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암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

발기부전 update

1. 발기부전 치료제 오남용 위험 높아

2. 환자들의 인식

3. 처방시 성분•용량•성생활 패턴 등 맞춤전략 중요

4. "올바른 처방 위해선 전문성 더 갖추고 환자 대해야"



1998년 세계 최초로 경구형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오면서 발기부전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국내에서는 10년만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 1000억원대 규모를 넘어서면서 발기부전치료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돼 있는 오리지널 약물만 9가지며, 여기에 실데나필 제네릭까지 합하면 50가지가 넘는다. 인터넷으로 불법 판매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규모도 최근 3년간 무려 78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상 불법 의약품 총 유통건수가 8.9배 증가한 것에 비해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지윤섭 교수팀, 타 질환과 비교 관찰 연구
"다각적 접근•대규모 연구 필요하다" 제안


발기부전은 한국인에서 특별히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불법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짜약이나 보조제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남성과학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의사 10명 중 4명은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부작용 관련 환자 진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발기부전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기에 이렇게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것일까? 최근 열린 대한비뇨기과학회 추계학술대회 포스터 세션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영남대병원 비뇨기과 지윤섭 교수팀은 발기부전이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지 다른 질환과 비교 관찰했다. 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발기부전군 263명과 대조군 434명을 조사했다.

발기부전군은 치료제를 처방 받고 한 달에 두 번 이상 성관계를 가지는 자, 대조군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성관계를 가지는 건강한 성인으로 했다.

연구팀은 "다음 보기의 질병과 발기부전 중 한 가지를 평생 겪어야 한다면 어떤 질병을 고르시겠습니까"라는 질문과 고혈압, 당뇨병, 벙어리, 귀머거리, 실명, 의수, 의족, 혈액투석, 심근경색, 대상포진, 만성 축농증, 만성 중이염, 위암, 폐암, 간암, 치매 등의 보기항목을 다양한 병기로 나눠 제시했다. 단 해당질병과 환자의 연관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30~40대, 더 심각하게 느껴

연구 결과 대조군은 고혈압, 경구혈당강하제로 조절한 당뇨병, 대상포진, 만성축농증, 만성중이염뿐 아니라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당뇨병, 벙어리, 한쪽 귀머거리, 한 눈 실명, 한 팔 의수, 한 다리 의수, 치매 등의 질환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40대 발기부전군은 혈액 투석과 초기 위암, 초기 폐암, 초기 간암보다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발기부전은 일반 성인 남성에서 만성질환보다 심각한 질환으로, 발기부전 환자에서는 난치성 질환에 상응하는 위중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처방 주의점 의사에게 듣기 원해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 및 조제에 대한 환자의 의견을 물은 연구도 있었다.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김진욱 교수팀은 2011년 9월부터 전향적으로 PDE-5 억제제 처방 환자에 대해 처방 후 다시 내원한 상태에서 치료를 찾거나 처방을 받는 행위에 대한 불편함에 대한 설문을 시행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58.81세로 이 중 절반이 PDE-5 억제제 처방을 받은 지 3개월 이내 환자였다. 환자의 75~89%에서 발기부전에 대해 병원을 찾거나 접수하는 행위, 내원 이유를 밝히는 행위 등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또 환자의 75%가 조제를 받기 위해 약국을 찾을 때 주위 시선에 특별한 불편함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실시된 국내 조사에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의 30%가 의사의 처방 없이 약물을 구입 복용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약사에게 제시했을 때 83%가 당혹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타과는 차이가 있다.

1999년 실데나필이 처음 국내에 시판 됐을 때 성적 문제를 갖고 있는 40~80세 한국 남성이 의사를 찾는 비율이 5.2%에 불과했으나 5년 후 35%나 증가했듯 성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나 인식이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발기부전 치료가 매우 개인적인 사항이라는 점에서는 변함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49~67%가 약국에서 PDE-5 억제제 처방에 따르는 주의점, 복용법, 지속 발기에 대한 위험 등 복약 지도를 듣지 못했으며, 94%의 환자가 이러한 내용을 약국보다는 병원에서 듣기를 원했다.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받기 원하는 환자도 절반이 넘는 55%나 됐다.

김 교수팀은 "환자들은 파트너에게 약물 복용 사실을 파트너에게 알게 하고 싶지 않을 뿐더러 긴 설명을 약국 등에서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면서 "향후 환자의 개인적인 사항을 존중하면서 충분히 발기부전 치료에 대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의 진료가 모색돼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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