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외 순환기·내분비 학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질환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소식들이 이슈를 선점했다. 신규 항응고제의 등장으로 인한 항혈전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이상지질혈증 신약개발을 통한 치료전략의 개선, TAVI 시술의 신의료기술 인정, 환자 중심의 고혈당 약물치료 동향, 비만수술의 당뇨병 치료·예방효과 등 다양한 이슈들이 올 한해를 장식했다. 2012년 순환기·내분비 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했던 이슈들을 정리한다.

1. 포스트와파린 시대 활짝

아픽사반이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승인됨에 따라 다비가트란과 리바록사반을 포함하는 포스트와파린 시대 3개 신규 항응고제의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3개 약제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적응증을 승인받으며 와파린 대체라는 소명을 가시화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가이드라인 역시 연이어 3개 신규 항응고제를 일제히 권고하고 나섰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와파린과 3개 신규 항응고제를 일괄적으로, 캐니다심장학회(CCS)와 유럽심장학회(ESC)는 와파린에 앞서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의 선택을 우선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비가트란을 선두로 이들 신약의 혈전이 예고됐다.

2. LDL, TG, HDL 100% 관리 도전

LDL콜레스테롤(LDL-C) 저하기전의 스타틴에 이어 중성지방(TG)과 HDL콜레스테롤(HDL-C) 조절기전의 약물들과 관련한 임상연구들이 올해 대거 발표됐다. 이상지질혈증의 약물치료가 LDL-C에 더해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 관리를 위한 TG와 HDL-C를 포함하는 종합관리 전략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TG 저하기전의 약물로는 피브레이트의 선전이 주목된다. 피브레이트는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을 통해 신장질환 환자에서 TG와 HDL-C 조절을 통한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보고하며 스타틴의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HNDL-C 상승기전의 약물로는 CETP 억제제가 주목을 받았으나, 달세트라핍의 아웃컴 연구가 실패로 귀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보다 강력한 HDL-C 상승기전의 아나세트라핍과 에바세트라핍의 3상 임상연구가 진행 중에 있어 아직 예단은 이르다.

스타틴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PCSK9 억제항체 역시 긍정적인 2상 임상연구 결과가 대거 발표되며 지질인자 100% 관리의 도전에 일조하고 있다.

3. "한국인 10명 중 1명 당뇨병"

대한당뇨병학회가 한국의 당뇨병 대란을 기정사실화했다. 학회는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를 발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유병률 1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더불어 잠재적인 당뇨병 단계(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는 19.9%로 성인 10명 중 2명이 당뇨병 고위험군인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유병률에 비해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7%로 낮은 인지율을 보였다. 또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아는 경우는 83% 정도가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당뇨병 환자임을 모르고 있는 경우(새로 진단받는 경우)를 모두 포함하면 전체의 62%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기준의 혈당목표치(A1C 6.5% 미만)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70%로 극히 저조한 혈당조절률을 나타냈다.

4. 고혈당 약물치료 환자 맞춤형으로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업데이트된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를 강조했다. 이는 혈당조절이 환자의 임상특성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며 연령, 체중, 인종, 저혈당, 체중, 합병증, 이환기간 등에 따라 혈당조절이 다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고혈당 약물치료의 일차선택으로 메트포르민을, 이차선택으로 설포닐우레아(SU), 티아졸리딘디온(TZD), DPP-4억제제, GLP-1유사체, 기저인슐린을 제시하고 있는데 환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차선택시 저혈당 위험이 고려돼야 하는 환자에게는 TZD·DPP-4억제제·GLP-1유사체가, 체중증가의 부담이 큰 환자에게는 DPP-4억제제나 GLP-1유사체가, 비용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SU나 인슐린 등이 선호되는 식이다.

5.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 쟁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스타틴 제품라벨에 혈당증가 위험에 대한 경고를 추가토록 하면서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 이슈가 쟁점화됐다. 논쟁은 명확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로 조기종료된 JUPITER 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당뇨병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보고되면서 촉발됐다.

최근 발표된 JUPITER 사후분석에서는 당뇨병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군에서 높은 심혈관사건 감소효과에 반해 신규 당뇨병 발생위험은 없는 곳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위험인자가 1개 이상인 그룹에서는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했으나, 이는 심혈관사건 감소의 혜택에 의해 상쇄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TNT와 IDEAL 연구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당뇨병 위험인자가 0~1개인 그룹에서 고용량과 저용량의 신규 당뇨병 발생빈도에 차이가 없었다.

6. 인슐린치료의 약진

올해 열린 AD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인슐린치료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인슐린글라진을 통한 항고혈당요법이 ADA에서 발표된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혈당조절 효과를 검증받고, 안전성 관련 의혹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인슐린글라진 관련 보고만 해도 임상연구가 2건, 역학연구는 3건으로, 이들 연구는 고혈당 약물치료의 이차선택으로서 기저인슐린(인슐린글라진) 조기투여의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와 더불어 심혈관질환이나 암위험증가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7. TAVI, 국내서 신의료기술로 인정

경도관대동맥판막삽입술로 불리는 TAVI(Transcather Aortic Valve Implantation)가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다. TAVI는 개흉을 하지 않고 수술 고위험군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점이 있었지만, 궁극적인 혜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TAVI를 약물치료 또는 대동맥판막치환술(AVR)과 비교한 연구결과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TAVI의 적응증을 판막수술 고위험군까지 확대해 적용토록 했다.

8. 폐경여성 HRT 혜택 논쟁 지속

올해 발표된 한 메타분석에서 폐경여성의 호르몬대체요법(HRT)이 여전히 혜택에 비해 위험도가 높다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논쟁이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HRT와 관련해 이른바 타이밍이론(timing theory)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덴마크 흐비도브레대학병원의 Louise Lind Shierbeck 교수팀은 임상연구를 통해 "폐경후 여성에게 조기에 HRT를 실시한 결과, 장기적으로 암·심부정맥혈전증·뇌졸중 위험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사망률·심부전·심근경색증 위험은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보건부 산하 USPSTF(질병예방특별관리팀)은 최근 개정·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폐경여성에서 심혈관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HRT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 카바수술 조건부 비급여 고시 폐지

지난달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카바수술에 대한 법적 근거인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복지부가 안전성 검증을 위해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마련한 이후 3년만이다. 12월 1일부터 카바시술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카바링의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카바링의 사용 근거인 치료재료 비급여목록 고시도 폐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바수술의 당사자인 송명근 교수는 "카바수술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 비만수술 당뇨병 치료·예방효과에 관심

올해 초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비만수술(bariatric surgery)의 당뇨병 치료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제2형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비만 환자에서 12개월간의 비만수술과 약물치료 병용을 통해 단독 약물요법에 비해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최근에는 비만 환자에서 비만수술을 통해 제2형당뇨병 위험을 현저하게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당뇨병 예방의 가능성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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