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인력·인프라, 환자 증가 못따라가
경증 환자까지 몰려 수용 한계
응급환자 거부 3년새 4배 증가


지난해 응급의료는 이른바 '응당법'이 최대 현안이었다. 이 법은 전문의에 의해 24시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큰 방향에는 이론이 없으나 전문인력 부족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것이어서 의료기관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응당법은 응급의료 각종 현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수면 아래에 있지만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응급의료 현안은 산적해 있다. 새해를 맞아 본지는 대한응급의학회와 공동으로 응급의료 문제점을 짚어보고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응급실은 병원의 독립적 공간, 즉 "병원내 병원"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응급환자는 만성질환이나 외래를 다닐 정도의 질환과는 달리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한정적으로 운영되는 입원·외래와 달리 "과밀"이라는 개념도 존재해 서비스 하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익구조를 찾을 수 없어 병원들은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또 이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의 선택 결정으로 인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도시·지방 응급실 다른 풍경

이러한 환경은 대도시의 주요 대학·대형병원 응급실은 항상 환자가 많고 복잡하지만, 취약지역은 텅비어 있거나 인력 부족으로 제때 응급처치를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중소도시 응급의료기관은 대부분 주요과별 1~2명의 전문의가 근무해 응급수술 등 최종적인 치료를 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해 응급실 진료수준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도시 대형병원 응급실 환자는 2005년 747만명에서 2011년 1032만명으로 연평균 5.5% 증가세를 보였으나 응급병상수는 같은 시기 6266개에서 7219개로 2.4% 증가해 과밀화가 더 심해졌다.

특히 중증응급환자를 집중적으로 다뤄야할 상급종합병원 등 일부 권역·지역센터는 경증환자까지 몰려 중증환자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취약지 응급실은 환자가 적고 응급실 운영을 위한 비용부담·전담 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 각종 통계를 보면 응급실 이용은 소아환자가 27.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18시 이후 야간 시간대 이용이 58%로 많다. 응급실 진료 후 귀가하는 경증환자가 75%를 차지하고 있어 경증 응급환자 관리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인은 대도시 농촌지역 할 것 없이 높은 노동강도, 잦은 민원, 의료사고, 인력·장비 투자 부족으로 불안정한 진료여건,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응급실 근무를 기피하고, 의료기관은 24시간 대기, 장비 가동, 의료인력 집중투입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 서비스 개선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환자 모두 불만

환자 입장에서도 불만은 크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급만성질환, 추락, 낙상, 심장질환 등으로 1차 이송된 병원에서 환자를 거부한 사례가 3년 전에 비해 약 4배가 늘었다. 지난 2010년 257건이던 환자 거부 건수는 2011년 467건, 그리고 2012년엔 1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거부 이유는 응급병상 부족 669건(46%)이 가장 많았고, 이어 전문의 부재가 그 뒤를 따랐다. 이는 곧 병원 이송전 단계에서부터 연계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면 효율적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응급실 내원자중 38.4%는 야간·공휴일에 다른 의료기관이 없어 방문한 경우이고, 응급의료서비스 만족도는 40~42%에 불과하다.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38.1%)과 비싼 비용(23.5%)이 가장 불만이다.

권역센터, 지역센터, 지역의료기관으로 돼 있는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인술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충남의대)은 "응급실을 잘 짓고 시설을 갖췄다고 해서 최고의 응급실은 될 수 없다. 전반적인 병원의 수준이 매우 중요하며 이 부분이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을 경유한 이후 치료를 잘할 수 있느냐 하는 "백업"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심장응급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경우 이 병원에서 24시간 심장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응급의료는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 개선되고 향상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여전히 응급환자의 생명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선진국형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며, 인식 개선과 함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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