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감동이 있은 후 어느덧 한 달이라는 기간을 지나, 가슴 속의 뜨거운 열기를 차가운 머리로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월드컵 4강 신화를 국민의 저력으로, 국가의 부흥으로 이끌어가자는 기사 뿐 아니라 그 때의 환희와 열기를 되새겨보는 갖가지 기사가 줄을 잇는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나 역시 그것을 반복해 되새겨야 하는지 하는 생각에 주저하는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감동과 새로운 인식의 변화는 무언가 나도, 우리도 변화해야겠다는 강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변방의 축구가 세계의 중심으로"라는 말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우리 축구를 지칭하여 국내외 신문의 헤드라인을 많이도 장식하였다.

이는 다분히 우리 축구선수단 및 우리 국민의 힘, 우리 나라의 저력에 대한 놀라움과 축하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거, 변방의 축구에 머물렀었다는 언급이 이제까지 한국축구의 발전에 노력해 온 선수와 코칭 스태프, 그리고 지원 단체들에게는 가슴아픈, 혹은 서운한 언급은 아닐지?

우리 나라의 의학이 세계의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은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을 하는 바일 것이다.

기초·임상의학을 불문하고 학문의 발전이나 의술의 수준에 있어 선진국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우리 의사들은 자부한다.

하지만 변방의 의사가 아닌 세계 중심의 의사라는 자긍심을 과연 의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축구만큼이나 범국민적인 감동을 주는 진료 현실이 언젠가는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과거 한국의 축구가 히딩크식 축구로 탈바꿈하면서 승리를 가져오게 된 원인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로 분석하나 크게 선수들의 체력향상과 정신력의 증진, 감독의 전술 및전략의 성공, 감독 뿐 아니라 체계화된 코칭 스태프 및 의료진의 역할, 축구협회를 비롯한 지원 단체의 전폭적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의 열렬한 응원 등을 든다.

이 중 손에 꼽으라면 투혼을 발휘한 태극전사와 함께 태극전사를 이끈 감독의 역할, 그리고 국민의 자발적이고도 열렬한 응원을 들 수 있겠다.

이는 각각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보면 의료 현장에서 의술을 발휘하는 의사(태극전사), 전문의학 지식과 의술을 환자에게 접목할 수 있는 현실이 되도록 이끄는 리더(감독), 그리고 의료의 혜택을받는, 의학의 발전을 몸으로 느껴 감동하고 싶은 국민(붉은 악마 응원단으로서의 국민)에 비유할 수 있겠다.

누가 우리 축구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했는가?

안에서 볼 때는 우리 축구가 변방에 머문 이유가 선진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기술은 유럽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계 학회에 참여해 높은 수준의 의학적 성과를 발표하고 최신 진단방법이나 수술 기법 등을 도입하고 개발하는데에 있어 우리 의학의 수준이 어찌 낮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의술은 과연 높다고 할 수 있는지? 국민이 느끼는 의술의 수준이 높은 것이라면 왜 암이나 불치병 치료를 위해 세계 유수의 의료 기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지?

2002년 6월의 "태극 전사"와 "감독", "국민"의 삼각관계가 2002년 7월 이후에는 "의사", "최상의, 그리고 효과적인 의술 발휘와 의료 정책 시행을 주도하는 리더", 그리고 "우리 의사의 의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임을 느끼고 감동하고 싶은 국민"의 삼각 관계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국민에게 있어 우리 축구가 더 이상 변방의 축구가 아니듯, 우리 의술이 더 이상 변방의 의술로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 도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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