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권투쟁 중에 급조되어 잠시 가동된 국무총리 산하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가 정치적으로 잠을 자다가 오랜만에 대통령 자문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의발특위)란 이름으로 정치적 잠이 깨어 가동되고 있는데, 여기서 과제의 일부로 의사인력에 관한 포괄적 논의를 한다.

199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2학년도부터 600-640명(거의 20%)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한번에 감축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200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사인력이 2005년에 선진국 수준이 되며 그 후부터는 의사과잉에 의한 심각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기간, 국민소득,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입학정원 감축의 적정시기는 이미 상당히 늦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전문과목에서 나타난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부족으로 인하여 마치 곧 큰일이 날것처럼 사회에 비쳐지고 있다.

3D 업종 인력난, 이공계 기피현상, 일부 전문과목의 전공의 인력난은 모두 인력수급의 분포적, 질적 불균형이다.

원인은 노고에 비교하여 보면 생활인으로서의 대우가 낮고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 근본이다.  

그런데도 사회 일부에서는 특정과목의 전공의 부족을 의사의 부도덕성으로 치부한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한국인 모두는 부도덕한 것이 되며, 모든 국민의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의사 부족에 기인한다는 주장대로라면 국민의료에도 3D 업종처럼 산업연수생제도가 필요한 것이 된다.

그런데도 과목간 전공의 수급의 불균형은 과대 포장되고 권외의 일부 연구자들은 마치의사 부족과 부도덕이 그 원인이고 노인인구의 증가로 또 하나의 전문과목이 필요한양부추기며, 20년 후를 대비하여 입학정원을 단 10%만이라도 상징적으로 감축하자는 노력은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된다.

3D 업종의 인력난과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해결 논리와는 달리, 의사인력에 대하여서 만큼은 너무나 단순 논리이고 원인에 대한 깊은 사려가 없이 매도일변도이다.

단언하건대, 현재 나타나고 있는 특정과목에 국한된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수급의 불균형은 해당 과목의 전문의 수급 불균형이 아니며, 의사인력 부족에 의한 현상은 더더욱아니다.

통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각 전문과목의 전문의 수는 대부분의 전문과목의 경우에 세계 최고이고, 전체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수도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모든 전문과목의 국제학회에 나가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 현상은 도리어 의사인력 과잉에 따른 의사로서의 미래와 생활인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특정과목에 대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실망에 대한 좌절 반응으로 보아야 한다.

즉, 의학이란 학문의 체계와 의료제공자들의 의지는 물론이고 의료소비자의 수요와 국민의료 현실과는 상관없이 전문과목을 신설하고 전공의를 배정 양성하여온 행정만능 사고의 결과에 대한 반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한 몇 가지 근본 원인이 있다.

우선 전문과목분류와 그 선택 문제이다. 누구나 직업 선택 시에는 적성을 고려한다.

그러나 기성인이 되고 세부분야 선택 시에는 직업인으로서의 성취와 생활인으로서의 시장전망을 고려한다.

전공의 인력 불균형도 시장과 맞지 않는 당연한 결과이며, 그 근본은 현 전문의제도 자체의 결함이다.

즉, 우리 전문의 공급제도의 특징은 투자는 민간의존이라서 시장논리가 작용하지만 의료의 공공성이란 명분으로 시장과는 상관없이 국가가 직접 관리를 하는 제도이데, 이 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제도상의 미비 그리고 관리전문성 부족이 그 첫째 원인이라 할 것이다.

예로써, 정부는 1951년 전문의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특정 의료문제를 특정과의 전문의제도를 신설 운영하여 해결하려고 하여 왔고, 같은 맥락으로 최근에는 노인인구의 증가로 노인의학과 신설을 논의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전문과목의 수평적 분류와 관리로는 특정 의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하였다.

