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심사 약물, 안전성 문제 커

로페콕시브와 로시글리타존. 각각 진통 소염제와 당뇨병 치료제지만 안전성 문제에 발목을 잡혀 시장에서 퇴출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신약들이 쏟아지지만 그만큼 많은 약물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지난 15년간 출시된 약물 중 로페콕시브와 로시글리타존처럼 심각한 안전성 경고를 받거나 이로 인해 퇴출된 약물은 얼마나 될까.

캐나다 토론토대 Joel Lexchin 교수팀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캐나다 약물 시장을 분석한 결과 5분의 1 이상에서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밝혔다. 이번 분석 결과는 미국에서 지난 25년간 20% 이상이 퇴출당했다고 보고된 것과 유사하다.

1995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캐나다에서 승인 받은 신약은 모두 434개 였는데 이 중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일으킨 약물은 19.4%였고, 심각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제시된 약물은 23.7%였다. 안전성 문제는 어떤 허가 검토 과정을 밟았느냐에 따라 발생 확률이 두배 가까이 차이가 있었다.

허가된 신약 중 112개(25.6%)는 신속심사 대상이었고, 이 중 34.2%가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일으켰다. 반면 표준 절차를 밟은 약물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한 케이스는 19.8%였다.

미국 의약품안전사용연구소 Thomas Moore 박사는 관련 논평에서 "규제 기관에 제출되는 보고서에는 환자 테스트에 필요한 정보만 기입돼 있기 때문에 중요한 임상적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허가될 수 밖에 없다"면서 "신약이 허가를 받은 뒤 3년 동안은 임상의들에게 주의 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Moore 박사는 지난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 제도의 헛점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JAMA에 제기한 바 있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 없이 신약으로 허가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FDA가 허가한 신약 35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신속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개는 잠정 승인을 받았고, 13개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 적용돼 임상 완료 전에 허가 검토 절차를 받을 수 있었다.

Moore 박사는 여기에 심각한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는 약물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핑골리모드는 다양한 부작용이 제기되고 있으며, 안전성 문제로 임상이 중단된 전적이 있는 약물이다. 항암제인 반데타닙은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은 개선시켰지만 위약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독성을 유발시켰다.

그는 "신속심사제도로 환자들이 효과적인 신약을 빨리 복용할 수 있게 됐지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허가됐다는 점에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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