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피브레이트 이어 CETP억제제, PCSK9억제항체 주목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인터뷰



"HDL콜레스테롤(HDL-C) 상승 기전의 CETP억제제는 LDL콜레스테롤(LDL-C)을 낮추는 스타틴과 병용시에 플라크 안정화와 퇴행을 동시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유도하는 상호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LDL-C 저하 기전의 PCSK9 억제항체는 스타틴 치료가 힘들거나 지질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것이다. 스타틴과 피브레이트에 이어 CETP 억제제, PCSK9 억제항체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100% 완벽한 지질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dal-OUTCOMES 연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지질치료제 달세트라핍으로 HDL-C를 증가시켰으나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아웃컴은 개선되지 않았다. 톨세트라핍(ILLUMINATE 연구), 나이아신(AIM-HIGH 연구)에 이어 달세트라핍까지 HDL-C 상승 기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약물들이 심혈관사건이라는 팔부능선 앞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지난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dal-OUTCOMES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실패로 규정하기보다는 HDL-C의 기능과 역할, 조절전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분야의 석학인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CETP 억제제를 통해 증가된 HDL-C가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체외실험 결과 이 HDL-C가 콜레스테롤역수송(reverse cholesterol transport)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CETP 억제제가 기존 치료에 비해 추가이익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 치료가 이미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스타틴과 CETP 억제제 병용요법의 상호보완 효과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정군을 발견한다면 이 신약이 심혈관사건을 줄이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또 "달세트라핍에 비해 HDL-C 상승효과가 강력하고 혈압상승의 부작용이 없는 아나세트라핍(REVEAL 연구)이나 에바세트라핍(ACCELERATE 연구) 등의 3상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AHA 학술대회의 주요 관심대상이었던 PCSK9 억제항체의 역할론 또한 강조하며 "새로운 타깃의 LDL-C 저하 약물을 통해 스타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면 지질치료 혜택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는 등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치료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수 교수를 통해 LDL-C, HDL-C, 중성지방(TG)에서 LP(a)까지 종합적으로 커버하는 지질치료체계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 dal-OUTCOMES 연구에서 심혈관사건 개선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저시점의 환자상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스타틴, 항혈소판제, 항고혈압제를 통해 최상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LDL-C, HDL-C, TG의 평균수치가 각각 76 mg/dL, 42 mg/dL, 134 mg/dL로 지질 전반이 잘 조절된 상태였다. LDL-C 저하는 플라크를 안정화시키는데 주로 작용한다. 플라크가 파열되지 않도록 안정화시켜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인다. 한편, HDL-C 상승은 플라크를 퇴행시키는 것이 주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죽상경화반이 이미 안정화돼 있는 상태에서는 부가적인 퇴행에 큰 가치를 두기가 어렵고, 이를 통해 아웃컴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이미 스타틴을 통해 LDL-C를 낮춰 죽상경화반이 안정화돼 있는 상태에서 HDL-C 상승을 통한 플라크 퇴행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플라크가 안정화돼 있고 크지도 않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역수송의 여지가 적고, 이로 인해 혜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본다.

- 아웃컴을 개선하기에는 달세트라핍의 HDL-C 상승효과가 크지 않았고, 이렇게 증가된 HDL-C가 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체외실험(in vitro)을 통해 CETP 억제제에 의해 증가된 HDL-C가 콜레스테롤역수송 등 순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인돼 있다. 환자들이 지질치료를 잘 받아 온 상태에서 HDL-C 상승을 통해 더 이상의 아웃컴을 개선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달세트라핍의 HDL-C 상승효과가 강력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나세트라핍이 HDL-C를 120%까지 높였던 것과는 대조된다. 따라서 강력한 HDL-C 증가효과를 갖추고 혈압상승 등의 부작용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아타나세트라핍의 3상임상(REVEAL 연구)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REVEAL 연구결과가 나오면 CETP억제제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 CETP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스타틴과 CETP 억제제 병용을 통한 상호보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타틴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 LDL-C가 조절돼 있지 않고 HDL-C는 낮아 크고 불안정한 플라크가 있는 ACS 환자에서 스타틴과 CETP 억제제를 병용하는 파인튜닝을 통해 플라크 안정화와 퇴행을 동시에 신속하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타틴 치료경험이 없는 ACS 환자에서 스타틴 + CETP 억제제 대 스타틴 단독요법의 심혈관사건 개선효과를 비교해보는 연구도 가능하다고 본다.

- 피브레이트 제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피브레이트는 대사증후군 환자, 즉 TG가 높고 HDL-C는 낮은 환자들에서 심혈관사건 아웃컴을 의미있게 줄인다. FIELD와 ACCORD Lipid 연구 모두 고TG, 저HDL-C 하위그룹에서 일관된 심혈관사건 개선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특성의 환자들은 스타틴을 쓰고 있더라도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를 고려해 피브레이트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dal-OUTCOMES 연구에서는 HDL-C가 낮은 환자에게 달세트라핍을 적용해도 유의한 심혈관사건 개선효과가 없었다. HDL-C만을 단독으로 올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 PCSK9 억제항체의 역할은?

LDL수용체와 결합해 결과적으로 LDL-C 수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PCSK9 단백질에 대한 단일클론항체 신약이다. 두 가지 부류의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모두 스타틴과 관련되는데, 첫째는 근육 부작용 등으로 인해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이 경우 에제티미브를 쓸 수 있는데 LDL-C 저하효과가 15% 정도로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LDL-C가 너무 높아 스타틴으로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에게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과 로수바스타틴을 병용해왔는데, 그래도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환자들이 있다. 스타틴 치료환자들 가운데 5~10% 정도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약제가 바로 PCSK9억제제다. 임상현장에 이러한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한 약제다. 주사제인만큼 이차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이상의 약제들을 살펴볼 때 지질치료체계의 완성 가능하다고 보는지?

스타틴만 가지고도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스타틴과 피브레이트를 통해 90% 정도의 지질이상 환자들을 커버할 수 있다. 나머지 5~10%에 CETP 억제제나 PCSK9 억제항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DL-C, HDL-C, TG 외에도 LP(a)가 중요한 인자로 인식되고 있는데 PCSK9 억제항체가 강하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타틴과 피브레이트에 이어 CETP 억제제, PCSK9 억제항체까지 손에 잡게되면 지질이상과 관련해서는 100% 커버가 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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