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관 편집국장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군요. 그 어느해보다도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참으로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 해였습니다. 의료계와 병원계, 제약계 등의 다양한 소식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취재 현장에서 동분서주한 기자들에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올 한해 가장 특징적인 면은 노환규 의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정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점을 들 수 있는데요.

하장수 부국장
예, 맞습니다. 그동안 의·정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유독 노환규 집행부가 들어선 5월부터 현재까지 극한 대립 관계가 형성돼 왔습니다. 물론 최근 의·정 협상이 진행되고는 있습니다만….

손종관
의정 관계는 의협의 건정심 탈퇴 선언 이후 극에 달했죠.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을 앞두고 의료계가 전면 투쟁을 선언하며 의료대란 우려를 낳았는데요, 이 부분을 얘기해 보죠.

하장수
예.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안과 등 4개 진료과가 응급 수술을 제외한 수술을 거부하기로 해 한 때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중재로 다행히 의료대란을 피하게 됐습니다.

박도영 기자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학회차원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정신과 영역에서 포괄수가제 쟁점 및 대응' 공청회 세션을 마련해 제도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정신과 진단은 다른 질환에 비해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고 외래에서 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변이가 크며 정신질환의 중증도 및 심각성과 필요한 치료서비스 사이의 연관성도 적다는 것이었는데요. 더불어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조기퇴원하게 된 환자의 보호자가 퇴원을 거부하거나 환자가 다른 병원에 재입원했을 경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환자가 퇴원 거부 시 장기입원으로 인한 비용 책임을 모두 의사에게 지울 수 없고 특정 병원에서 입원기간이 줄었다 해도 다른 병원에 재입원하면 또 수가가 발생해 결국엔 재정절감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죠.

손종관
그 당시 조건부 수용을 했었죠.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노환규 집행부는 투쟁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의료계 대표자 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결국 또다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건정심 개편 등 7개항을 요구했습니다. 장관과의 상견례가 노환규 집행부 취임 8개월만에야 성사됐다는 점만 봐도 의·정 관계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 다행히도 최근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면 극한 대립은 해동되는 분위기입니다.

서민지 기자
여기서 잠깐 의협이 불참한 채 진행된 2013년 수가 협상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의협은 2.4%의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2013년도 수가협상은 의협과 치협을 제외한 의약계의 순조로운 동의를 얻으면서 만족할만한 성과였다고 건보공단 측은 말했습니다만 협상과정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인 면모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실행여부가 불확실한 부대조건을 내세워 수가를 좌지우지하는 주객전도식 협상이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뿌리게 했습니다.

손종관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서민지
이어지는 건정심도 가관이었습니다. 의협의 일방적인 불참은 소통 단절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건정심 구조 개편이라는 큰 현안이자 문제를 그대로 가져가려는 복지부의 태도도 못지 않게 독단적이었습니다.

손종관
의정 대립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2012년의 최대 화두가 됐던 ‘응당법’ 얘기를 간단히 해 볼까요. 응급환자를 효과적으로 진료하기 위한 응급실 운영체계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임솔 차장
전문의가 24시간 응급환자를 진료하도록 한다는 법이 시행되면서 광역·지역응급센터, 대학·종합병원 할 것 없이 반발에 나섰고 현재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 위반에 대한 행정조치는 내년까지 유예된 상태로 복지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서민지
국회 입법조사처도 정책 방향은 타당하나 추진에 앞서 인력 부족과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손종관
논란 후 복지부는 현재 입법 예고된 내용은 권역 전문 응급의료센터는 8곳, 지역 센터는 5개과 지역 기관은 외과계·내과계 각 1인 이상의 전문의를 두도록 하는 것입니다. 응당법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올해는 대선이 있었던 해로 대선주자들의 보건의료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죠.

임솔
지난 19일 제 18대 대통령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의료계와 병원계를 포함한 의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침묵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인데요. 병협이나 의협이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보건의료 공약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는가하면 각 학회 등도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는 등 매우 구체적인 행동들을 했습니다. 전에 없이 의사들의 공식적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이 잇따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김수미
부장 정치 얘기가 나온 김에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한 해는 여의사 위상 강화를 도모한 한 해였습니다.
19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4명의 의사 중 3명이 여자의사였다는 점은 여의사들의 위상 향상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박인숙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송파갑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신의진 연세의대 교수와 문정림 전 의협 대변인이 각각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후에 자유선진당이 선진통일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 새누리당으로 통합되면서 지금은 여의사 국회의원 3인방이 모두 새누리당에서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손종관
이제 이쯤에서 화두를 제약계로 돌려 볼까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약계는 약가 인하 후폭풍으로 경영 위기 등 몸살을 앓았는데요.

박상준
부장 뭐니뭐니 해도 4월 1일 부터 시행된 일괄약가 인하제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만을 품은 제약사들이 단체 소송을 추진했지만 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복지부의 무언의 압력에 소송 취하라는 해프닝으로 끝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쨌든 이 제도로 제약사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도 유례없는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들의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손종관
산업이 발전해야 의료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상준
그렇습니다. 기억되는 또 다른 이슈로는 토종 신약들이 비교적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를 비롯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 일양약품의 슈팩트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제미글로는 국내 첫 토종 당뇨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한 백혈병 치료제인 슈팩트도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 구조를 깼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는 개발도 개발이지만 복용법을 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손종관
한마디로 불황 탈출구를 신약 개발로 삼았다는 것이군요.

