿔 나갔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제품 개발을 위해서다. 같은 상품을 구매해도 고객의 니즈는 제 각각인데, 회사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는 'WOW서비스 아이디어 공모전'을 꾸준히 진행했다. 코디(서비스 전문가)·CS닥터(설치 서비스 기사) 고객 상담원·본사 직원 등 고객 접점의 모든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서비스 경험자인 고객들이 아이디어 제안에 참여하는 행사다.

회사측은 "접점별 고객 관계 강화, 제품 및 서비스 확대,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에 관한 총 1만20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며 "고객경험에서 최선의 활동으로 이같은 활동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현장에 바로 적용하면서 만족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3. 병원사례
"환자 감동, 직원 눈높이에서 찾아라"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 위해선 구성원 상호 존중부터


해외 병원에서는 병원의 철학과 맞물린 여러 가지 혁신활동이 진행 중으로, 내부고객부터 시작해 외부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병원은 이제 막 고객경험관리의 개념이 태동, 고객 접점에서의 만족감을 최대한 주게끔 하는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출간된 서적 '메이요클리닉이야기' 중 내과의사인 커크 로디실(Kirk Rodysill)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진료기록부에 적어놓은 임상 기록이나 검사 지시, 투약 지시 등을 매일 다른 의료 분야의 전문가들이 읽습니다. 만약 적은 것에 질문이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 전화가 옵니다. 이를 통해 계속 무언가를 배우지요. 방금 내린 검사 지시나 처방은 작년, 심지어는 지난주에 나온 최첨단 기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더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메이요의 문화는 내부고객인 직원들을 존중한다. 직원들이 서로 신뢰해주고, 귀 기울여주고, 함께 어울리고, 공로를 인정해주고, 공정하게 대해준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상호존중 없이는 팀워크를 유지할 수 없고, 팀워크는 존중의 특성인 신뢰와 경청, 소속감, 팀원의 기여, 공정함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존중이 넘치는 조직 문화는 사람들의 일에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며, 더 많은 힘을 솟게 해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다"며 "존중은 자신감을 낳고, 자신감은 동기를 부여하고, 동기 부여는 팀의 인정을 이끌어낸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메이요의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라는 핵심 가치는 뿌리깊은 조직 문화 속에 개개인의 역량 뿐만 아니라, 협력, 내부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구조를 가지면서 실현 가능했다. 조직문화를 토대로 환자 만족 실천을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럽게 만든 것이다.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은 호텔급 서비스와 뛰어난 의료기술과 의료진을 갖추고 있어 의료관광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명한 병원이다. 고객만족을 위해 병원 자체의 구조부터 뜯어고쳤다.

사생활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병실구조와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병원 통합접수대가 없다. 각 센터별로 접수, 진료, 검사, 수납, 약 수령, 추후예약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진행된다. 병실은 외래센터들과 완전 분리되며,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외래센터에서는 환의를 입고 움직이는 입원환자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분리시켰다.

입원에서는 국내 병원 병실과는 다르게 보호자를 위한 간이침상을 볼 수 없고,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다. 다인실 병실에도 보호자 간이 침상은 없다. 간이침대가 아니라 환자 침대와 같은 크기의 침대에서 잘 수 있다. 별도의 휴게공간도 있다. 입원환자를 위한 텔레비전은 천장에 병상마다 1대씩 설치돼 있다.

국내 병원들도 체험과 경험관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창원병원 간호부는 신규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환자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행사는 총 18개 부서 50여명의 간호사들과 간호관리자 등 총 70여명이 참석, '감성간호 캠페인'을 실천했다.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겠다는 감성간호를 위해 입원생활의 불편함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수양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

간호사들이 환자들이 입원할 경우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체험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앉거나 서서 활동 할 수 없는 환자들이 누워서 식사하는 상황과 마비나 골절로 인해 팔, 다리를 한쪽밖에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휠체어로 이동할 때의 불편함을 체험했다. 체험이 이루어지는 동안 환자들에게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켜야 하는 수칙을 준수하는 시뮬레이션 교육도 함께 이뤄졌다. 체험과정에서 겪은 불편사항과 느꼈던 점을 소감문으로 제출하게 했다. 병원으로선 병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으로 삼았다.

삼성서울병원은 '고객과의 만남의 장' 개최를 통해 불편사항을 듣고, △수납데스크 높이 조정 △초음파실 베개 비치 △응급실 아이 동행시 직원 대신 접수 △외국인 용 쉬운 용어 설명책자 발행 △병원 내 문화공간 '희망의 벽' 설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 교육 강화 등의 개선을 약속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이철희 병원장이 병원 전화예약실(콜센터) 상담 업무 현장을 방문, 체험 행사를 가졌다. 고객경험 제1접점인 콜센터의 상담 업무 직접 체험을 통해 고객 불편사항 및 상담원 고충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선점을 찾고 신규 환자 확대, 콜응대율 제고 방안 등도 모색했다.

경영혁신실을 신설한 보라매병원은 지난해 4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경험만'이라는 슬로건 하에 고객의 긍정적인 경험을 유지, 관리하기 위한 과제 실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고객경험을 토대로 주차시스템을 개선했다. 주차장 진입구에 입구 만차등, 층별 만차등을 설치해 주차할 곳을 찾아 여러층을 헤매지 않도록 했으며, 차량번호 자동인식을 통해 주차권을 뽑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EMR과 연동해 환자로 확인되는 즉시 주차요금을 감면, 정산하게 하면서 정산과 계산 대기시간을 줄였다.

또 진료 지연시 대기공간에서만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료대기 중 진동벨을 도입했다. 예정된 검사 시간에 진동벨이 울려 대기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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