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기기 간납업체의 뿌리깊은 유통 구조 문제가 지적됐다. 수년간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한차례 검찰조사 이후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된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은 검찰조사 이후의 솜방망이 처벌부터 지적했다. 의료기관 구매물류 대행사인 케어캠프, 이지메디컴은 경희의료원, 건국대병원 등 9개 병원에 각각 17억원과 2억47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복지부는 해당 병원들의 부당이득금 환수를 위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검토를 요청했고, 의료기기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청에 의해 행정처분이 확정된 케어캠프는 업무정지 15일에 갈음해 855만원의 과징금이 확정됐고, 이지메디컴은 서울 서초구청에 의해 현재 처분절차 중이나 최대 855만원의 과징금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업체들이 실거래가 상환제를 악용해 병원과 그 차액을 나눠가졌으므로 건강보험에 손해를 끼친 액수는 최소 32억원"이라면서 "이번 적발 금액은 의료기기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8개월간의 리베이트에 불과하며, 업체들이 활동한 기간을 감안하면 건보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납업체는 단순히 유통을 전담하는 곳은 아니다. 병원과 밀착하기 때문이다. 창고임대료를 가장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병원들과 함께 의료장비 공동이용사업을 한 것 등 불법 리베이트와 맞물려 더욱 문제시된다.

이 의원은 대형병원들이 대행업체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구매대행업체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이들 직원이 병원에 상주하다가 필요 시 병동에 바로 약품 등을 전달하는 것이 약사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등을 질문했다.

이에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강하게 조치를 취해왔지만, 행정처분의 규정이 약한 편"이라고 인정하면서 "전체적으로 입법 추진 중이고, 현재 규제 심사 중이므로 곧 의약품 못지않게 강화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급기야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사태가 심각해진 만큼 유통구조 혼란만 가중시키는 간납업체 전체를 폐업시키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납업체들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며, 국공립 병원을 대신해 제품에 대한 입찰과 계약 등의 행위만 대신할 뿐 최종적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은 업체에서 병원으로 직접한다는 것.

양 의원은 "정부 역시 치료재료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을 차세대 국가 원동력으로 삼아 육성한다고 해놓고, 실제는 의료시장이 왜곡돼 생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유통시장을 변질시킨 업체를 내버려두고 있다"며 “병원의 필요에 의해 생성된 이러한 구매 관행을 타파하고, 정상적으로 유통 구조가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의료기기업계는 화색을 밝혔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임원진은 “리베이트 처벌이 약한 것은 아직 산업 전반의 선진화가 멀어 보일 정도로 아쉽지만, 제도 자체를 개선하고 유통구조를 투명화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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