박상준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도 눈에 띕니다. 특히 60년만에 새로운 항응고제 제품이 급여를 획득해 내년부터 처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라닥사, 자렐토가 있습니다. 와파린은 매우 효율적인 치료제이지만 출혈위험성을 늘 걱정해야하고 비타민K 길항제이므로 이 흡수를 저해하는 시금치 등과 같은 음식을 신경써야 합니다. 반면 새로운 제품들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은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에만 쓸 수 있지만 앞으로 더 넓은 적응증도 예상해 봅니다.

손종관
바이오시밀러 시대의 개막도 중요한 부분이죠.

박상준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11월 부터 램시마의 국내 판매에 본격 들어갔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램시마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 7월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비싼 항체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지만 의사들의 인식도는 아직 낮은 편입니다. 그래도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인식은 점점 커지겠지요.

손종관
대화를 이제는 의학계로 돌려 볼까요?

박선재
부장 당뇨병 분야에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고혈당관리 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약물치료와 관련해 메트포르민을 일차선택으로, 이차선택으로는 설포닐우레아계·티아졸리딘디온계·DPP-4 억제제·GLP-1유사체·기저인슐린 등이 권고됐습니다. 특히, 양 대륙의 공동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연령, 성별, 당뇨병 이환기간, 합병증 위험 등과 약제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 약물치료를 적용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임세형
차장 스타틴과 당뇨병 간 연관성을 올해 심혈관과 내분비 학계에서 가장 큰 이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고용량 스타틴 전략이 당뇨병 위험도를 높여준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습니다. 학계 전반적으로는 당뇨병 위험보다 심혈관 혜택이 더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월에 열린 미국심장협회(AHA)에서는 고용량 스타틴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박도영
당뇨병 분야에서는 메트포르민이 미국당뇨병학회(ADA), 미국내과학회(ACP) 가이드라인에서 1차약물로 '고정'됐다는 점, 그리고 2차 약물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2차 약물경쟁에서 DPP-4 억제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ADA, 유럽당뇨병학회(EASD) 학술대회에서는 GLP-1 유사체 작용제, 조기 인슐린 요법들이 DPP-4 억제제 대비 우세를 보인 연구들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상돈 부장
2012년은 전세계적으로 순환기와 내분비 학계에서도 이슈가 참 많았습니다. 우선 신규 항응고제를 통한 포스트와파린 시대의 개막이 천명된 점이 주목됩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물론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다비가트란과 리바록사반에 이어 아픽사반(유럽)이 승인되면서 본격적인 포스트와파린 시대가 열렸습니다. 북미(AHA, CCS)와 유럽(ESC)에서 이들 3개 신규 항응고제들을 일제히 권고하는 가이드라인들이 발표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임세형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COPD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국내 호흡기 학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진료지침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됐지만 지난해말 큰 변화를 가지고 발표된 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연구회(GOLD)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는 올해초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기존 단계별 환자구분에서 환자의 증상, 신체기능, 폐기능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위험그룹별로 나누고,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박선재
체세포를 이용해 역분화줄기세포(iPS)를 개발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거든 교수와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줄기세포가 뜨거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미 사람에게 이식했다는 한 일본 연구원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언론들이 대형 오보를 내기도 했고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가 논문 여러편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학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줄기세포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연구 윤리에 대한 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종관
이상지질혈증 부분에서는 LDL콜레스테롤에 더해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 조절 기전의 약물과 관련한 임상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돼 관심을 끌었죠.

이상돈
예. 중성지방 저하기전의 피브레이트는 신장질환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보고됐으며, HDL-C 상승기전의 CETP 억제제는 달세트라핍이 심혈관사건을 줄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또한 스타틴으로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PCSK9 억제항체는 일련의 2상 임상연구에서 탁월한 LDL콜레스테롤 저하효과를 보고했습니다.

손종관
지금까지 한해의 주요 사건들을 살펴봤습니다.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고민수 기자
올초 KIMES에서 삼성전자 DR 출시가 화제였습니다. 주요 DR 제조사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정도였습니다. 삼성은 이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국내 영업에 손을 떼지 않고 있어 관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재별개혁과 맞물린 주요 현안 과제가 될 것입니다.

오영애 차장
연구중심병원 공모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2조원이 넘는 지원금이 투입되더라도 진료를 대폭 줄이고 연구에 전념하는 스텝을 다수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맞물려 대형병원들의 필수적인 선택조건으로 보입니다.

박현민 기자
의사 및 의료와 관련된 프로포폴 사건 등도 있었습니다. 몇몇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의사 전체가 여론에 못매를 맞았습니다.

박선재
카바수술 논란을 빼놓을 수 없죠. 보건복지부가 3년 5개월만에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결국 폐지했음에도 카바수술(CARVAR,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 논란은 식을줄 모르고 있습니다. 복지부에서 원칙적으로 선언한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하며,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완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손종관
2012년을 되돌아보면 너무도 다사다난해 사건 등을 일일이 나열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 그리고 동료 기자 여러분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 정리 잘 하시고 2013년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내년에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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