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심의 지연으로 PNH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불안해 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 PNH(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 환자들은 유일한 치료제로 솔리리스주를 두고 있다. 그러나 병당 약가가 736만원으로, 1인당 연간 소요비용이 무려 5억원에 달하는 약제비가 문제.

PNH환우회의 숱한 주장 끝에 지난달 1일 급여에 등재됐고, 환자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 요양병원이 심평원을 통해 미리 약제 사용 승인을 받는 ‘사전승인심사평가제도’를 거쳐야 하지만,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사전승인심사제도는 약제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약제사용 대상에 대한 사전 심의를 통해 약제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약제의 남용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PNH환우회에 따르면, 고시 한 달이 지나도록 솔리리스주 사전심의위원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아직 급여를 받은 약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단 한명도 없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심의위원회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

급기야 환우회는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서한을 보내 솔리리스주 사전심사위원회 일정을 회신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떤 소식도 전해듣지 못했다.

PNH는 혈관 내 용혈(적혈구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혈전증, 폐고혈압, 심부전증 및 복통과 호흡곤란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고 칭할 지경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00명 정도가 PNH를 앓고 있으며, 진단받은 환자3명 중 1명은 5년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PNH환우회 임주형 회장은 “솔리리스주 보험 등재만 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던 환자들의 낙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치료만을 기다리다가 또 한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 사전승인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환자가 목숨을 잃을 지 모를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솔리리스주 보험등재는 모두의 노력으로 어렵게 얻은 결과이지만, 행정 절차가 늦어지는 것 때문에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시가 급한 환자들이 빨리 치료 받아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의건수 적어서"...15일 첫 심의위원회 개최

환우회의 질의에 대해 심평원은 지난달 31일 “세브란스병원 등 5개소에서 같은 신청 건이 접수된 바 조속한 시일 내 실무 검토해 심의위원회에서 승인여부를 시행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몇 차례의 심사건으로 위원회를 열수는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환우회의 질의가 여러 언론에 의해 공론화되자 이제서야 "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환자 진료 차질이 우려돼 15일로 앞당겨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세브란스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사전신청건이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총 13건이 접수돼서 숫자를 채운 이유도 있다. 심의를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이 모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데 단 몇 차례 심의건으로는 모이기 힘들다는 것.

심평원 공고 제2012-86호 "솔리리스주사의 사전 승인에 관한 방법 및 절차"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솔리리스 사용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사전심사위원회가 열리는 기한이 60일로 지정돼 있다. 즉, 60일 안에 심사하면 됐지만, 질환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53일째 개최하려던 당초 계획과 위원회 일정 미공지는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위원회 결과 통보 후 60일 내에만 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신청부터 치료까지 최대 120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환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환우회는 “그동안 걱정이 많았는데 위원회 일정이 잡혀 한시름 덜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고 심의위원회가 계속해서 열려야만 치료가 가능한 만큼, 끊임없이 추적, 감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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