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건강과 인권…" 보고서

"개인의 건강은 더 이상 축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주 이같은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의 말을 서두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보건서비스로부터 외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현장을 고발하고 인간의 권리로서 건강을 강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강과 인권에 대한 25가지 질문과 답변"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는 "차별, 부녀자 및 어린이에 대한 폭력, 인종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인권침해가 곧 건강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대책마련을 통해 보건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는 이들을 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실제로 저개발국 지역 소아 장애자의 98%는 비장애아들이 누리고 있는 교육이나 활동영역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세계 1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영양부족이나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시력 및 청력장애 어린이 중 70%는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하지만 구호의 손길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권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결과에 반해 국제사회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WHO의 주장이다.

실제로 건강권을 인간의 권리 중 하나로 인식하고 정부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나라들은전세계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WHO의 실태조사결과 밝혀졌다<표>.


이에 대해 UN 인권위원회 메리 로빈슨 고등판무관은 "경제적인 세계화의 물결 속에 국제사회가 하나의 마을과 같은 개념으로 묶이고 있지만 지역간 개발 불균형으로 인한 불평등과 과거부터 이어져 왔던 인간존엄의 상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세계화의 부작용이 세계 보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외에도 이 보고서에는 건강과 인권은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가, 인권보호를 통해 세계 보건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건강권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의무는 무엇인가, 빈부국간 보건서비스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등을 비롯한 인권과 건강에 관한 25가지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설명과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그로할렘 브룬트란트 WHO 사무총장은 "과거를 통해 인간사회는 건강권 침해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목격해 왔다"며 "새로운 21세기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간 진행돼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결실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국제사회의 인권관련정책을 총괄하는 UN 인권위원회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의 건강권보호실태를 점검 및 보고하는 국제건강권보호법을 채택했다.

또한 1966년 UN에 의해 제정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비준국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지난 2001년 현재 142개국을 넘어섰다.

더불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국제인권조약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약들이 건강권을 인권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WHO의 보고 등이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고 있다.

"건강권은 단지 인간 개인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권리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개개인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건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도 포함돼 있다"는 로빈슨 고등판무관의 주장처럼 이제는 우리 정부도 국민 개개인의 건강권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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