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간학회는 국내 연구를 최대한 반영해 한국인에 맞도록 만성 B형간염과 간경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 발표했다. 그러나 현행 의료보험급여 기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제한이 많아 가이드라인에 따른 처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 가이드라인이 반영돼 보험급여 문턱이 낮아진 항목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 일반적인 간질환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물 가운데 급여 적용이 안돼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다.

동국의대 내과학교실 서정일 교수는 22일 열린 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C형간염, 간경변증을 포함한 일반적인 간질환에서 급여실정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급여실정의 한계와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는 만성 C형간염 치료제는 주사제로 인터페론 알파와 페그인터페론 알파-2a, 페그인터페론 알파-2b가 있고, 경구 복용제로 리바비린이 있다. 그러나 페그인터페론 알파의 경우 2b는 1, 4형에 관계 없이 급여가 인정되는데 비해 2a는 1형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서 교수는 "유전자형 4형도 1형과 동일하게 급여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흔하지는 않지만 현행 급여기준에 유전자형 6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 부분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인터페론 치료에서 치료 종료시 반응이 없는 무반응군에서도 페그인터페론 급여인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외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보세프레비어 또는 텔라프레비어가 국내 허가됐을 때 상황도 고려돼야 한다.

간경변증에서는 알부민과 텔리프레신 및 리팍시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부민의 경우 알부민 검사치 기준치가 3.0 g/dL 이하를 우선 전제로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 기준은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 교수는 "치료적 복수천자,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과 동반해 혈청 크레아닌치가 정상 이상으로 상승된 경우, 간신증후군 및 복수나 늑막삼출에 의한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혈중 알부민 검사치와 관계 없이 알부민 투여가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텔리프레신과 알부민의 병용투여가 신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보험 급여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간성뇌증이 발생했던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은데 예방 목적으로 리팍시킨을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급여기준에서는 고암모니아혈증에서만 인정되고 있고 암모니아 상승이 없을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급상 식도정맥류 출혈 환자도 내원 시부터 혈관수축제와 항생제 치료를 권장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에 대한 급여기준이 없다. 따라서 서 교수는 간경변증 환자에서 예방적 항생제 투여에 대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과거에 비해 급여기준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진료 일선에서는 제한점이 많이 처방에 불편한 점이 많다"면서 "보험재정이 한정돼 있는 만큼 엄격한 급여기준과 심사가 필요하지만 진료가이드라인과 보험가이드라인이 따로 존재해서는 안되므로 이에 대한 일관된 심사기준과 합리적인 보험기준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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