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

지방 공공병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켠에선 임금동결, 임금체불 불만에 파업을 일삼고 다른 한켠에선 차라리 문을 닫으라는 주문이 일고 있다. 혹여 조용하더라도 적자 늪에서 생존전략을 찾지 못해 활기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과연 공공병원의 생존전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2년 연속 우수개선기관상, 시 공공기관상 등을 수상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인천광역시의료원 조승연 원장을 만나 공공병원의 역할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들어봤다.


열악한 현실, 내부 "소통"부터 노력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평가를 잘 받았나 봅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열악한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어요. 일단 위치 자체가 시내 중심부와 많이 떨어진 곳만 봐도 공공병원이 외면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2년전 취임한 조승연 원장은 오자마자 공공의료사업실, 대외협력실, 사회봉사단 등의 신설 조직을 개설했다. 공공성에 대해 연구하고 외부 활동을 다지는 동시, 노조 등 내부의 결속을 강화한 것. 올해는 서울의료원의 모델을 본따 "공공의료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모델을 세우고, 인천시, 나아가 다른 공공병원에 공유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곳이다.

인천시에는 인천적십자병원, 인천산재병원, 민간 위탁된 시립요양원 2곳 등이 공공병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길병원,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대학병원은 물론, 중소병원들도 꽤 많다. 그럼에도 서울로 50% 이상의 환자가 빠져나가고 있다. 한편으론 인천시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인천의료원은 인천시민들이 주 고객인 가운데, 입원환자의 40%가 의료보호다. 진료비 100원단위로도 항의를 할 정도의 서민층이 대다수다. 그래도 환자가 줄어 걱정이 많다.

사실 공공병원이 생겨날 무렵 공공병원은 소위 "잘나가는" 병원이었다. 도립병원이 최고 좋은 병원이었다. 1990년대 말 기업 투자병원 등 대형병원이 대거 등장하면서부터 큰 병원 중심으로 흐른 반면, 공공병원은 투자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인천의료원도 200억원을 들여 겨우 리모델링하기 전까진 창고 수준이었다. "후진병원", "거지들이 가는 병원", "의사들의 불친절", "패배주의에 빠진 직원들" 등의 평이 절대적이었다. 처음에 조 원장이 취임할 때도 주위의 만류가 많았다. 직원들이 인사조차 안받을 정도였다. 원장과 관계없이 내부에 만연한 부정적인 시각 탓이다. 여기에 조 원장은 "소통"으로 다가섰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생각하던 것이 생일이었어요. 진짜 생일을 물어보고 기관실, 영안실 직원들에도 직접 가서 주던 활동이 벌써 2년이 흘렀네요. 소통의 키워드인 SNS 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직원들을 소개하는 등 병원 홍보가 주내용이지요. 지역시민들과 소통하고 정치가, 사회단체들에 인천의료원을 알리는 것이지요."

인천 지역에 사랑받는 병원에 총력

사실 "복지 인천을 선도하는 공공병원의 중심"이라는 병원 비전이 세워져 있지만, 그간 어찌보면 원장에 따라 또는 시장에 따라 달라지고, 공공의료에 대한 내부적인 가치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조 원장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병원이 돼야 하며, 그 봉사하는 병원에 근무하는 병원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리고 인천시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였다.

이를 위해 우선 400개 지역병원들과 협약을 맺고 시립병원은 경쟁하는 병원이 아니라 최후의 치료수단이라고 알려나갔다. 특히, 의료급여환자들도 찾을 수 있고, 치료비가 없어도 갈 수 있는 병원으로 소개했다. 물론 적자는 면치 못한다. 그래도 병원의 "편"을 심는 활동이 지원 주장보다 먼저다.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를 병원에서 알고 시에서 도와줄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

다행히 인천시에서 4억 5000만원가량의 무료수술예산이 책정돼있다. 또한 보호자없는 병원을 운영, 25병상에 대한 간병이 지원된다. 그럼에도 미수금, 특히 실질적 노숙인에 의한 미수금이 상당히 많다. 쫓아낼 수조차 없어 6개월에서 1년씩 장기입원해 있는 환자가 5명이나 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공공병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을 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환자 눈높이에 인력, 장비 등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질 수 밖에요. 비급여 항목이 없고 그나마 수익을 내는 것이 장례식장, 검진인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민간병원에 따라가긴 어렵죠. 여기에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폭까지 따라가다 보면 적자 늪에서 헤아려 나오기 힘들지요."

없애든지 살리든지..."사생결단의 시기"

결국 공공병원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다행히 인천의료원은 시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임금인상을 놓고 노조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노조를 일대일로 만나면서 집단행동이 표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장, 특히 공공병원장이면 노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병원 발전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제시하면 어려워도 어느 정도는 동참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병원 스스로 착한 병원, 친절한 병원이 되기 위한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 원장은 말한다. 시민의 사랑을 받으면 의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지원도 조금 더 받게 된다. 그래도 아직 껍데기만 갖추고 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한참 갈길이 멀다. 다른 공공병원들의 상황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공공병원 자체를 아예 날려 버리든지, 공공병원 소속 스탭을 모두 공무원으로 만들고 전적으로 지원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고 봅니다. 이대로 가다간 자생하기 힘듭니다. 공공병원에 인센티브제, 수익성에 의거한 평가도 말이 안됩니다."

그만큼 병원 스스로는 믿을만한 적정진료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려운 환자들을 통해 연구하는 병원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공립의대 차원에서는 각종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면서 연구와 교육 기능을 갖춘, 능력있으면서도 양심있고 소신있는 의사를 키워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은 임기 1년 가량 그는 병원 잘되는 것을 보고 마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다른 취미생활도 즐기지 못한 채 병원 생각에 여념이 없다. 대선 주자들의 '보장성 강화' 분위기와 함께 조승연 원장의 열의와 애착이 공공병원의 열악한 현실 앞에 외면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사진. 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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