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도비만, 인식과 지침의 괴리

2. 의료진 인식 부족이 치료 "걸림돌"

3. 비만수술 Q&A

4. 환자 상태따라 수술법 판단해야



의료진, 수술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잘 몰라

고도비만 환자에서 수술요법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비만수술의 시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238건에서 2007년 2543건으로 8년간 10배 넘게이상, 미국은 1998년 1만 3000여건에서 2004년 12만여건으로 6년만에 약 8배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수술건수가 많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2010년 서울성모병원 이상권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수술 건수는 2003년 125건에서 2009년 778건으로 6년간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직 비만수술의 유효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지난 9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비만수술의 효과 및 경제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1차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전국 의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체질량지수(BMI)가 30 ㎏/㎡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가 방문한 경우를 가정했다.

그 결과 BMI 35~39 ㎏/㎡인 환자에게 수술요법을 권하겠다고 응답한 의사는 7.4%였고, 40 ㎏/㎡ 이상에서는 29.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요법을 권하지 않는 이유로는 "고도비만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 부족"이 50%로 가장 많았고 "수술에 의존하게 되면 일상에서 고도비만 관리에 소홀할 수 있음" 19.7%, "고도비만 수술은 이익보다 위험이 큼" 15.2% 순으로 나타났다<표>. 대한비만학회가 2012 치료지침을 통해 고도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술적 치료를 제시하고, BMI 35 ㎏/㎡ 이상이거나 30 ㎏/㎡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를 수술적응증으로 권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중복응답이 가능하도록 고도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방법을 선택하도록 한 질문에서 위밴드술을 꼽은 비율이 72%로 가장 많았다. 반면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위우회술을 꼽은 비율은 각각 31%, 25%로 위암수술 방법인 위부분절제술(56%)과 몸매교정술인 지방흡입술(55%), 지방용해술(27%)보다 낮거나 비슷했다. 특히 정확하게 비만수술 방법 세 가지를 고른 응답자는 2명 뿐이었다. 수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관한 견해를 물었을 때도 "효과적이지만 안전하지 않다"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잘 모름"이 각각 29%로 가장 많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최승호 교수는 "비만의 수술적 치료의 목적은 지방 감소를 통한 비정상적 건강상 장애를 치료하고자 하는 것으로 동반질환 개선이 반드시 효과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체중 감소 수술이나 지방제거 수술처럼 환자의 외형을 바꾸는 수술은 지방 감소 후 건강 증진에 대한 증거가 없어 비만의 수술적 치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편견, 고도비만 악화시켜

비만환자들을 보는 삐뚤어진 사회의 인식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보의연의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은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가장 큰 사회적 불평등으로 "비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비만을 악화시키는 것"(47%)이라고 꼽았다.

미국 예일대 Rebecca Puhl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비만환자는 직업 측면에서 고용, 월급, 승진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의료진의 부정적인 견해나 검진의 기회가 적은 등 의료체계 내에서의 불이익도 존재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교사도 비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 관계나 연인 관계, 친구 관계에도 부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언론도 비만을 낙인화시키는데 일조했다.

Puhl 교수는 "비만에 대한 낙인과 고정관념은 오히려 비만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폭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정신과적 질환은 물론 스트레스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의 증가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의 연구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소득수준별 고도비만 분포를 살펴보면 특히 여성에서 저체중 그룹에 비해 비만 그룹의 가구소득이 2배 가까이 낮았으며, 비만도가 심할수록 저소득층이 많았다. 또 고도비만일수록 교육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오 교수는 "비만학회에서 3년 전 비만 환자들의 사연을 모아 무료 수술을 지원했을 때 지원자 대부분이 자살 시도를 한 경험이 있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숨어지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문제가 수면 아래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문제가 심각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비만 환자엔 보험 적용해야

비만 환자는 당뇨병과 고혈압은 물론 전신에 걸쳐 다양한 동반질환에 의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사망률을 증가시켜 치료가 시급하다.

오 교수는 "BMI가 35 ㎏/㎡만 돼도 5개 질환 중 평균 1.38개 가지고 있다"면서 "저체중 인구 100명 중 1~2명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고도비만 환자는 5~7명 중 1명이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은 고도비만 환자에서 비만수술의 비보험 문제는 치료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365mc 비만클리닉이 병원을 방문한 여성 고객 24만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BMI 18.5~22.9 ㎏/㎡인 여성이 58%(13만 9825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MI 18.5 ㎏/㎡ 이하의 저체중 여성 5%(1만 1337명)까지 더하면 비만클리닉을 찾는 여성 중 60% 이상이 정상 체중 또는 그 이하인 셈이다. BMI 30 ㎏/㎡인 환자는 1만 2946명으로 6%에 불과했다.

미국은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고도비만 환자의 위우회술과 위밴드술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사회보험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개복수술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수술의 급여화 문제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아직 논의 우선순위 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하대병원 외과 허윤석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 치료에서 가장 큰 장벽은 보험"이라면서 "고도비만 수술에 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들이 훨씬 더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동시에 국가가 나서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민들의 인식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고도비만증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국내 고도비만증의 외과적 치료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함께 정책적 결정이 조만간 이뤄져아 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향후 의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의학계에서 많은 논의를 통해 의사들의 비만수술에 대한 의식변화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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