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 상한금액 조정안을 두고 업계가 부당하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니 업체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치료재료 원가조사 결과에 따른 품목별 상한금액 조정안을 업계에 통보했다. 조정안은 치료재료 5개군(B-봉합용군, E-인공관절군, J-중재적시술용군, L-일반재료용군(II), M-일반재료군(III)) 4516개 품목이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업체로부터 제조·수입원가 자료를 받아 산출한 결과다.

조정안의 인정배수는 1.94배이다. 제조·수입 원가 100%, 판매관리비 및 영업이익 48.74%, 도매마진율 18.84%, 부가세 10%을 누적해 나온 수치로서 제조·수입원가에 1.94배를 곱하면 해당 품목의 인정상한금액이 된다. 복지부는 322개 업체에 상한금액 조정안에 대해 사전 열람 내역을 통보하고 이의가 있을 경우 근거자료를 첨부해 12일까지 심평원 재료관리팀으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수차례 회의 끝에 복지부 장관에 "치료재료 조사결과에 따른 상한금액 조정안에 대한 건의"를 보냈다. 특히 문제된 부분은 스텐트 등 기술력을 요하고 대형수입사가 대거 모인 J-중재적시술용군이다. 협회가 정리한 입장은 우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약제비의 경우 사용량 초과, 사용범위확대, 급여 청구량 증가 등 총 13가지의 가격기전이 있지만, 치료재료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정해 고시할 수 있다"는 규정 외에는 없다. 실거래가 가중평균에 의한 조정, 환율 연동에 의한 조정, 재평가 등 3가지 뿐이며, 원가조사 기준으로 상한금액을 중분류 별로 일괄조정할 수 있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올 초에도 치료재료 재평가가 부당하다는 근거로 제시한 적이 있다.

조사 시점도 문제가 됐다. 조사대상 범위를 2010년 제조·수입분으로 한정 2010년까지 등재된 품목으로 했지만, 올해 8월 등재된 품목을 기준으로 상한금액을 조정해 원가조사와 관련없는 품목까지 인하했다. 또한 판매관리비 및 영업이익이 48.7%로 인정배수 1.49지만, 여기서 판매관리와 영업이익은 엄연히 비용과 수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배수 산출에 묶어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도매마진율도 한국은행 발표 기업경영분석을 따르면서 공산품 도매상 마진율과 같을 수 밖에 없다. 도매상이 1단계만 있는 것으로 계산돼 대리점, 간납업체 등을 거치는 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마다 "동상이몽"…합리적 가격조정 가능할까

이번 조정안을 놓고 업체들간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법률자문까지 거쳐 협회 입장을 제시했지만, 업체별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품목이라도 업체간 서로 다른 가격이 드러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업체는 내심 상한가에 찬성하고 있었다. A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이렇게 낮은 금액인지 몰랐다"며 "오히려 단일 상한가를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그간의 손실 단가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했다.

수입단가 자체가 높은 업체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개별 단위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했고, 협회 입장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고 있었다. 또는 아예 기존가격을 포기한 채 신의료기술 등 새로운 제품에만 신경쓰는 곳도 있었다.

이를 피하고자 수입가를 높게 책정해서 발표한 곳들은 움직임을 같이 하되 상한가 조정 시행 지연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B업체 관계자는 "투명화를 위해서 정확한 근거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원가자료를 공개를 꺼리고 수입가를 높게 책정해서 피해가는 회사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같은 업계 사이에서도 가격이 더 높아 견제를 받고 있는 일부 대형수입사도 할 말이 있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한국 시장의 입지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 C업체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가뜩이나 작은데다, 가격규제가 심해 더 작아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진출은 커녕 한국에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손실로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가격기전을 정확히 조사하고 업체들마다 실제 원가자료를 공개해서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치료재료 바코드를 도입해 유통 투명화시켜야 한다. 합리적 적용 기전이 작동해야만 자정작용도 하고 키울 시장은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얽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품질이 우수한 국산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장여력이 생겨야 가격 조정이든 합리적인 근거 마련이든 더욱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