왜냐하면 민간의존 의료체계에서는 전공의는 적성보다는 취업 난이도와 진료시장의 수익성 및 의료사고 부담의 경중으로 전문과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의학은 학문이지만 의료는 써비스이며 산업으로서, 동전의 앞뒤와 같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의사에게는 WHO가 의학교육을 직업교육으로 정의하듯이 학문성격이 강한 기초의학교육(BME)보다는 졸업후 의학교육(GME)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기성인인 전공의는 인기과목에 자리가 없으면 적당한 전문과목으로 수련교육을 받지만, 그 후에는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진료활동을 하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경험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전문과목 분류체계와 의사인력 관리체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가 아니다.

따라서 전문의의 질에서 질적 불균형(over, under, dys or mis qualification)이 나타나고, 국가전체로는 매우 비 효율적인 수련교육제도와 의료시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원배정 방법도 문제이다.

혹자는 자신들의 편익을 위하여 실제 필요보다 과잉으로 전공의 인력을 배정받는 수련병원과 지도전문의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무책임을 지적하고, 분과학회와 수련병원이 독립 수련만을 고집하는 이기주의를 탓한다.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법과 제도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전적인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다.

예로써 정부는 전문과목별 전공의 배정을 단위병원별 과별 년차별 정원제로 학군제에서 초중고 학생을 배정하듯이 친절하게도 아주 세세히 배정한다.

결과적으로 전공의 인력은 과잉으로 필요하고, 교육의 질적 및 분포적 불균형과 전공의의 진료 생산성은 낮아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병원군별 총 정원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런데 또한 현재, 정부는 행정만능의 사고로 일부 전문과목의 전공의 인력 불균형을 전공의 인력배정 권한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의학, 의료, 성인교육에 대한이해부족이다.

이런 강제방법으로는 초기에는 그것도 외형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만, 최종 내용적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의약분업의 강제실시로 인한 현재의 부작용처럼, 전공의 인력의 불균형과 현실적 진료시장 질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교육과정문제이다. 최근에는 대학원에서도 협동과정이 증가하고 복합학위과정도 논의되는데, 의학과 의료는 근원적으로 종합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고가의 분과 전문의의 양산만을 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총합적 수련교육이 GME의 기본 골격이고, 또한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몇 개의 복합 수련과정 및 과목간 단계별 협동수련과 자격제도가 있으며, 일본도 2004년 4월부터 국가의 지원과 주도로 2년의 기본수련을 의무화하는 GME를 도입한다.

우리도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당시의 대한의학협회를 비롯한 일부 연구자들은 GME 및 전문의제도 연구를 진행하면서 개선을 제안하여 왔으나 전혀 진척이 없었다.

그리고 GME 관리 주체와 개념에 대한 문제이다. 어느 나라에도 전문과목별 인력의 분포적 불균형은 있다.

왜냐하면 의학과 의료는 학문이면서 산업이며, 이에 대한 교육은 성인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GME에 막대한 재정지원은 하지만, 의료수가와 의료전달체계의 강화와 의료사고 부담에 대한 법률적 경감책으로 전문의제도를 간접 관리하면서 불균형을 해소한다.

그런데 우리는 GME와 전문의제도에 공공성이란 명분으로 지원 없는 국가의 직접관리만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가관리를 계속하려면 최소한 첫째로 의사양성의 핵심인 GME에 국가의 재정지원이 우선 되어야 하며, 둘째로 이제부터라도 현재의 전문과목 분류체계를 포함한 전문의제도 및 관리에 구조적 유연성과 관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하기는 이미 국내의 몇 학회에서 자율적으로 분과 전문의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제 국가는 각 학회를 믿고 국가관리 전문의제도라는 후진성에서 벗어나 타 분야처럼 이제는 완전한 민간자율로 전환시켜야 한다.

즉, 국민의료의 비용-효율성 제고와 의사인력의 생산성 증대를 위하여 국가는 이제는 전문의제도의 직접관리에서 과감히 손을 떼고, 선진국처럼 국가는 총 의사인력의 양과 총체적인 질만을 통제하여야 한다.

그래서 국가는 GME에 있어서는 총합적인 수련교육만을 국가의 기초적이고 직접적인 책무로 하고, 각 전문과목별 수련교육은 학문과 교육의 자율 차원에서 해당 학회에 맡기며, 그이상의 졸업후 의학교육과 전문의제도에는 국가는 간접 지원만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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