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지방의료원이 만성적자,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추가 예산마저 할당되지 않아 엎친데 덮친 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남원의료원지부는 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 임금 동결과 체불임금 탓이다. 남원노조는 "직원들이 2008년도 기본급 표를 적용받고 있고, 초임 임금도 4년간 동결된 상태"라며 "간호사 등 전문직의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체불임금도 총 20억원에 달한다며 지방의료원 부채를 해결하고 공공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법률 투쟁과 함께 28일 전면적인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항상 문제로 거론되는 강원도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부실의료원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강원도의회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원 적자규모는 속초 10억1700만원, 강릉 9억3400만원, 원주 8억5000만원, 영월 2억6500만원, 삼척 4200만원 등 31억800만원에 달하며, 적자 폭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직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건의료노조 강원지역본부는 20일 "의료전달 체계, 국가적 의료환경의 변화 등으로 지방의료원의 경영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병원임에도 일반회계가 아닌 기업회계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적자 자체를 해소해야 하며, 일방적인 폐쇄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제주도의회도 만성 적자 상태의 의료원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제주의료원은 매년 20억원에 이르는 제주도 출연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60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매년 12억원에서 16억원에 이르는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정원이 83명인데 2010년에는 23명, 2011년에는 25명이 사직했고,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인력과 장비 확보도 쉽지 않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의료원은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D를 받았다.

제주도의회는 "민간병원이었으면 어떻게든 진작 조치를 취했을 테지만, 아직도 유지되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지방의료원은 전국적으로 34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지방의료원이 지방공기업에서 제외, 주무부서가 행정자치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전환됐다. 각 지역구가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복지부에 지방의료원 예산 증액을 주문했지만, 예산증액안은 대거 탈락했다.

특히 그간 지원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김미희 의원이 지방의료원 지역개발기금 채무 1723억원에 대한 예산 지원안을 제안했지만, 복지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남윤인순 의원도 각 지방의료원의 기능보강비 총액을 512억원 증액해 총 918억원을 지원하는 안을 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김미희 의원은 "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의 경영난 등 문제점을 해소하고 지역거점병원의 공공성을 확충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성토했다.

노조에, 의회에, 복지부 예산안마저 외면당하자 지방의료원장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지방의료원장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같이 담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 어렵고, 인재를 만나더라도 적자 늪에서 열성적으로 진료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직원들은 임금 인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예산 지원은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원장들은 지방의료원 평가 자체를 공공성에 맞추고 수익성은 우선순위에서 제외한 김용익 의원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아직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기댈 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원장은 "지방의료원은 지원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에서 공공병상만을 확충하라는 주장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나마 잘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의료원장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직원들을 응원하고 소통하는 것 밖에 없다"며 "그러나 임기도 한정돼 있고 계약직인 원장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의회, 직원들이 함께 뜻을 모으지 않으면 전국의 모든 지방의료원이 문을 닫아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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