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시발점으로 하여 의사를 위한 사이트를 표방하며 수많은 포털들이 구축되고 나름대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키라넷은 전공의를 위한 사이트다.

그런데도 게시판에 전공의의 글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전공의의 사이트이지만 첫 화면은 전공의를 위한 화면이 아니고 일반인들을 위한 화면으로 도배되어 있다.

일종의 의료상담에 해당하는 "e-주치의", 국내 최초로 시도된 건강 및 의료사이트 인증 시스템인 "의사인(醫師印)" 등등.

이 중에, "의사인"은 혹세무민하고 있는 여러 건강사이트와 의료사이트를 전문가적 입장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잡아 인터넷 상에서 부정확한 의료정보의 난립을 막아보겠다는 참신한 의도로 기획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 때, 키라넷에서 "의사인" 인증을 받은 것으로 크게 광고를 내는 사이트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의사인"처럼 어느 정도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성공을 거둔 콘텐츠가 있는 반면에, "e-주치의"와 같은 콘텐츠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것에 속한다.

가끔씩 질병에 관하여 질문을 올리는 일반인들이 있긴 하나, e-주치의 게시판에 쓰기 보다는 "국민과의대화"게시판에 질문을 올리고, 관심있는 전공의가 대답해 주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이 외에도 "병원안내"에는 병원명으로 병원을 검색하고 지도를 보여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일반인들로 하여금 병원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결혼합시다"라는 콘텐츠다.

빠듯한 전공의 일정상 연애조차 할 수 없는 전공의들에게 인터넷상으로 공개광고를 해 주고, 700서비스를 통한 수익금으로 "e-후원회"기금을 내자는 콘텐츠였다.

당시의 중앙집행국 정서상 그런 콘텐츠를 전공의사이트에 싣는다는 것이 받아들여 지지않아 기획단계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키라넷은 전공의를 위한 사이트인 만큼 전공의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다.

키라넷에도 여타 사이트에 부럽지 않은 커뮤니티기능이 있다. 게다가 그 용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GB에 달한다.

그런데도, 하루에도 몇 개씩 다른 사이트에서 생기고 있는 각 병원 의국 커뮤니티는 키라넷에 안생긴 지 벌써 몇 달이 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키라넷의 폐쇄성이 키라넷을 망쳤다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키라넷은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경우와, 가입하여 로그인 한 경우가 확연히 틀리다.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키라넷이 기획되던 당시의 상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키라넷이 기획된 때는 2000년 가을경이다. 대전협의 대표는 경찰을 피해 은신하던 중이며, 대전협의 집행국원들은 무적(無籍) 휴대폰을 사용해서 비밀통화를 하며(당시에는 가명으로 카드식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대화할 때는 도청을 염려하던 상황이었다.

인터넷상의 의사소통은 폐쇄형 커뮤니티를 사용해 철저한 통제하에 인증된 회원끼리만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무나 들여다보고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사이트를 기획할 수는 없었다.

키라넷의 회원인증은 지금도 수동이다.

언젠가 철저히 통제하에 회원인증된 시스템이 필요한 날이 또 올지 모르겠다.

그 때까지 키라넷이 굳건히 버틸 수 있도록 2만 전공의뿐만 아니라, 7만 의사회원 전체가 키라넷을 가꾸고 키워나가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