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독이 파킨슨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48세)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MRC)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면역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뇌행동면역학(Brain, Behavior, and Immunity)’지 11월호(11월 1일자)에 게재됐다.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의 약 1%가 앓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뇌의 흑질에 분포된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떨림 △경직 △운동느림(완만) △자세 불안정 등이 나타난다.

배현수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면역체계가 교란되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면역을 조절하여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물을 찾고자 시도했다.

중추신경계는 뇌혈관장벽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혈액 속의 면역세포들이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의과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인체의 뇌에 자유롭게 침입하여 신경염증반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면역세포 중에서 조절T세포가 파킨슨병의 발생과 악화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구팀은 조절T세포를 증강하면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배 교수팀은 봉독이 조절T세포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는 약물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200여종의 한약재를 일일이 탐색한 결과, 꿀벌에서 분리된 봉독이 조절T세포를 증강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동물에 봉독을 넣으면, 파킨슨병에 의해 소실된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보호되었고,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없애는 소신경교세포(마이크로글리아)의 활성도 억제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조절T세포를 제거한 동물에 봉독을 넣으면, 봉독의 치료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배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질환을 면역조절로 치유할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한 것으로, 특히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되어온 봉독이 면역조절물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앞으로 봉독의 어떠한 성분이 면역조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낸다면, 더욱 효능이 뛰어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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