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CORE SEOUL 2012

클로피도그렐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혈소판제제다. 신약들이 클로피도그렐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클로피도그렐의 아성을 깨진 못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신약들은 안정형 협심증이나 저위험군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맞춤치료"라는 패러다임 앞에서 클로피도그렐의 처방전략도 변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형 여부, 인종에 따라 클로피도그렐의 효과차이,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은 여러 연구들에서 나타난 바 있다. 지난달 말에 열린 "ENCORE SEOUL 2012"에서는 최적의 클로피도그렐 전략을 논의하는 세션이 마련, 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클로피도그렐 유전자형 검사 필요한가


클로피도그렐 이슈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내용은 환자들의 유전자형 검사의 필요성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CYP2C19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CYP2C19 이외에도 ABCB1, PON-1 등의 유전자가 클로피도그렐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규적으로 유전자형 검사를 권고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유전자 검사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클로피도그렐의 맞춤처방을 위해 이를 권고한다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가 쉽사리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검사의 실효성을 명확하게 입증해줄 수 있는 임상시험은 아직 없는 점, 유전자가 약물대사나 전반적인 환자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ACCEL 등록사업 연구에서는 국내 환자들이 서양환자들에 비해 CYP2C19 *2, *3 변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영향은 12% 내외로 나타나고 있다.


▲타 약물들과의 상호작용, 논란은 있지만 무작위 임상은 없다

클로피도그렐과 타 계열의 약물 간 상호작용도 주요 주제로 자리잡았다. 이미 지난해 ENCORE에서도 프로톤펌프 억제제(PPI)인 오메프라졸과의 상호작용이 조명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계열의 약물들과 상호작용은 보고돼 왔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무작위 임상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우선 오메프라졸과 클로프도그렐 간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있다. 두 약물 모두 간 효소 중 CYP2C19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구는 OCLA 연구로 오메프라졸과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이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오메프라졸을 포함한 PPI 제제와 병용하는 경우도 CREDO, TRITON-TIMI 38, PLATO 연구 등에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OCLA 연구가 이중맹검 무작위 임상시험이긴 하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은 없다.

이외에 스타틴과의 상호작용도 논란이 지속되는 주제다. 이의 대표적인 근거는 1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CHARISMA 연구로, 아스피린 단독군과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군의 심혈관사건 종료점을 비교한 연구다. 이들을 스타틴 복용 유무로 구분했을 때 상호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약물대사 과정에 CYP3A4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 상호작용의 폭은 더 컸다.

또 국내에서 진행된 ACCEL-STATIN 연구에서도 CYP3A4가 없는 사람들에서 약물 대사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항응고제 신약인 프라수그렐은 TRITON-TIMI 38 연구에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CHARISMA 연구 분석결과 심혈관 종료점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고 출혈 위험도에서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게다가 스타틴-클로피도그렐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도 아직 없다.

칼슘채널차단제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항혈소판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단 국내 연구에서는 CYP3A5 유전형이 없는 이들이 암로디핀을 복용할 경우 클로피도그렐의 항혈소판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흡연으로 인한 클로프도그렐 효과변화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다. CLARITY-TIMI 28, CHARISMA 연구에서는 효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는 흡연을 지속하는 남성에 한했고 금연할 경우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클로피도그렐 맞춤치료, 혈소판 기능검사가 답줄까 

유전자형, 타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클로피도그렐 맞춤치료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지 못한 가운데, 환자의 혈소판 반응도가 이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으로 강조됐다.

이날 강의에서는 단순히 클로피도그렐에 대한 혈소판 반응도가 낮은 환자들의 경우 정확한 하한선(cut-off)을 타깃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잔여혈소판 활성도(platelet reactivity units, PRU) 208 미만인지 여부가 클로피도그렐 투여반응에 있어서 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GRAVITAS 연구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2010년 발표된 이 연구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5429명을 대상으로 시술 후 12~24시간 안에 혈소판기능검사인 VeryfyNow를 시행해 클로피도그렐을 투여했다. 이들 중 PRU가 230 이상인 2214명을 무작위로 분류해 평균 용량(75 mg)군과 고용량(600 mg 후 150 mg 유지요법)군으로 나눠 6개월 간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스텐트 혈전증 등을 비교했다. 6개월 째 평가했을 때 양군의 종료점에 큰 차이는 없었다. 이에 GRAVITAS 연구팀은 PRU 230보다 더 낮은 수치인 PRU 208이 도 나은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JC에 2009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클로피도그렐 600, 1200, 1800, 2400 mg을 VASP 검사를 통해 혈소판 반응도를 평가한 결과 용량이 높아져도 저반응군의 수치는 일정수준 나타났다. 한 달 후 평가에서는 최초 클로피도그렐 반응군 중 98%가 유지됐고, 저반응의 70%가 반응군으로 전환됐다. 즉 PRU 평가에서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적절한 최저 PRU 값이 클로피도그렐 치료전략의 타깃으로 제시된 가운데 우리나라 환자의 임상적 예후가 서양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서양환자들보다 평균 PRU 값이 평균 40~50 정도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심혈관사건 발생율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국내 환자 치료에 맞는 적절한 PRU 값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에 관련 ACCEL-Bleed 연구에서는 서양 환자들과 국내 환자의 응고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PRU 값이 차이나는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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