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주도 방식으로 상담능력 길러야

불완전한 교육

많은 의사들이 환자와의 대화를 어려워하고 그에 대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교육 때문일 것이다.

의대에서는 임상의학 과정 초기 3년동안 학생들에게 몇 번의 수업과 실험으로 구성된 간단한 입문수업을 통해 병력 구술 상담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 상담 분야에서 학생들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의대 과정 동안 학생들의 상담솜씨가 점점 감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대 마지막 해쯤 되면 그들은 환자들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기술을 쌓아감에 따라 오히려 환자의 말을 들어주려는 노력은 점점 더 시들해 지는 것이다.

의대 졸업반인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인간적인 본능 때문에 환자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환자를 질병의 실례로 다루도록 만드는 교육 방식 때문에 점차 이런 본능은 저도 모르게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이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시험에 관련된 공부만을 하게 된다.

시험은 학생들에게 일반적이고 별로 복잡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지에 관한 능력을 측정한다.

그렇다면 환자와 그가 앓고 있는 질병 간의 감정적 상호 작용을 알아내는데 왜 우리가관심을 쏟아야 하는가?

시험에서는 이런 능력을 절대 판별해 낼 수 없다. Duffy와 Al.은 환자와 60번 동안의 상담 과정에서 나타난 젊은 상담 보조원들의 행동을 평가해 보았다.

조사된 이들의 능력은 10가지 항목 가운데 6가지에서는 과거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그들 가운데 단지 30%만이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느끼는 바에 대해 질문했고, 그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알아보려고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에게 병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가에 관한 항목에서는 이들 역시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과 상담능력의 관계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 중 많은 이들은 경험을 쌓고 시간을 들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Byrne와 Long이 2,500번에 걸쳐 의사와 환자 간 상담을 녹화해 세세히 분석한 결과, 이런 믿음이 항상 사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님이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77%의 의사들이 꼬치꼬치 캐묻는 스타일 혹은 "의사가 주도하는"식의 상담 방법, 즉 상담 시간의 대부분을 의사 자신이 말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21%의 의사만이 "환자가 주도하는" 상담 방식을 사용하면서 자신은 말을 적게 하고 가능한 한 환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들어주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의대 교수들이 그러하듯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옳지 않다.

Maguire와 Rutter는 의대 저학년생이거나 고학년생, 즉 거의 학위를 마치게 되는 시점에 있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개업의사, 인턴, 소아과의사, 외과의사 등 이미 실무 경험을 쌓고 있는 의사들도 임상기록 작성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로 능력 부족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저지르는 실수

Maguire와 Rutter가 학업의 거의 막바지에 이른 의대생 50명이 실시한 병력 구술 상담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한 결과를 분석해 제시한 자료를 살펴보자.

상담은 대학병원의 정신과에 입원해 있고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을 조사 대상으로 하였다.

상담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78%) 학생들은 환자들에게 인사를 했고, 환자들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88%)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 가운데 70%는 말로 혹은 몸짓으로 환자들에게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환자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30%의 학생들은 환자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44%는 자신이 의대 학생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며, 그들 가운데 단지 8%만이 상담의 목적에 대해서 설명했다.

상담에서 가장 흔히 행해지는 실수는 다음과 같다.

▲사적인 문제는 관심없다
36%의 학생이 환자의 개인적인 사항, 성생활, 자신의 환자에 관한 느낌을 묻는 질문을 피했다.

한편, 환자가 자살에 대한 감정을 자발적으로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44%의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피상적인 방식으로만 언급했을 뿐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말하는 "기가 죽은", "맥이 빠진","긴장된 것 같다" 등의 말에, 단지 8%의 학생들만이 체계적으로 환자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환자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환자는 알 필요 없다
대다수의 학생들이(86%) 임상 기록 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정확한 날짜기입, 약의 명칭, 복용량, 환자에게 처방전을 주기 이전에 행한 치료 기간 등을 정확히 알려주는 데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환자를 통제할 수 없다
사소한 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환자의 말을 멈추게 한다든지 고쳐서 말해준다든지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5%의 학생들은 이런 노력을 함으로써 환자들은 보다 의사에게 협력적인 태도를 보였다

▲환자를 쳐다보지 않는다
학생들은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단지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된다.

그러나 32%의 학생들은 환자들이 말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격려해주기 보다는 오히려 기록을 계속하면서 환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34%의 학생들은 환자가 한정적인 대답만을 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24%의 학생들은 환자들에게 너무나 길고 복잡한 질문을 던져서 환자들은 질문 사항을 모두 기억할 수도 적절히 대답할 수 없었다.

▲한 군데만 아프다
환자들은 한가지의 질병, 한가지의 문제만을 가지고 있다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질병에 대해서 꺼내는 처음의 말에서 멈추어 버리고는, 더욱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문제점들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신체적인 질병으로만 혹은 정신적인 질환으로만 병의 상태를 단정 지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학생들은 한 명의 환자에게서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원저 : 환자와 의사소통을 위한 실용적인 길잡이(의사소통에 있어서의 기술, 방법 그리고 시행착오 / 저자 : 콩스탕티노 이안돌로 / 출판사 : 메디메디아 프랑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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