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의원 주최 28일 국회토론회

공급자 퇴장 난무한 건정심...의료계 "바꾸자" VS 정부 "문제 없다"

의료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불합리한 구조가 대선 후 국회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진 만큼 변화의 조짐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러나 정부 측 관계자로 토론에 참여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정심 구조는 상당히 우리나라에 합리적으로 설계됐다"면서 당분간 법이나 제도 개편이 없음을 시사했다.

28일 국회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개최한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구조 개편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연구위원은 "모든 법과 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논의를 통해 공평하고 전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구조에 있어서 공익단체가 정부편향적이며 소비자 입장에 서 있으므로 16:8로 볼 수 있고 주장하면서 의료계에게는 다소 불합리하고 지적했다. 또한 수가협상 결렬 시 책임을 공급자단체에 근거없는 패널티를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제언했다.

이에 건강보험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비효율, 결과 왜곡, 당사자 간 갈등 심화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적정보상과 적정부담이라는 건강보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장성 강화 뿐만 아니라 의료 질 향상을 고려해야 하며, 보험료 결정 참여자의 불합리한 구성을 개편, 참여자들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선 결정기능과 조정기능 구분하고, 조정기능을 위해 별도의 법정조정기구를 활용하자고 주문했다. 조정결과는 결정과 동일한 효과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을 덧붙였다.

또다른 대안으로는 건정심 기능 재정비하는 방식을 언급, 급여기준과 급여비용을 심의만하는 기구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보험료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이 결과를 반영해 정부가 결정, 고시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요청했다.

이 연구위원은 "독일의 방식과 비슷하게 공급자와 가입자를 동수로 운영하고, 공익위원들은 중립성을 보장하자"면서 "건정심과 별도로 법정조정기구를 만들어 조정결과는 계약결과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법령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면서 이를 집행하는 정부의 운영요령이 필요하다"면서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의 개선을 위해 법령정비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자 백전백패인 건정심 구조, 변해야만 의료계 산다"

나춘균 병협 보험위원장은 "이제는 바꿔야만 한다. 공급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4~5년안으로 의료계에 커다란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적은 비용으로 의료혜택 받으려는 가입자 심리는 당연하나,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결국 지나친 가격 저평가는 의료 질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피해는 국민의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건정심은 건강보험의 중요한 부분을 대부분 결정하는 곳임에도, 가입자 대표나 공급자 대표들이 의료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며, 이들의 인식이 바껴야만 의료계 발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저수가에 대해 비보험, 비급여로 버텨왔으나, 점점 비급여 부분이 급여화되고 있어 의료인들의 재투자 길이 막혀버렸다고 토로했다.

나 보험위원장은 "지금 시스템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앞으로 4~5년 내에 의료질은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물론 국민도 신성장동력인 의료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히 관련 법령과 제도를 구축하고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가 인상은 충분...건정심 공익위원들의 중립성 확보는 의료계 입장에 동의"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주제발표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가졌다. 하지만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어 공급자들이 이러한 건정심 구조로 수가 인상이 더뎌짐을 지적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신 부원장은 "환산지수에 상대가치변화율을 곱해서 계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상대가치까지 함께 고민한다면 적게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상대가치가 특정과에만 인상되는 등 한계점이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함께 포함하는 것이 맞으며, 충분치는 않아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의료계의 적정수가를 이야기할 때, 인건비 부분이 상당한데 이를 뒷받침해줄 대표성 자료가 없어 비용구축을 정확히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적정수가에 대한 합의가 가입자-공급자는 물론 공급자 간에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정심의 구조에는 문제 없으나, 공익위원들이 중립적 위치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익위원들이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며, 객관적 잣대를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건정심 구조 변화 없다. 차등수가제도는 시범 적용해볼터"

국회와 의협 등의 노력에도 건정심 구조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9번의 협상 결렬 시 패널티가 부여된 것은 딱 1번이다. 이번에도 공단이 최종 제시한 안으로 갔다. 나머지 모두 오르거나 동결됐다"면서 "건정심이 의료계를 비롯한 공급자단체를 옥죄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과장은 건정심은 사회적 논의기구이자 합의기구임을 명시하면서 "구조 원리에 문제 없으며 각 나라의 제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식으로 가자는 주장에 대해 "독일은 현재 총액계약제이므로 더이상 지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건정심에서는 거의 수가가 고정돼 있어 급여기준 등을 결정하는 기능만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건정심이 다양한 보건복지정책을 고려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구조가 맞다는 것이다.

또한 건정심 구조가 변화한다고 해서 의협이 원하는 대로 수가문제가 해소될 것이란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과장은 "적정수준이 전제되지 않은 지금은 상태에서 상부구조만 변화한다고 해서 수가문제가 개선될리 만무하다"면서 "전국 단일 수가를 공공목적, 지역적, 과별로 각각 다른 틀에 넣어 의료현장을 반영한 수가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박인숙 의원은 다음주쯤 건정심 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